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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에 기대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7.111) 2018.01.07 02:43:22
조회 732 추천 12 댓글 6

현실이나 이 가상세계나 비슷하다.
하지만 같지는 않다.

비슷한 것은, 이곳도 그리고 저곳도
수 많은 가면을 바꿔가며
입맛에 따라 가식을 떨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짓이 만연한 사회속에서
아무도 별 신경을 쓰진 않는 것도 같다.

어린시절 대게는 인생의 주인공은
\'너\'라고들 배운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이
이 무대에는 수 많은 배역이 존재하며
반드시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배정받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차츰 깨닫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 삶에서 조연처럼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겨우 발 맞추어
연기하기 급급한 숨 막히는 엑스트라.
이야기는 쉼 없이 흐르고 나는 그저
내던져진 채로 급류에 휩쓸리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인공이라면
이 연극은 아무도 보지 않을 싸구려
일상물이 분명할 테다.

하지만 현실과 이 가상세계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익명성이 주는
그 어떤 편견없는 또는 꾸밈이 필요없는
조금은 진실되지 않을까 믿고싶어지는
나의 본심이다.

익명성이란 것은 내가 닉네임을 고르고
나의 아바타의 컨셉을 잡아 설정대로
연기하기에도 매우 편한 수단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그건
현실이나 가상세계나 똑같이 무의미하고
공허한 헛짓거리일 뿐이다.

그저 일시적인 위안이다.
타인안에서 거짓된 나를 확인하며
안도해서 무엇이 해결되진 않는 법이다.
알면서도 이따금 그런 짓을 벌이는 건,
절실히 매달릴 만큼 위태로운 건 아마도
소외감과 외로움 그리고 허영심이 사무쳐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한시적으로 가득 채워준다.
감정의 포만감으로 나의 위만 불려준다는 것을 안다.
더 큰 공복감으로 더 많이 원하게 되겠지.

하지만 익명성은 그렇게 내게 독이기만 하진 않다.
익명성의 또 다른 쓰임새는 그 누구도 아닌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나조차도 설정하지 못 하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완전히 자아에서 벗어난
타인들과 섞여 녹아들어 결국엔 심연의 그 누구도
아닌 진심을 말할지도 모르는 가능성 바로 그 자체이다.

그것은 실로 낯설다. 내가 \'ㅇㅇ\'라는 통신사 아이피일 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먼 훗날엔 나조차도 그 때의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진심이나 본심 따위를 말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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