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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앱에서 작성

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9.26 09:48:06
조회 193 추천 2 댓글 0

한 주의 끝, 나에겐 시작인 그날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TV에선 라면 수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수프를 털어 넣은 뒤에 봉지에 남아있는 양까지 고려해서

총량을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전부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조금 덜 사랑했더라면 하는 못난 생각이 자리했다. 

사랑은 사람의 모서리를 닳게 하는 일이라며 

다듬어주기로 약속했던 우리가 

서롤 깎아내리기 시작하면서 

잘려나간 관계를 확인했고 

여느 문제가 그렇듯 맨 끝장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거미줄이 꼭 깨진 우리 사이의 균열 같아서 

이것도 울음으로 짜낸 게 아닌가 싶었다. 


한 주의 시작, 너에겐 끝인 그날 



그는 퇴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틀리면 틀린 대로 어색하면 어색한 그대로 두는 것이 

손가락 없이 헤아리는 방법이라면서 

한 글자에 문장을 담으라고 했다. 

손가락에 왜 마디가 있는 줄 아십니까?라고 

물으려는 순간 그는 들여다보라고 덧붙였다. 

네 감정의 목록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 무엇인지 

나는 질문을 망설인 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데 묶기엔 칸이 비좁았고 

모든 자리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한 웹툰 작가의 표현이 떠올랐다. 

'사귀니까 사랑했다' 

눈물이 나서 슬펐고 

베스트 셀러라서 잘 팔렸다는 식의 

한철 농담 같은 사랑을 했다. 



그는 늘 어제의 일기를 썼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적는 일기는

남아있는 가능성을 포기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어제 날씨가 어땠는지 무슨 말을 하고 어디로 달아났는지

사람을 잃은 뒤로 장르가 매일 바뀌었고

그제서야 그가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았다.

사랑은 늘 다르게 표현되어야 했다.

내 입맛에 맞게 변한 상대를 마주하면

내가 변하고 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을 확인하는 게 슬픈 이유는

상대의 말을 빌려 내 감정을 확신하려는 마음 때문 아닐까

텍스트로 주고받던 대화 내용에 '나도'가 늘었을 때부터

나는 상대를 사랑했던 건지,

나를 사랑해주는 마음을 사랑했던 건지 헷갈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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