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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먹자, 하늘이 보였다

뫼르달(61.78) 2017.10.22 12:53:17
조회 1012 추천 8 댓글 5

사람은 거북이처럼 자신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야만 한다.

아니면 스스로를 꾸역꾸역 삼켜야만 하는 것이다. 꼬리를 삼키는 뱀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니다보면 늘 움츠린 모양으로 걷게 된다. 새우처럼 등이 굽는다.

진해는 무척 아름다운 고장이다. 아마 무너진 제국으로부터 물려받은 군사 시설이나 만개한 벚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지만 사실 진해는 모항(母港)이기 이전에 아름다운 하늘을 자랑으로 하는 지역이다. 나는 이토록 넓고 맑은 하늘은 보질 못했다.

가끔 저녁놀이 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그러면 하늘은 온갖 물감들을 시연하는 파레트처럼 일렁인다.

구름이 분홍으로도, 제비꽃 색으로도 물들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의 섬에선 디딜 수 있는 바닥보다 하늘과 바다의 비중이 훨씬이나 커서, 나는 그런 것들을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다.

하늘과 바다가 먼 곳에서는 하나가 된다는 것을, 전갱이의 아랫배는 바늘처럼 뾰족하다는 것을, 낚아올려진 복어가 미끼를 씹을때 내는 뽀독거리는 소리를.

젖은 바위 틈바구니에 깊숙이 붙박인 거북손을 캘 때면 나는 무언가 아주 거대한 것과의 악수를 생각한다. 그건 말로도 글로도 캐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입질이 온다는 느낌, 그거 정말 대단하더라구. 락장치도 고장난 싸구려 낚시대를 쥐고 담배를 연신 빨아대며 멀리에 있는 다리를 바라보지.

하늘은 이미 막을 내리고. 바람이 없어 연기는 잘만 흩어지데. 맥주 한모금이 절실하다, 라고 느낄 그때 즈음인 거야.

저쪽에서 막 잡아당기는 느낌. 이리저리 발버둥치듯, 어쩌면 장난스럽게 보채듯, 뭐 그런 느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어. 


한뼘밖에 안 되는 전갱이가 나를 당길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그리고 마구 날뛰는 녀석을 손바닥으로 찰싹 찰싹, 때릴 때의 촉감.

고등어처럼 성미가 급한 녀석이라 널찍한 대야에 담가놓아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 

그날 밤에는 하늘을 실컷 바라봤어. 내가 처음으로 바다로부터 저녁 식사를 대접받은 날. 어쩌면 바다를 바라보기가 퍽 미안해선지도 모르고.

찰싹, 찰싹, 하루종일 같이 있었던 친구는 오밤중에 담배를 피러 나갔지. 녀석이 우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고. 

입술에 바늘이 걸린 것처럼, 막 퍽퍽하고 고자누룩한 울음 소리. 


나는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어. 물고기는 아픔도 느끼지 못한다던데. 흠, 흠, 흠.

별들이 참 많은 밤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물고기는 정말로 아프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저 위에서 던진 낚시바늘을 냉큼 삼켜버린, 정말로 불쌍한 족속들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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