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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화장

익명(121.132) 2018.02.19 04:19:46
조회 155 추천 0 댓글 0
														

서문.


어떤 유명인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썼던 짧은 소설이 있다. 그 글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 글은 그 유명인의 이미지를 사용하긴 했지만 유명인에 대한 사사로운 글이 아니고, W. G. 제발트의 글처럼 이미지는 단지 텍스트의 한 부분으로 사용될 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그 글이 다루는 도덕적 책임감에 갈등을 느꼈다. 그 유명인을 함부로 뮤즈로 사용한다는 것, 나는 그렇다고 그 소설이 인정되도록 그 유명인에게 허락을 받는다면 오히려 소설이 침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짧은 생각을 적는 것으로 변명하는 것은 법정에서의 내 변호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예술적 책임에 대해 고뇌해야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 글을, 여기에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글의 주제는 묻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이 가치 있으려면, 철저하게 무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바람은, 이 글이 알려지지 않고, 따로 이야기되지도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떠한 반응조차도 않기를 바라지만 당연한 것처럼 세상은 그리 순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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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나는 소심스럽고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다소 볼품없어 보이는 데가 있는 사람이다. 낯설고 어려운 것이 두려워 친밀해지기 쉽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한 나 자신은 이런 상황에 놓였고, 그리하여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화장으로 가려져 있어 속내를 알기 어려운 보호받는 여성이 있고, 그녀와 말 한 마디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 알아가고 싶다. 저기 저 앞에 웃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사교적이고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처럼 보인다. 한 마디 한 마디 인간적이고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모든 장점들이 한데 모여 이룩한 첫인상은 바로,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관계를 선뜻 터놓기가 주저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조건에 놓인 남성들은 나와 다를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나처럼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수줍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 또한 기품 있는 첫인상의 소유자다. 그리하여 그런 남성들은 그녀와 동등한 입장에 있다. 그에 반해 내 모습은 그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겉모습에 치장이라곤 별 관심이 없을뿐더러 딱히 꾸민다고 하여도 그리 나아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이라곤 쓰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하여 내겐 박탈감이 존재한다. 어릴 적부터 비롯된 피상에 대한 무의식적인 증오가 내 행동을 주동(主動)하는 것이다. 그들에 비하여, 그들의 첫인상에 의해 눌리고 상처 입은 것이었다. 나는 여기에 한동안 시달리는 중이었다. 내겐 내가 가진 시시한 것 말고는 별 것이 없기에 알 수 없는 저들의 분장보다도 저급해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나는 이만큼이나 세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굳이 저들과 교류하려 애쓸 바에야 먼저 저들이 다가오길 바라고 있다. 남자는 딱히 바라지 않는다. 여자를 두고 본능적인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있다면 나는 끊임없이 내 생김새에 대하여 의식하게 될 것이다. 저러한 사람들은 본디 인기가 많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고, 그러하여 나는 그들이 먼저 선뜻 손을 내밀 리가 없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들도 나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저기에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나는 유독 혼자인 사람이다. 그게 기쁘지도 않고, 가끔 우울하다.


  이제 그들의 성격에 대하여 대강의 추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선하고 편견이 없고 스스럼없다면 나는 안심할 것이다. 그들과 어떠한 관계라도 했을 때 말이다. 그들의 태도가 내 사실은 볼품없음을 보호하고 지켜줄 것이다. 그들이 유능하다면 분위기는 또다시 바뀐다. 나는 사실은 볼품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응할 무언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나는 비렁뱅이라서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나친 표현을 하는 데에는 내 기질이 볼품없기 때문인 것도 있다. 그리하여 얕은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여자에 대해서 더욱 심화해보도록 하자. 그녀는 센스 있게 잘 세공된 그리스 우상처럼 보인다. 어쩌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달고 산다면 그만한 행복도 없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무식함이 별로 효율적이지도 않고, 그냥 개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추잡한 망상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는 데에 애쓰기 시작한다.


  ‘마음껏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 글쎄다.


  오히려 그들이 즐기는 듯싶은 사교질은 어떨까. 건전하게 일상을 공유하여 내가 즐거울 것은 없다. 그들 사이에서 점점 초라해지는 기분만 느끼고 결국 빠져나오게 될 것이다. 내 소개에 열등감이 강하다는 것을 미처 빼먹은 것이 아닌가. 여자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잠깐 내 쪽을 보았다. 나는 내가 말을 걸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속으로 한탄할 뿐이지 그 이상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추잡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서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자기보호적인 시각 때문에 실망한다. 그러니까 나는 저 여자와 친해지고 잘 지내보고 싶은 것인데 거기에 섞인 불순한 의도가 도저히 사라지질 않아서 고통을 받고 있다.


  ‘마음껏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 글쎄다.


  그렇다고 멀리서 마음껏 여자의 매력을 감상해서도 안 된다. 내겐 그것이 가슴 아픈 일이라서 그냥 그 자리를 떠나서 아예 앞으로 다시는 여자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죄의식이 없는 것이다. 그녀가 무슨 곤경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자는 즐거워 보인다. 내가 굳이 저기에 난입할 필요는 없다. 여자가 위험하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여자가 어떤 수치를, 인간성의 침해를 당하거나, 상처 입을 일이 없다면 나는 끼어 들어갈 구석이 없다. 만일 그러하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질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생각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만일 그러하다면 나는 죄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고 무엇을 하든 할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나는 여자와 최악의 상성관계에 있다. 접점이라곤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의 관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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