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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유서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204) 2017.06.26 19:36:58
조회 194 추천 0 댓글 1


1.

나는 오늘 자살을 하기로 했습니다. 익사, 교사, 낙사 중에 아직 고르진 못했습니다. 비교적 아프지 않고 금방 끝나는 것이 좋겠지만은 인간의 목숨이 질기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이 세상 가장 용기있고 대담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나의 마지막 유서로, 굉장히 긴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종이가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펜 촉이 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내 피로 내 몸에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 바람직하지 못한 글자 놀음을 거두어 준 사람에게, 나는 지옥에서라도 키스를 보낼 것 입니다.

내가 자살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15년을 넘게 살아온 이 세계에는 낭만이란 것이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들의 식상한 웃음과 이야기는 아주 단조롭습니다만, 가끔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합니다. -그 지루함이라는 것이 나의 배를 후벼파기 때문에- 어쨌든 이 세상 사람들은 인생은 짧다, 인생은 한 번이다! 이같이 모험 자 인양 위풍당당한 이야기를 지껄여 놓고선 결국 죽기 까지 남의 비유나 살살 맞추는 겁쟁이들입니다. 사실 그들은 집 밖에 나가는 방법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어른스럽고 멋있는 문장들을 베스트셀러에서나 찾아 바보 같이 읽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면 아주 구역 질 이 나고 심지어는 다가가서 말 싸움이라도 걸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말싸움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멍청이, 멍청이, 바보들! 낭만을 모르는 사람들!

(또한) 우울보다 무서운 것은 무기력입니다. 이 세상이 그렇습니다. 낭만을 개척하기엔 이 곳이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나는 어릴때부터 춤 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나 귀여운 공주님 동화 같은 것을 즐겨 읽었습니다만, 지금 이 나이에 내가 그런 것을 하면 사람들은 나를 아주 미친놈으로 봅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것에 반항하기 위해 더 신나게 생활했지만 어쩐지 점점 천박한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살하는 것입니다. 이대로 노력해도 전부 무 쓸모 하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알아챘습니다. 확신합니다! 이 세계엔 즐거움이란 것이 없습니다, 유희에 대한 자비가 없습니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없습니다. 지금 이 세계는 나를 철저히 왕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세계는 너무 많이 진화하고,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과학의 진보이며, 혁신 같은 것입니다. 이 지구 위에 인간은, 벌레처럼 바글바글 서로 알을 까고 나와 추잡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인간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 심지어 천재들을 내치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몰상식하고 병신 같은 것입니다. 그런 지능 낮은 인간이 로봇을 만들거나, 수술할 때 사람의 배를 가르는 것, 또는 핸드폰 같은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것에 나는 몹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마치 자연의 낭만과 원천적인 규칙을 부시고 인간의 시체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어떻게 이 것에 적응하는 것일까요. 결국 사람들은 나를 로봇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내 심장에는 모터가 돌아 갈 것이고, 피는 전부 휘발유로 바뀔 것 입니다. 이 점을 고려해보면 사는 것이 죽는 것 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또한 자살하는 사람을 미친놈 취급하는 것이 이 사회입니다. 어쩔 땐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착각입니다. 자살은 신성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그 누구도 관여하거나, 아는 척 한 마디 얹히거나 해서는 아니 됩니다. 당연하지만 죽음조차도 삶의 일부이니까요. 산 사람들은 진정 죽음이란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 안타깝습니다.


2.

슬슬 내 신분을 밝혀볼까 합니다. 나는 범죄자가 아니고, 돈은 적당히 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크리스마스 날 친구 한명을 불러 어색하지 않게 식당에 들어가고,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정상적인 학생입니다.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새 부턴가 내가 흉내 냄에 질렸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생색내는 것도, 없애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무기력해진 상태라서, 나는 그것을 그저 감정으로만 삭힙니다. 보일 듯 말 듯한 여성의 앞머리와, 까만색 잠바와, 거기서 거기인 적당한 면상과 성적으로 울고 웃는 꼴을 보십시오.

