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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아이돌 다이어리 4권 마키편 7.내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에 온 이유

붉은장미공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1.25 13: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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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즈음.
여름방학 직전에 진로지도하는 자리에서 나는 선생님을 매우 놀라게 했었지.
“니시키노 양이 정말로 오토노키자카학원 희망으로 괜찮은거니!? 거긴 금방 폐교될 게 몇 년 전부터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마이너한 곳인데-”
말하는 내내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던 그 선생님의 얼굴은 아직도 눈에 선해. 아아, 아무리 국립과 구립으로 관장하는 곳이 다르다곤 해도, 그래봤자 같은 공립학교 계열 따위, 그런 식으로 말하면 괜히 모가 난 거 같으려나, 응응. 그즈음엔 불만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인생전반에서 틱틱거렸던 나는, 아아 알아요 안다구요 하는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단호하게 말했지.
“아버지의 방침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상대가 입을 다무는 걸 알았거든.
아버지는 구내에서도 좀 유명한 종합병원의 운영자로, 입학할 때부터 여기저기 알려져있을 정도였으니깐 그 병원의 따님이 공립학교로 온다고 하니. 그러니 아버지를 내세워야 선생님들도 대부분 입을 다물거든. 무능한 방관자1) 선생들이라면 더욱이나. 흥이다, 퍽이나 미안하게 됐네요! 앞으로 훨씬 더 수준 낮은, 폐교직전의 잊혀져가는 국립학교 오토노키자카 학원따위를 가게 되어버리게 돼서! 흥. 나란히 놓인 책상편 쪽에 있는 선생을 향해서 “이미 정해진 일입니다. 제 성적으로 오토노키자카 학원에 떨어질 일 같은 건 거의 없을테니 오늘은 이정도로 괜찮지요.” 같이 건방진 말까지 하면서. 역시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

 

그래, 그래도 중학교때까지 내가 다녔던 학교는 구내에선 일단 인기가 있는 학교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하나로 합쳐져서 9년제였어. 구에선 유일한 의무교육 일체형 학교의 모델 케이스가 된 학교고, 구내에선 매우 귀여운 제복같은 것도 있었다보니, 그 학군 이외에도 구내 전체에서도 제법 많은 숫자의 희망자가 모이는 곳이었어. 실제로 내 집에서도 제법 떨어져 있는 곳이라 차를 타고 다녔었어. 그러니, 초등학교 시절의 린쨩이나 하나요쨩과는 물론 만난 적도 없었고, 호노카쨩이나 에리쨩같은 2, 3학년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오토노키자카 학원에 들어가게 된거지. 아 그저 살고 있던 집과 제법 가까워서, 호노카쨩네 집이나 우미쨩네 집은 그 지역에서 유명하니 호무라나 소노다 도장이 있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어. 그런 내가 집에서 병원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처음 나는 사립초등학교의 수험에서 떨어져서 여기에 왔다고 주변에는 생각했던 모양인가 봐. 그렇지만 그 생각을 고치게 했던 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어. 초등학교때는 줄곧 학급위원이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물론 학생회 임원도 했었거든. 여태껏 완벽하게, 내신 성적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수행해왔다는 자신도 있었고, 쭉 그렇게 생각했었지. 니시키노 종합병원의 아가씨가 왜 여기에? 라면서 다들 나를 어디선가 멀리하고 있는 와중에. 나도 물론 원래대로라면 이런 공립학교가 아니라 사립의 고급스러운 여자학교에 있어야 했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니 문제는, 분기점이 될 중 3이 되고, 그 이후의 진로. 치요다 구에는 옛날부터 사립학교가 많이 있으니까, 그 주변에는 초등학교때는 연고를 우선하는 공립들을 선택하는 부모님들이라도 중학교부터는 사립을 선택하는 케이스가 제법 많았어. 그 와중에 물론 나도 당연히 고등학교는 사립의 아가씨 학교를 선택하리라고 주변에서도 생각했었을거야. 진짜로, 당초에 공립 지향도 아니었고, 이런 성격이니깐,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설마했던 그 오토노키자카학원 입학 시험. 아아, 내가 생각해도 어질어질할 지경이야. 분명 또 학급의 누군가가 화제를 제공했었을 게 틀림이 없지. ‘그 니시키노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에 간다고-’ ‘에? 어째서!? 시험 떨어졌나!?!?’ ‘아, 사실은 머리가 좋지 않구나-’라든가. ‘기말시험에서도 학년 톱이었는데 하필이면 오토노키자카 따위라니,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나보지-’. 벌써부터 교실내에서 떠도는 속삭임들이 들려왔어. 나에게는 직접 말하러 오지도 못하고, 멀리서 수군거리는 소리. 아아- 정말, 아빠는 뭐하자는거야!
“병원의 뒤를 이으려면 연고지역의 학교에 들어가거라.”라니, 뭐야 그딴 거! 의미 불명이야! 아아 – 젠장, 내가 어째서 오토노키자카 학원인지 묻고 싶은 지경인데!

