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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_플랫

개똥이(221.144) 2017.07.03 23:01:52
조회 98 추천 0 댓글 1

“우리는 꿈을 꾸는 기계일 뿐이예요”


그녀가 말했다.

플랫을 넘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시되던 암묵의 침묵을 그녀가 깨뜨린 것이다.


 그녀는 쪼그려서 자신을 꺼내었고, 나는 그 대화에서 그녀의 텅 빈 시선, 어떤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을 자유에 사로잡혔다.
그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이 세계에서 볼 수 없었다.그녀는 마치 존재가 아니게 된 듯이 플랫 속에서 전부 사라졌다.


 그녀를 알던 모든 사람들도 그녀와의 추억 전부를 잃어버렸는지 그녀의 행방을 물어보아도, 내가 내뱉은 그녀의 이름 자체를 낯설어했다. 마치 그녀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음성, 고대로 사라져버린 별세계의 알레프로 듣는 것 같았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한 기억 자체를 버벅이듯이 진술하고,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조금 더 잘 들리게 하기위해서,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또박하고 큰 목소리로 그녀에 대해 다시 말해줄 때마다 P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원숭이 흉내를 아주 잘내는 것 같다는 가시 박힌 농담을, 그 와중에도 평소의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P의 매너있는 야유에도 모욕감과 창피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도 그녀를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실망감은 그런 사소한 감정들을 파도처럼 덮어버렸다.


 나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었다. 최근에 그녀를 본적이 있냐고.


 어쨋거나 그런 이상한 이름의 여자는 나도 잘 모르겠네요. 그 여자, 사람이기는 한건가요?, 라고 P가 그런 말을 했다. 

그런 가벼운 답변을 참지 못해서 ‘그래. 너에게 그녀는 중요하지 않았나 보다’ 라고 정말 화가 나서 할 말, 못할 말 다 외쳐버릴 까봐, 서둘러 P의 가게를 나왔다. 

“잘 모를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거야. 이곳은 바라는 거 말고는 없는 곳이니까. 그래, 맞아. 맞을 거야. 너에게 그녀는 단지 단골이 자주 데려오는 손님 정도였으니 그 중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져버려도, 각자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거야." 그녀와 같이 다닌 이후로 하지 않던 혼잣말이 밸브없는 수도꼭지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러나 당신이 들어왔던 그 어떤 언어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음성으로 그녀를 말한다 하더라도 그 목소리는 분명히 남아서, 이 세계에 울리고 있어.

그녀는 여기에 분명히 살아 있어. 그게 그녀가 살아 있는 이유야


 그녀가 P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가 P의 삶의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그게 증거이여야만 했다. 그것 말고는 P의 인생에서 그녀가 사라질 수 있는 이유가 없었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나는 죽어버릴 것이다.


 나는 새삼 현재진행으로 플랫을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누군가의 인생은 기억 속에서, 사실로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면 아득히 먼 곳에서 종잇장을 오려내듯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잘 쳐줘봐야 엑스트라의 영역에서, 단지 있기로서니 있는 사람. 우리는 그저 어떤 심상이 수용하는 다수로서의 인간일 뿐이었다. 심지어 도려낸 부위는 상처나 흉터로 느껴지지 않고 도려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시 하나의 세계로 받아들여졌다. 그녀를 잊어버린 P처럼.


그렇다면 플랫에 끝에 남겨지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모두에게 중요해지지 않는다면 우리 각자의 이름은 서로 사라져 버리고

, 신호등에 점멸하는 인간의 수 만큼 거리를 떠도는 얼굴 없는 사람들. 그렇게 협소해지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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