이쯤에서 다시 나를 변호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에게 조금이라도 내 심정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이게 나약한 문장처럼 보이지 만은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방적인 것이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이 이 활자를 조합해 해석하며 골머리를 썩히고 조사를 받는 것은 사실 내 고민이 아니지요. 나는 그저 죽을 뿐입니다. 우선은 이런 내 태도부터가 문제있음 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더해 부모에게도 해본 적 없을 이야기를 얼굴 모르는 누군가에게 하다니 정말 소름끼치게 무책임한 일이지요. 세상사람들 십중팔구 이렇게 말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역시 식상한 흐름입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분명 당신네들이 알고 있는 정상인과는 다르지만, 이 순간 나는 아주 침착합니다. 나는 아직도 저무는 태양이 보이고 어슴푸레 떠다니는 달이 보입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우리집 어머니 아버지 액자 사진도 잘 보입니다. 즉슨 아직 나는 살아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 생명은 위대하다던 지 노력은 숭고하다던 지의 그런 멋있는 말에 도통 공감하지를 못하겠습니다. 모든지 우상시 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지만, 그것을 배제하고선 변명해보자면, 나는 아주 노력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웃으려면 아주 내 미소에서 썩은 내가 납니다. 코로 맡아 지는 게 아니라 머리로 가슴으로 맡아지는 것이라 더 괴롭습니다. 다리는 풍에 걸린 사람처럼 달달 떨리고 간질에 걸린 듯 빨리 흙바닥에서 뒹굴고 싶은 맘 뿐입니다. 삐죽거리는 눈망울과 허둥지둥 거리는 입가의 눈물이 금방이라도 침이 되어서 동굴에 고일 듯 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감동하는 것은 고역입니다.
3.

기왕이면 내 학교에 대해서도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곳은 무슨 곳이다 라고 정의내리기 몹시 힘듭니다. 하지만 내가 하나 정확하게 아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충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모두가 간과하며 고치려고는 눈꼽만큼도 생각치않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이미 교육의 본 목적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인간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인간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야 함이 진정 인간입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 성적에 웃고 우는 아이들을 보면 측은함을 느끼었습니다. 바스러진 이 세상에서, 윗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심취해있는 어린 일개미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라는 거대한 효심의 근원을 숭배하면서, 고작 몇 년, 혹은 몇십년 일찍 태어난 사람 앞에 고개를 수그리고 부당한 일엔 소리도 못지르는 것입니다. 그러다간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건 아주 최악입니다.

아무튼 인간이 숫자에 조종 당하게 만든 것은 인간 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조종당한 인간들은 어째서 인지 아랫사람을 조종하고, 그 아랫사람은 더 멀리 태어날 미래의 아기들까지 조종하려 애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쉬이 타인을 밟고 올라가고, 맹목적인 삶을 살면서, 좋은 대학교에 가면 \'아, 그래 이정도면 성공했지\' 하고 착각해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랑스럽게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남에게 평가당하고 조종당하는 삶을 꾸준히 살아온 이들입니다. 그런데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게 또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고 하늘을 보며 소리칠 줄도 알아야 하고, 색색이 돌을 칠하며 어린아이같이 웃어 보이기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조종당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경험을 살리지는 못하며 그 악습을 계속해나가고, 계속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당신도 알다시피, 이런 푸릇한 소녀소년들이 커서는 어른이 됩니다. 누가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들에게 세상을 가르쳐주지 않고, 행복한 문학작품만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가 싫습니다. 그들은 몸만 클 것 입니다. 나약한 이십대가 되어서 세상에 내팽겨치고, 아. 아아, 그리고 또 다시 학교에서의 그 무시무시한 경쟁심리와 피라미드식 구조, 서열화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성장한 양 깨어있는 \'척\' 을 해볼 것입니다. 서점에 있는 베스트 셀러들, 같지도 않은 인문학, 발치에서 썩어버린 그 지식들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처넣은 책들을 살 것입니다. 꼬질 거리며 낡아 흐뜨러진 한 시간의 대가로, 그 멍청한 책들을 살 것입니다. 상처받지 않는 법, 내가 나로 사는 법 같은, 이미 제목부터가 답이 없는 어설픈 책에 빠져들어 그것을 읽고, 또다시 깨달은척하고, 다시금 더 똑똑해 보이고 대단한 사람들 만나 좌절 할 것 입니다. 어찌 되었든 그런 자각 없는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의 미래는 끔찍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중간한 희망과 빛 속에서 어떻게든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려 용쓰지만 이미 그 낡아빠진 머리론 무용지물입니다.

