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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엽편경연] 어느 포도청 관원의 이야기.

옥황상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24 02:18:52
조회 76 추천 0 댓글 5


 반 년 전, 나라에서는 금주령을 내렸다. 이는 어명이라 어기면 관리라도 용서받지 못하고 파직당하는 무게가 무거운 법이다. 나는 국법을 어기는 자들을 찾아다니는 포도청의 관리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어느 초가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흘러오는 냄새, 이 냄새는 바로 술냄새가 아닌가 ! 내 민감한 후각을 자극하는 이 술냄새에 바로 그 집으로 들이닥쳐 내 신분을 밝혔다.
 "나는 포도청 관리다! 이 집의 주인은 즉시 나오라!"
 나를 맞아 나온 이는 무척 늙은 여인이었다. 그 노파가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막걸리, 술이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라에서 백성들의 정신을 흐린다하여 술 빚는 것을 금한 것이 반 년 전이거늘, 아직도 이 법을 몰랐다는 말이오?"
 "아이고,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실은 제 남편이 중병에 걸렸는데 너무나도 술을 마시고 싶어하여 그랬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그 늙은 여인은 나에게 연신 굽신굽신 허리를 굽히며 간청했다. 나는 관리로서 마땅히 이 여인을 체포하여 포도청으로 끌고가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병든 남편의 소원이라 하여 국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술을 빚어내고 있는 이 늙은 여인을 보자니 오히려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여인에게서 우리 어머니와 같은 느낌이 풍긴다.
 "내 병자를 위하는 그 마음을 생각하여 한 번은 용서해주리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오!"
 그 노파는 내게 아까처럼 굽신굽신거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 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참말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다음부터는 정말로 술을 빚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주의를 주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내 일터 포도청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내 직속상관인 종사관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자네가 보기에 요즘은 국법을 어기는 자들이 없는가?"
 문득 며칠 전 그 노파가 생각났지만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을 끄덕였다. 종사관은 계속 말을 잇는다.
 "자네, 나와 함께 가야겠네. 국법을 어기고 술을 빚어 파는 자가 있다는 밀고가 들어와서 말이야."
 상관이 따르라는데 어찌 가지 않겠는가.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종사관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종사관이 가는 길이 어디서 많이 본 길이다. 아니, 이 길은!
 종사관과 내가 당도한 곳은 며칠 전 막걸리를 빚어내다 내게 적발된 그 노파의 집 앞이었다. 저쪽에서 웬 중년의 사내가 종사관에게 다가온다. 이내 귓속말을 속닥거린다.
 \'저 놈이 밀고자로구나.\'
 종사관이 궐자의 말을 듣더니 내게 명령을 한다.
 "자네가 들어가서 이 자의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고 오게."
 나는 그 밀고자놈을 흘겨보면서 그 집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그 늙은 여인은 방 안에 있는지 마당이나 부엌은 조용했다. 부엌을 뒤져보니 아직 막걸리가 남아있다.
 "이보시오! 어서 좀 나와보시오!"
 나는 살며시 목소리를 줄여 노파를 찾았다.
 "아이고, 어쩐 일이십니까?! 설마 지금 잡아가시려는…."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요? 지금 이 집에서 술을 빚었다는 밀고가 들어왔소!"
 노파는 적잖이 놀란듯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 집에서 술을 빚은 사실이 왜 바깥으로 새어나간 거요?"
 나는 노파에게 물었다.
 "실은 사흘 전쯤 저 건너편에 사는 김씨가 자기 집에도 병든 가족이 있는데 그 사람이 술을 찾는다면서, 혹 술이 있는가 하고 묻기에 조금 내어주었는데 설마 그놈이 밀고를…!"
 "왜 술을 내어주었소?! 아무리 그래도 국법을 어긴 것인데 남들은 모르게 해야하지 않소! 내 기껏 모른체했건만 말짱도루묵이 되었군그래!"
 "아이고, 아무리 그래도 이웃인데, 사정을 들으니 우리 남편 생각이 나서 그만…."
 "참으로 답답하구려!"
 나는 집을 나와 종사관에게 말했다. 이 집에 술 따위는 없다고.
 그리고는 종사관에게 나는 다른 볼 일이 생겼으니 먼저 가보시라고 하고, 그 중년 사내를 살짝 불렀다. 그리고는 궐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 노인이 이웃을 생각해서 감출 수도 있었던 술을 내어줬는데 어찌 그리 배은망덕한 짓을 한단 말인가!"
 궐자는 사색이 되어 도망가고 나는 분노를 누르며 다시 집으로 들어가 노파에게 말했다.
 "내 다시한번 손을 썼으니 아무도 모르게 술을 처분하시오. 빨리!"
 그로부터 또 며칠이 지나고, 다시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종사관이 나를 찾는다고 한다. 종사관에게 가니 종사관이 나에게 따져 묻는다.
 "며칠 전 그 집에서 술을 빚은 것을 자네는 알고 있었다고? 그것이 사실인가?!"
 나는 조금 놀랐지만 당당히 말했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노파의 병든 남편이 술을 너무나도 원했다고 하기에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그리고 그 밀고자는 이웃을 생각한 노파의 믿음을 배반했구요."
 종사관은 기가 막혔는지 웃는다.
 "자네는 참 대단하구만. 인정이 있어. 그런데, 자네가 무언가 착각하는 것이 있어."
 "예?"
 "그 집에 노파는 없네."
 "무슨 말도 말씀이십니까? 제가 분명히 노파를 만났는데요. 그리고 그 밀고자도 노파에게 술을 얻었지 않습니까?"
 나는 어이가 없어 항변했지만 종사관이 더 어이가 없는듯 내게 설명을 한다.
 "자네야말로 헛것을 본게 아닌가? 그 집은 10년 째 빈 집이네. 내가 자네와 함께 갔던 건 그곳이 술을 밀매하는 자들이 거기 모여든다기에 그랬던 것 뿐이야. 밀고자는 그 집에 물독을 진 자들 몇몇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봤다기에 무슨 노파 타령인가?!"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럼 내가 본 노파는 뭐지?
 "그 집이 빈 집이 되기 전, 그러니까 20년 정도 전에는 아주 늙은 여인이 자기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네. 그런데 그 남편이 병이 들고, 갑자기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고 떼를 쓰다가 급사하고 말았지. 그 노파는 남편이 죽자 상실감에 빠져 결국엔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어. 이는 내가 종사관이 아니라 포도부장을 하던 때에 있었던 일이야. 자네가 노파라고 하니 그 노파가 생각나는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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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갤에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갤러리 여기저기를 정처없이 떠도는 부랑자 옥황상제입니다.
예전에 다모 이야기가 한창 유행할 때 이런 이야기를 봐서 조금 각색해서 쓰다가 생각이 안나 끝부분 이야기를 바꿔버렸습니다. 흠좀무...메일은 그냥 내용을 한글문서에 붙여넣어서 보내드리면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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