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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타

지기미(121.157) 2019.02.18 17:38:10
조회 89 추천 0 댓글 0

   새벽 4시에 현관을 나서서 경기도 구리시에 자리한 농수산도매시장을 찍고 성남으로 출근하는 생활을 거듭하던 어느 날이었다.<!-- } SE-TEXT --><!-- SE-TEXT { -->

그날도 어김없이 시장을 거쳐 성남에 다다랐을 즈음, 느닷없이 5톤은 족히 돼 보이는 트럭의 뒤태를 마주하게 되었다. 트럭은 제 길이보다 길게 뻗은 한 묶음의 철근을 등에 지고 뒤뚱뒤뚱 앞서가고 있었다. 당시 내가 일하는 공장으로 가려면 그 길이 질러가는 길이었으나 또한 그 길은 두 운수회사가 터 잡은 버스 종점의 둘레를 휘돌아나가는 길이어서 차로는 2차로였지만 다른 한 차로는 사실상 두 운수회사의 버스들이 주차장으로 삼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하는 수없이 나는 속력을 줄이고 꿀렁거리는 철근을 바라보며 트럭의 꽁무니를 추적추적 뒤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가뜩이나 누적된 피로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순간 줄어든 속력 때문이었을까. 잠시 잠깐(1~2초 사이?) 꾸벅거린 찰나의 순간을 관통해 들어온 철근! 눈시울에 물파스를 바른 듯 서늘하게 팽창해진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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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를 쏘아보니 조수석 앞 유리는 이미 깨져 있었고 조수석 시트의 등받이에 박혔다가 뽑혀나간 철근 끝에는 시트의 속 재료가 살점처럼 묻어 있었다. 여하간 잽싸게 브레이크를 밟긴 했으나 트럭은 앞서와 같이 뒤뚱거리며 제 갈 길을 따라 멀어져 가고……. 공중에서 떨어진 수박처럼 산산 조각난 나의 정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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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선연하고 아찔했던 그때 그 생사의 갈림길을 떠올리며, 만에 하나 그 철근이 운전석을 겨냥했었더라면, 말 그대로 나의 수박만 한 머리통은 수박처럼 산산이 으깨어지고도 남았으리라. 아울러 운전석이 아니었더라도 조수석에 동승자라도 있었으면 어쩔 뻔했나!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 경성 쇼와 62년』의 도입부에 나오는 비유가 이토록 와닿은 적이 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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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참새가 떨어진다면, 그러나 그 참새가 내 어깻죽지를 스치듯 떨어진대도 우리는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아니, 하물며 내 정수리 위로 떨어진다 한들 고작 참새의 무게라면……. 그런데 그 참새를 제왕을 암살하려는 자객의 칼날로 대치해보면 얘기는 사뭇 심각해진다. 참새가 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 내가 바라보는 저 숲으로 떨어지든, 아니면 내 어깻죽지 곁을 스치듯 떨어지든, 그 떨어지게 될 지점 즉 ‘방향’의 문제는 내 생사를 가르는 데 있어서 하등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나 그것이 앞서 들춘 바, 제왕을 암살하려고 제왕의 등 뒤에서 팔을 치켜든 자객의 칼날이라면! 그때에 있어서만큼 방향의 문제, 다시 말해 이쪽과 저쪽뿐만이 아니라 이만큼과 요만큼의 차이라도 생사를 가르는 데 있어서는 심각하고도 모골이 송연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그마만큼 아무리 미미한 차이라도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혹은 또 다른 삶을 향해 발부리를 들여놓기에 앞서 무릇 방향을 어찌 설정할 것인가, 방향을 몇 도로 틀 것이가 하는 문제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될 문제인 듯하다. 그 이만큼과 요만큼의 차이가 궁극적으로는 한 사람의 생사 내지는 한 사업의 흥망을 가르는 데 아주 치명적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한 인문학자의 말을 빌려, 천사와 악마의 에너지는 같다고 할 때, 그 에너지가 천사가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벡터 즉 방향성에 달려 있다고 보면, 어디로 갈 것인가 내지는 어느 곳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가 하는 성찰과 설정이 없다면 그 삶(사람)은 난바다를 표류하던 통통배처럼 마침내 연료가 바닥나고, 삽시간에 불어닥친 풍랑에 그저 맥없이 전복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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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이 자신의 삶 또는 업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방향을 설정한다는 건 심지어 그 한 개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방향을 설정한 그 하나의 개인을 위시한 제이, 제삼의 타자들의 방향 설정에도 연쇄적 효과 내지는 역효과를 끼치게 되는 바, 그런 만큼 방향을 잡고 나아간다는 건 단순히 치기 어린 마음으로써 혹은 간단 없이 밀어붙일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몸집이 큰 어미닭은 격자로 짜인 하수구 덮개 위를 무리 없이 건너가지만 그 뒤를 따르는 병아리들은 자칫 그 격자의 틈새로 발을 빠트려 하수구 밑으로 추락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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