결국은 좋은 성적에 기뻐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오랜만에 받은 칭찬에 행복해지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일단은 스스로가 무언가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웃을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사람이 시켜서 한 이상한 미소가 아니라, 오직 자기만을 위해 미소 지을 줄 아는 약간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즐거운 일을 맞이할 줄 알아야 합니다. 황금길 석양을 바라보며 하늘은 왜 이렇게도 뜨겁게 불타오르는지, 하루를 마감하며 그저 자기 몸을 불사 지르는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이른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성적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이런 턱없는 자연물을 보며 죽음을 생각하고 울어 볼 줄도 알아야합니다. 달래주는 사람 없이, 그저 의미 없는 눈물을 되삼키며 텅 빈 하늘을 바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남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도전이나 모험 따위가 아니라, 우리들이 우리들 자신으로서 사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런 것을 자각 않는 대중들은. 우리가 티비에서 말하는 핵무기 보다, 전쟁보다,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은 이슈들보다 무섭고 끔찍하고 두려운 것입니다.


4.

나는 이 세상 모든 식물과 동물을 동정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으로, 몹시 편협적인 것입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생존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으며, 사실 하루하루를 아주 평화롭게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우리 집 앞에 핀, 정말 형편없는 잡초덩어리를 보면서 매일 밤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잔뜩 행복한 일을 겪고 나서도 그곳을 지나치면, 사람 시선 따위는 어떨지도 좋으련만 그저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작고 예쁘지도 않은 풀떼기는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다, 관심을 주지 않는다. 착각은 어떻게도 나의 입장과 잘 엿 물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특징이라곤 그저 푸름 만 있는 그 긴 잡초의 등어리를 쓰다듬고 한참을 그곳에 앉아있었습니다. 한 송이 꽃봉오리도 없이 그저 태어난 것을 후회할만한 보잘것없는 생명체, 하루하루 근근히 땅의 양분와 최소한의 물을 끌어올리는 생활. 그리고 움직이지도 못하며, 약간 살랑거리는 그 지루함으로 일생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시원한 바람, 아침의 태양 같은 것은 이런 잡초 하나 비춰주기가 너무 바쁘어, 인간들에게 관심 받는 소나무나 열매를 맺는 체리나무, 사과나무, 아니면 흐트러지는 꽃이 아름다운 벚꽃 나무 정도만 쑥쑥이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이런 것들이 늙고 지치어 더 이상 열매도, 아름다운 꽃도 피우지 못하게 될 때는 그것을 인간들은 가차 없이 뽑아버리고, 심지어 자연물까지도 그 빈 자리를 탐내어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것입니다. 결국에 나는 이런 것 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고달프고 고달파, 인간보다 더한 고생에 입도 없고 다리도 없는 것들이 너무 슬펐던 것입니다.

