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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v(1.240) 2018.10.07 03:44:42
조회 106 추천 0 댓글 3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어떤 색이 나오더라. 아니, 색이 아니라 빛. 붉은 빛깔과 푸른 빛깔이 섞이면 어느 빛깔이 나오더라. 아마 다홍빛일 것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하지만 그림자의 강물이 동쪽으로 흐를 적 하늘의 빛깔이 보통 그러한 빛깔이니, 적어도 노란빛이나 초록빛 따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고로 나는 창틀에 기대어 바라본 푸르고 붉은 빛이 혼합된 빛깔의 하늘을 다홍빛 하늘이라고 불러야 마땅한지 고민에 빠졌다. 

마이너스 시력에 굴절이 심한 안경을 통해야 또렷히 세상을 보는 두 눈이었지만, 수천은 본 놀이 지는 저녁 하늘의 맑은 빛을 오인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저 빛깔이 다홍빛으로 보이지 않았다. 푸른빛과 붉은빛의 혼합, 그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스스로 되물어도 우스운 표현이었다. 왼짝 신발과 오른짝 신발이 신발 한 쌍과 다르다고 말하는 꼴이 아닌가. 하지만 내 몸뚱아리 어디선가 자꾸만 다르다고, 다르다고 속삭이는 기분이었다. 

우수수 파도 소리를 내며 나무들이 바람에 떤다. 가지에서 떨어져 흩어지는 이파리들은 어느새 동쪽 지평에 닿을만큼 흘러간 검은 강물 위로 퐁당퐁당 몇 번인가 솟구치다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안주거리로 씹기에도 뭣한, 바보같은 상황에 실소가 나왔지만, 창틀에 그려진 하늘 풍경에서 눈을 떨 수 없었다. 잘 봐봐, 다홍빛이 아니라 푸른빛과 붉은빛이 마구 엉킨 거 아냐? 몸 속에서 징징 울리며 꼼짝도 못하게 하는 질문이었지만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한 순간 검은 강물이 뚝 말라버리고 갈빛 도는 물고기들이 철퍽거리며 바닥을 뒹굴게 되는 시간이. 찰나처럼. 순식간에. 

깊게 한숨을 쉬며 창틀에서 일으키려 한 몸을 다시 털썩 바닥에 얹어놓았다. 사라질 것만 같았던 징징거리는 소리가 질문을 바꿔버렸다. 자, 저 하늘의 빛깔은 이제 또 어떤 빛깔인가.       


군머서 하늘보다가 생각나서 쓴 잡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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