 

“마키쨩 오토노키자카 학원 간다는게 정말이니?”
그 때문인지 여름방학 전의 마지막 수영 수업때 우연히 짝이 되었던 그 애의 말을 들었을 때는 허를 찔려버려서,
“응,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이, 지만.”
하고 무심결에 솔직히 대답했어. 누군가에게는 한번정도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어. 감색빛의 수영복으로 튀는 물보라, 벌써 7월도 반이나 지나간 여름 하늘은 정말 탁 트여있어서 나도 꽤나 마음이 열렸던 걸까나. 이제 곧 다가오는 여름방학. 시선이 따가워서 있기 불편한 학교 따위는 이제 곧 안 와도 되겠지. 그런데 그런 나의 대답을 듣고는,
“그렇구나, 의외야!”
싱긋 웃으면서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 애는 같은 반 애들 중 유일하게 나를 마키쨩이라고 불러주는 ‘오자키 마코’. 그리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을텐데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그 애는 어쩐지 천연스러운 느낌이라, 언제나 반에서 조금 경원시되는 나의 위치같은건 전혀 아는 거 같지 않았지. 그래서였나 나도 자연스럽게 대답하게 되었어. 평소에는 그런 재미없는 뻔할 뻔자인 이야기같은 건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흥미없다는 얼굴로 듣지 않을 나였을텐데.
“오자키는? 지망학교 벌써 정했지?”
“난 오토노키자카와는 다른 사립 여학교야. 전원추천2)에서 거의 정해진거 같아. 나도 부모님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근데 좋겠다. 마키쨩은. 사실 나도 오토노키자카에 가고 싶었거든.”
-어?
“방금- 뭐라고 했어?”
오자키는 쿡쿡 웃었어.
“오토노키자카에 가고싶었다고, 말했지”
“에엑!? 오토노키자카에 가고싶다니, 설마 그 오토노키자카로? 정말이야? 왜? 어째서? 저기, 어딘가 다른 학교랑 착각한거는...”
말하려던 나를 막으면서 오자키는 이번에는 되려 이상하다는 듯 목소리 높여 웃었어.
“마키쨩도 참~ 자기는 오토노키자카 가면서 그렇게 말 안해도 되잖아 후후”
바라본 그 얼굴은 친근하게 느껴지는 둥근 얼굴에 밝은 빛의 미디엄헤어 스타일에 명랑했지만, 어딘가 조금 나사가 빠진 듯한 말투여서. 은근한 악의나 본심을 감추거나 겉치레하는 얼굴도, 무엇하나도 조금도 없을것만 같은 천진난만한 분위기의 오자키.
“저기, 마키쨩은 언제나 차로 학교를 다니니까 통학할 때는 못만나지만, 나 오가와마치에서 학교다녀. 마키쨩네 병원도 가본적 있구.”
“아, 아아아~ 그래서 오토노키자카구나. 그, 그렇겠군. 그 주변에선, 가가가, 가까울테니까!”
오자키의 입에서 우리집 병원 이야기가 나오는게 왠지 짜증나서 큰 소리로 빠르게 말해버린 나. 너무 소리를 높였나, 실패로군. 근데 그런 내 모습은 아랑곳않고,
“응, 그랬어. 그래서 나, 사실은 초등학교도 근처의 오토노키자카 초등학교에 가는 거였는데, 부모님이 시험삼아 지원했더니 합격했거든.”
에헤헷, 하며 웃는 오자키의 움직임에 혹하고 있더라구. 오자키의 의외로 큰 가슴이 흔들리더라. 학교 수영복일텐데, 아직 중3일텐데... 뭔가... 굉장해. 그런 나의 시선을 깨달은 듯한 오자키가 나의 가슴에 가볍게 손을 대보고서는 마키쨩은 아직 멀었네하면서 웃은 뒤에 어째서 오토노키자카 학원에 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해줬어.