동물은 식물보다 생물적으로야 사정이 더 낫긴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많이 이용당하는 악운의 존재입니다. 그것들은 정신과 몸체를 가졌지만 태어나자마자 빼앗기고 맙니다. 가령, 소 같은 것. 인간은 아주 하나하나를 버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고기만 뺏었음 됐지, 우유와 간, 장기까지 탈탈 털어가는 그 모습에 자존심이란 없습니다. 아주 바닥이 없습니다. 인간의 최고 동반자라 불리 우는 개들은, 그렇게 인간에게 충성을 하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동의 없는 감금이요 사정이 나쁘면 유기되기 까지 하고 최악의 상황엔 개장수에게 팔리기 까지 합니다. 이들은 살아남을 노력도 하기 전에 불가능한 슬픈 족속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슬픈 것이, 인간들이 관심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은 적당한 관심으로, 내일이면 잊어버릴 그들의 기억력입니다. 사실 인간이 모든 것에 감정을 품고 모든 것을 사랑하고, 슬퍼하고, 고뇌하며 잊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그렇게 까지 감정을 소비하다간 우울증에 걸려 이도저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나의 상태입니다. 나도 처음에서야 적당히 부터 시작했지만 가면 갈수록 그것들이, 이 세상에 사는 모든 부당한 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함으로서 나는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허여멀겋고 살집 없는 그 손을 차마 내팽겨 칠 수가 없고 그 아픈 이야기를 듣다보면 흘러내리는 눈물조차도 슬프지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슬픔보다는 아픔 이였습니다. 상처가 너무 커서, 새 옷을 사려고 해도 그 옷은 다시 갈기갈기 찢기어 그 자체로도 한 겨울 도시에 내다버려진 거지같았습니다. 그리 다들 좋은 미소를 짓고 살지만 사실은 그 앙증맞고 연약한 가슴을 지키는 인간들은 없었음에 분명합니다. 그 상처를 남에게 알려주지도 못하고, 그저 용기를 내어도 그 상처를 이해해 주는 인간이 없고, 또 그 상처를 이해한답시고 이상한 제안을 건내는 인간들이 반절, 반절의 두배 정도 이 좁다란 지구에 깔린 것 입니다. 나는 그런 어설픈 인간세계 시스템에 질리어, 이제 어떤 희망도, 용서도, 그리고 해결책도 생각나지가 않습니다.

5.

백화점에 갔더니 대문짝만한 티비 몇 개가 줄지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가격표가 띄워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화질이나 화면의 크기, 디자인 같은 것에 정신이 팔려 정작 이 티비 에서 무엇이 나오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주 무념무상 이였습니다. 그때 마침 (자연으로 돌아갑시다.) 라는 정조한 문구가 뜨인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아니, 프로그램이라는 너무 인위적인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냥 영상, 영화, 큰 스펙트럼에 넣어야 할 것 들이였습니다. 하이컬러의 티비에선 아무 노래도 없고, 나레이션도 없고, 사람들이 본다면 지루해 미칠 것 같은 그런 심심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파아란 자연이, 숲이, 그리고 끝없이 무성한 풀들이 한 가운데 이루어져 산이 되었습니다. 계곡에서는 그저 깨끗한 물들이, 고이지 않고 어디론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끝여름 이였는지 매미는 조용히 울고 나무는 푸르러 다같이 바람에 휩쓸리고 있었습니다. 명백히 깨끗하고 아무 모조품도 달려있지 않은 모습이, 나를 아주 반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가끔씩 21세기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며 삽니다. 지금은 모든 인간이 자연과 접촉할 기회가 극도로 부족하며, 태어날 때 조차도 인공적인 기계들에 의해 빼내지곤 합니다. 그런 삶에서 ‘아, 자연이 그립다.’ 라고 생각하는 인간은 몇 없을 것입니다. 사실 그저 피서나 놀음 같은 개념으로 산을 오르고 오지로 여행을 가도, 그것은 그럭저럭한 의미에서 멈출 것이지 여기서 평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으로 발전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정말로 그런 진지한 생각을 품는다 하여도 현세에 남겨둔 업적과 과제가 많아 그것을 포기하기란 정말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잠깐의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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