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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1(113.131) 2018.09.19 22:39:31
조회 82 추천 0 댓글 0

단 한 줄의 글도 남길 수 없었던 밤들에 대하여.

 

오래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경멸을 느낄 때가 있다.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여자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릴 때도 있다. 나를 업어 키우신 할머니에게 차가운 말을 뱉을 때가 종종 있다. 책장에 놓인 책들을 폐지처럼 느끼기도 한다. 노트에 남긴 메모들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엄마의 전화를 외면할 때가 있다. 다시는 담배 피우지 말자, 라고 다짐할 때가 있다. 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숙취를 걱정해 잔을 나누어 비운다. 외로움이 싫어서 불쑥 친구에게 보고싶다는 얘기를 한다. 여자들에게 습관적으로 예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난 연애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미리 준비한 그럴듯한 대답의 목록들을 떠올린다. 나는 제법 괜찮은 녀석이라는 생각은 정말 자주 한다.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만 보여주는 시의 목록이 있다. 신에 대해 물으면 코웃음을 치면서 곧잘 기도를 한다. 기도보다 자주 고해성사를 한다. 거울 앞에서 겸손을 연습한다. 차마 적지 못할 내용들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다.

 

책을 읽으며 쓰레기라는 생각을 정말 자주 한다. 내가 문학을 한다는 자기최면을 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울고 싶어서 울어볼 때가 있다.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데에 재능이 있다. 양보하기 싫어서 양보하는 것에도 물론 소질이 있다. 음악을 들을 때에 누군가 말을 걸면, 그 사람이 죽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면죄부로 쓴다. 아무나 사랑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네가 누군지 말할 수 없는 사랑의 말들을 생각하며 나는 다만 용서 받기를 기도한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네가 그립고, 너에게는 미안한 마음 뿐이다.

쓰레기 같은 글을 이유도 없이 게시한다. 이 또한 내 사랑의 방식인데, 그러니까 사랑에 빠질 준비를 아주 철저히 했다는 뜻이다.

 

역시 단 한 줄의 글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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