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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감상) 나는 결코 13월을 응원할 수 없다...

승기처럼(39.119) 2014.10.31 19:26:55
조회 2029 추천 55 댓글 8

														


남은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을수록 점점 더 두려워졌다.

그의 아버지가 '재황'마저 도구화하여 자신의 실험을 꾸려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선택받은 소수일 수 있다며 안도하는 '수인'마저 또다른 누군가에게 그녀 자신이 해왔던 그대로의 방법으로 감시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서.

 

그러나 그 두려움은 책을 덮으며 일시에 떠나보낼 수 있었다.

나는 결코 그들만의 13월을 응원할 수 없기에.

 

..

 

인간은 그 누구도, 그 어떤 목적으로도 다른 인간을 계획하고 조작하고 또 감시할 권리는 없다. 인류의 평안과 행복이라는 거창한 명목 또한 개개인의 삶과 행복을 짓밟고 올라설 그 어떤 단초도 될 수 없다. 아니 결코 되어서는 안된다.

우월한 인자만을 선택하여 탄생한 우수한 존재들만으로 이루어진 세상, 그들이 꿈꾸는 그 새로운 세상은 과연 행복할까. 진화가 반드시 진보가 아님은 이미 증명된 사실인 것을.

더나은 삶의 질을 위하여 이렇게 저렇게 조작하고 다듬어진 결과물들이 지금의 세상을 얼마나 혼탁하게 어지럽혀가고 있는지 역시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을.

그러니 과연 누구를 위한 새로운 세상인 것인가 되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이 꿈꾸는 그 13월은 누구를 위한 시간이냐고 말이지.

 

오래전 어느 소설에서도 그랬다. 낙원구 행복동의 그 소소한 삶들을 떠나보내고 번듯하게 세워진 멋진 신세계를 선물하겠노라고. 그러나 그 신세계는 행복동의 원주민들에게는 한없이 거리가 먼 곳이었고 곳곳의 가진자들에게 또다른 부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었을 뿐. 그렇게 굴뚝 위에서 쏘아올린 작은 공은 결국 조그마한 포물선만을 남긴 채 저쪽 편으로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그 좌절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던 그 이야기가 백사마을의 모습과 겹쳐져 떠올랐다.

그때는 그랬다. (물론 아직까지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삶 전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양 오래되고 낡은 것을 갈아엎는 것이 마냥 축복인듯 여겨지곤 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세상은 한결 살기 좋은 것이 되리라 믿었고 일면 그러하게 세상은 바뀌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류의 관심은 더 이상 물질적 진보에 머무르지만은 않는 듯해 보인다. 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심사인양, 우리들 인간 스스로를 파헤쳐보려는 시도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으니.

 

인간의 유전인자를 조작하고, 인간의 행동특성을 감시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얽히고 설키는지를 밝혀내어 궁극에는 최상의 인간 조합을 탄생시키기 위한 위대한 작업. 이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재황이 계획되었을테고 수많은 수인이 이용당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누구냐고 묻는 재황에게, 나에게 왜 이런 일을 시키냐고 묻는 수인에게, 인류의 진보와 행복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노라 답하겠지. 인류의 진보와 행복? 과연 그 인류는 누구? 당신들만의 천국은 아니고? 그렇게 지금 내앞에 던져진 질문은 백사마을의 존폐를 두고 쇠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지는 않을지, 그 생각이 잠시 나를 두렵게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13월보다 몇배는 더 소중한 열두 달의 삶을 찾았다. 재황과 광모, 문자의 한겨울같은 삶이, 수인의 가을같은 삶이, 승희의 봄빛같은 삶이 저마다 그 계절의 모습처럼 한켠을 지켜내고 있었다. 어쩌면 재황을 품에 안아냈을 엄마의 뜨거운 마지막은 여름이 되어... 그렇게 1월에서 12월을 소소하게, 빛나게, 때로는 쓸쓸하게 반짝이게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 그렇게 지금 우리가 겪어내는 시간들이 그들이 꿈꾸는 우생의 삶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에 순간 울컥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나의 일거수일투록이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날들,

누군가 나의 하루를 면밀하게 들여다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불쑥 찾아드는 시간들,

두려움은 모든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렇게 주저주저하는 모습으로 길들여진 세상은 누군가의 먹잇감으로는 더할 수 없을테고.

 

세상은 바뀌어가고 있다.

세상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오래된 집을 부수고 새집을 지어내듯, 한 개인의 일생을 계획하고 조정할 힘은 그 누구에게도 결코 주어져서는 안된다.

따뜻하고 상쾌한 계절보다 추위와 더위로 지쳐가는 시간이 더 많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1, 2, 3, 4, 5, 6, 7, 8, 9, 10, 11, 12월은... 누군가가 계획하고 조작하고 감시하는 그 13월에 맞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소중함이다.

 

나는 결코 그들만의 13월을 응원할 수 없다.

 


..

승기 때문에 오랜만에 근래의 소설을 읽었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꽤나 많이 하게 해 준 소설, 지금의 우리의 모습에 조금 위기감도 느끼게 해 준 소설. 그런데도 그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는 힘은 여전히 우리들 속에 있음도 깨닫게 해 준 소설.

승기와 횽님들 덕에 오늘 또 많은 것을 느꼈어..^^

 

컴 앞에 머무를 시간이 많지 않아서 너무 정신없이 써대서 다음날 보면 후회할 글이 될지도 모르겠어. 댓글로 함께 이야기나누진 못하겠지만 무언가 남겨주면 다음에 들어와서 찬찬히 하나하나 야무지게 읽어보고 생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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