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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보여주다.

펌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08 01: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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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내유동에 살고있던 현수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다, 가을낙엽이 무성히도 떨어진 거리를 거니는 중이었다.


제 27사단 포병연대에서 근무한 자신은 폐급이었던 이병시절을 뒤로하고 점차 진급하며 선임이되자 후임갈구기에


급급해져 제대로 미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못하고 갓 전역한 자신의 인생을고민하던 차, 어느새 갈색으로 물들여진


지나버린 거리엔 희미해져버린 과거의 기억들이 겹쳐보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해야하지 라는 뒷말을 삼키다. 어느새 공원을 빠져나온 그의 눈 앞에는 페인트칠이 벗겨져 헐어버린


벤치가 자리하고 있는중에 왼쪽손목에서 빛내고있는 은색시계는 세시를 가르켰다. 사람들이 지나갈 시간이기도 했지만


공원과 학교가 바로앞인 이곳은 평일에 사람이적어 그가 생각을 깊게할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있었다.


점심부터 두세시간가량 공원을 배회하다 아득해진 정신을 차려본 현수는 그동안 쉰적없는 다리가 조금 아려오는것을 느끼고


앞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양팔을 기대며, 고개를 치켜들은 그의눈엔 가득한 양떼구름이 흐르고있었다.


"흘러가는대로 살아야할까?"


흘러갈 물도없었다. 이제 20대 초반에 학교도 따로 직장도 다니지않는 그에게 물줄기란 없었던것이다. 그에겐 막막한 세상일뿐


"다리가 저려서 앉아야 될것같은데.. 팔좀치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


좌측에서 소리가 들려 하늘을쳐다보고있던 고개를 꺾으니 흰머리가 새하얗게 물든 노인이 있었다.


"아, 예 죄송합니다 비어있어서 저도모르게 팔을 걸치고있었네요"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자리를 내주셔서."


주름이 많이 지지않은 그는 중절모와 버버리코트, 검정색 로퍼를 멋들어지게 입고있었는데 문득 현수는 이사람이라면


자신이 가지고있는 응어리를 풀어낼수있지 않을까 노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고민이 있나보군요."


먼저 말을 꺼낸건 노인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묻고싶은게있었는데."


너털웃음을 보이며 눈가에 주름이진 그는 세상좋아보이는 웃음을 짓고있었다.


"허허, 그리 쳐다보는데 모를리가 있을까 말해보세요. 노인은 남는게 시간이니."


어릴적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면서 마음 한켠을 아려오게 하는 그의 웃음에 현수는 따라웃음 짓더니 손을저었다.


"말편히 하셔도돼요. 사실, 아니 사실이랄것도없이 저는 해놓은게 하나도없어요. 학생때는 게임에 빠져살다가 


대학교도 사람들따라 가서, 배울것도 앞으로 먹고살직업에 영향줄것도 아니란거를알고 자퇴하게됐고.."


현수는 그윽히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길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말을 끊고는, 땅을쳐다보며  이어나갔다


"학교를안다니니 입영연기가 안되더라구요. 솔직히 이어나갈 생각도 없었어요 저는 당시 아르바이트도안했거든요. 


고등학교애들은 점차 연락이안되고 안되는게아니라 제가 먼저 연락할수없었어요 부끄러워서 그러다 조용히 군대를갔죠.


할줄아는게 아무것도없었어요 제일심각했던게 뭔지아세요? 세탁기 하나 돌릴줄 몰랐다는거에요."


노인에게 말을 쏟아내는 현수는 그동안 말을할사람이없었다는듯 편히 들어주는 노인에게 속마음을 가득 내비치고있었다.


"그렇게 어리버리해서 혼나고 혼나다가 어느새 계급은 쌓이고, 보상심리인지 후임들에게 잘해주기는커녕 욕과 폭력만 했었어요.


힘들었던 군생활이 끝나가면서 나가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할수있을거같았거든요. 근데 나가도 아무것도없고 친구도,직업도


저는 군대가기전이랑 똑같더라구요. 할수있는것도없고, 남아있는건 자존심에 부모님의 고생을 눈치보며 피를 빠는 저였어요."


"아이야."


라고 입을열어 운을 떼는 노인은 초롱거리며 빛을내는 반지를낀손을 왼쪽어깨위에 올려놓았다.


"건장하구나, 건강한몸을 가지고있어 이 보잘것없는 노인의 몸보다. 나이가 어떻게 되니?"


"23살..이에요"


"구름사이로 비치는 하늘보다 파란 청춘이구나, 군대에서 운동을 많이했었니?"


"네, 전역이 가까워질수록 운동을 하게되드라구요.."


"탄탄한 어깨를보니, 옷으로 가려진 안의 몸들이 보이지않아도 단단하단것을 여김없이 보여주고있단다."


현수가 말의 속뜻을 이해하려고있을때 노인은 등을 툭툭 손바닥으로 털었더니 아래를 쳐다보는 현수가 허리를 피며 노인을 보았다.


"허리도 당당하게 세우고있고, 당찬 기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무엇이 그리 두려운것이야. 남들이 가기힘들고 버텨내기힘들었다는


군대도 끝냈고, 전역하면서 가졌던 그 자신감 말이야. 당장에 어떤일을 해도 남들보다 배로 해낼수있지않겠어?"


부모님앞에서도 한마디 못꺼냈던 현수였다. 말을꺼낼때라곤 전역한 민간인의 몸으로 용돈을 달라고 얼굴을 내비칠때뿐


현실적 조언을 들려주진 않았지만 마음속에 응어리를 풀어내고는 따뜻한것이 속 깊이 벅차오르며 눈을통해 무언가 고이게


하는 그런말들을 들려주었다. 다시 허리가 굽어지며 양손으로 눈을가린 현수는 이내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는 훌쩍였다.


"보이면 된단다 아이야. 자신감을 보이면돼 전역했을때의 그 자신감 벌써 사라진게야?"


"아뇨.. 지금 충분해졌어요."


"앞으로 실패를 할수도있단다, 아무리 커다란 자신감을 가지고 행하더라도 실패란존재하거든


하지만 아무것도하지않고 실패를 했다며 좌절하는 지금보단 무언가 달라질거다. 아르바이트


하나를하더라도 마음속엔 만족이 조금이나마 들어설것이야, 포기하지말아라. 보여주는것이야 너의 자신감."


"네.."


딩-동-댕-동


학교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어느덧 날은 어둑해지려고했다. 노인은 너털웃음을 내보이고는 다시 현수의 허리를 두번 털었다.


"허리 피고 아이야, 남자가 목소리가 왜그리작아? 자신감을 보여야지!"


"네!"


허리를 쭉펴낸 현수를 따라 노인도 기지개를 한번 펴더니 현수를 따뜻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일어섰다.


"시간이 되어서 할일이 있는데 이만 가야할것같단다."


"좋은 말씀 감사했어요!"


당차게 고마움을 표시한 현수는 꾸벅인사하고는 자신이 온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자기를 보기에 자세히 보진못했지만


그윽히 바라봐 주시는모습이 왠지 어릴적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과..


"어? 설마.."


집으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떼다 문득 스쳐지나 가는생각에 황급히 뒤를돌며 노인을 쳐다본 현수의 눈에는


"꺄악!!!"


"씨발 저새끼 또왔어!!"


할아버지가 버버리코트를 양손으로 주-욱 펼쳐내며 여고생들에게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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