 

초등학교때부터 고향과 먼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향쪽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고. 지역의 축제나 봉오도리 같은 게 있을 때 같이 움직이는 오토노키자카의 애들이 부러웠다고. 여기 애들 다들 멀리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방과후에 같이 놀지도 못해서 외롭다고 생각했다고. 이 학교의 애들은 다 괜찮긴한데 경쟁심이 너무 강해서 자기에겐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고등학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걸어다닐 수 있는 근처 학교로 가고싶다고 생각했었다고. 하지만, 부모님한테 그걸 이야기했더니 크게 반대하셨다네. 고등학교가 되어서도 근처 학교로 걸어다니는 애들은 거의 없고 친구가 필요하다면 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전철로 통학하는거 아니면 친구들과 지낼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거라면서. 뭐, 그건 맞긴 하네. 보통, 도쿄 내에서 고등학교를 걸어다닌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깐. 나도 무의식적으로 동의를 해서 그 애 역시 또 쾌활하게 웃었어.
“그렇지, 나도 참, 그런건 전혀 몰랐거든. 정말로 정신이 없지!”
그렇게 조금씩 시작되었던 나와 오자키의 짧은 우정.
“마키쨩과 또 주변 이야기 같이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그 애의 얼굴이 풀의 반사되는 빛으로 환하게 반짝여서 내가 보기엔 정말로 눈부셔서,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어.

