4. 도시
계획 전문가, 세계로 향하다
세계와
인류의 심장부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민간 단체의 일원으로 방문단과
동행을 했다. 방문 일정 며칠 후 뉴욕의 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동행한 각계
대표들로부터 특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한국이 섬나라인 걸 아십니까?” 그러자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는 그들 앞에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동북아시아의 야간 사진 한 장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연세대학교를 창설한 분의 손자인 호레이스 언더우드 박사가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북에는 불빛이 전혀 없어 남한이 마치 섬같이
보인다고 설명을 해준 기억이 난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나라마다 불들이 환히 켜져 있는데 유독
북한만은 캄캄합니다. 그러니 남한은 대륙과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섬은 특별한 자원을 가지지 못한 데다 전쟁도 겪고 분단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섬나라가 세계 12위의 수출국이자 14위의 수입국입니다. 이제
섬이 아니라 시베리아로,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연결된 진정한 한반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날 다섯
명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일행 25명이 유엔 본부로 들어갔다. 당초 유엔측에서는
다섯 명 정도가 방문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전날 내게 특강을 들었던
일행이 대거 동행을 한 것이다. 조그만 회의실에서 기다리자 이내 모리스
스트롱 유엔 사무차장이 UN 평화대학 학장 네이 툰과 함께 들어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국 비무장 지대에 건설해야 할 DMZ 통일 평화시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이산가족들은
이제 곧 노환으로 세상을 떠날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한옥촌을 만들고, 병원과 유엔의 평화 가치를 교육할 평화대학교를
만들고, 경제적인 기반을 위해 IT와 NT 등 미래 산업을 유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같은 평화시의 기본 구조를 재삼 설명하자 유엔 사무차장은
거듭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UN 밀레니엄 회의 때
나와 함께 초청 연사로 토론한 적이 있어 이미 안면 있는 사이였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고문격이자 북한 담당 특보로서, 그 동안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일을 만나고 온 인물이었다. 아울러 내가 제안한 유엔 평화시에
대해 북한 정부의 의사를 타진했으며 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음을 귀띔해
주었다. 북한의 수락 여부가 가장 중요했으므로, 나는 유엔과는 별도로 북한을
방문할 기회를 가진 외국 지인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앞으로도 나는 이
계획에 도움이 될 일이라면 어느 곳이건 달려가 그 누구든 기꺼이 만날 생각이다.
현재 핵 문제로
남북한은 물론 주변 국가들이 껄끄러운 정치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때일수록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첫 단추’가 중요하며, 비무장 지대에다 남북이
함께 사는 평화시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그 확실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남북의 한민족을 곧바로 합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우선 평화가 보장되는
시험적인 공간을 통해 남북한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젊은 학생들과 세계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통일을 향해 가는 것이 참된 미래의 월드 비전이 아닐까.
2002년은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뜨겁던 한 해였다. 스타디움과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티셔츠가 아직도 모든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꽃으로 남아 있는
지금, 언젠가 남과 북이 함께 어우러지는 또 다른 월드컵을 꿈꾸어 보는
것은 어떤가. 그날이 오면 한국은 더 이상 섬이 아닐 것이다. 21세기 지구촌
문명의 정수를 보여 주는 세계사의 중심에 우뚝 선 인류의 심장일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2000년 전 아테네 같은 새로운 철학이 움트는 서울이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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