그날 젖은 수영복을 넣은 풀 백을 메고 돌아가던 길이었어. 구단3)에서 야스쿠니까지 가는 차도, 나는 용건이 있다고 말하면서 조금 빨리 내렸어. 걸어가며 거리를 보니,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빌딩들이 늘어난 거 같아. 오자키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신경쓰지도 않았지만 말야.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점점 변해가는 거리에 소외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며 오자키는 그렇게 이야기 했어. 소외된다니? 저런 애들도 적고 날만 흘러갈 뿐인 오피스뿐인 거리의 좁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거 같은 이 거리가? 물어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다보니 오자키가 이야기했던 그대로였어. 야스쿠니 근처에서부터 오래된 쇼와 초기의 거리에 남아있는 스다초를 지나, 쇼헤이바시를 통해 아키하바라 쪽을 걷다보면 알겠더라구. 그 변화를. 쇼와시대에서 헤이세이시대, 그리고 2000년대가 지나가면서 외국어가 범람하는 새로운 아키하바라에. 이렇게 걸어서 30분도 안 걸리고 걸을 수 있는 거리에서 시간은 마치 한번에 가속도를 붙여서 100년을 이동하는 것만 같았어. 지금 생각하면 거창하게 홍보하면서 시작되었던 아키하바라가 대대적으로 선전하고서는 역 앞을 개발한 전후로 해서 여기 오챠노미즈하고 오가와마치 주변은 제법 변했었지. 지금이야 조금은 익숙해진거긴 하지만, 집 앞의 공원은 폐허가 돼서 지금은 부지들로 가득 갖춰져서 놀랄 정도로 검은 빛을 내는 커더란 빌딩들이 세워졌고, 오챠노미즈의 오래되고 유명한 책방은 폐점되었고, 몇 개나 있던 유명한 찻집들은 점점 줄어들어서, 어릴 적엔 엄마하고 같이 자주 갔었던 후르츠팔러4)도 몇 년 전에 사라졌더라구. 아아, 만소5)의 핫 케익이랑 멜론 쥬스, 내가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리고 그 뒤로는 당연히 늘어나는 여기저기서 보이는 유명한 체인점들이나 카페, 술집, 편의점들. 체인점이 나쁘다거나 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 편의점도 편해서 좋아하고.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예전부터 개인이 영업하는 곳들이 사라지는 것은, 호노카쨩만큼은 아니어도, 조금 쓸쓸해. 그 규모는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마찬가지로 개인 영업하는 니시키노 종합병원의 딸로서 말이지.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가면 ‘마키쨩 어서와’ 하면서 반겨주던 사람들도 점차 줄어드는 이 거리. 호노카쨩의 집이 있는 스다초 쪽은 그나마 아직 여러 가지로 오래된 점포들이 잘 되고는 있지만,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기만 해도, 벌써 이렇게 변해가고 있어. 그걸 깨닫고 나서 후우 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 잠시 숨쉬기 벅차다고 느껴져서. 마치 유속이 빠른 하천 안에 혼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분명 그 애도 특히나 이런 걸 느끼고 있었던 거겠지. 오자키한테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도 갑자기 알게 되었어. 여기저기에 웅덩이와 깊은 곳을 남기면서- 그러면서도 흐르고 흘러서 변해가는 널따란 하천 속이라. 이 흐름의 앞으로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나. 언젠가는 커다란 바다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즐기는 그런 날이 올까? 이 거리에서? 그런데도 나는 여태까지 그런걸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었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걸. 이런 상황들이 당연하다는 듯, 그런 모습에 의문을 품거나 하지는 않았거든. 애들의 세계란건 좁으니깐,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니까, 보통은 그런 걸 딱히 신경쓰거나 하지는 않잖아? 호노카쨩이나 우미쨩같이 오래된 집의 아이들이라면 그 주변이란게 다른 거겠지. 어릴적부터 짊어져야하는 것이 있을테니까, 전통이 있어서라고- 가끔 그렇게 생각해. 그 애들은 살아온 스케일이 다르다고. 자신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들이나, 가게나, 도장이나, 그만한 역사가 있는 그 십 수년. 나에겐 그게 지금의 전부일 뿐이지만, 그런 아이들에게는 ‘지금’이란 것은 자신이 소속된 곳의 역사의 마지막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거야. 아무리 거리에서 유명하고 큰 병원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저 아버지가 의사다라고만 생각하는 나하고는 달랐어.

 

생각해보면, 오자키는 역시 어딘가 호노카쨩과 닮은 구석이 있어. 언제나 건강하게 찰랑거리고 밝게 빛나는 미디엄 헤어에, 웃으면 나타나는 상냥한 눈매, 말하면 어딘가 붕하고 떠있는 듯한 말투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밝고 명랑함. 무심코 말려들어서 웃게되는 그 미소. 그리고 자신의 거리와 오토노키자카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오자키는 천진난만하고 천연스러워서 언제나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였어. 성적도 그렇게 좋은 거 같지도 않고, 교실에서도 눈에 띄거나 하지 않았거든. 언제나 웃으면서 어딘가 서투른 구석이 있어서, 손해나 이득에 관한거도 정말로 둔해서... 그래, 언제나 교실에서는 “경계해서 멀리하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던 그 시절의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처신하는 쪽은 아니었지. 언젠가는 그 애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
“나하고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보여질걸?”
그게 그 시절엔 내가 그 말하는 거 자체도 성의를 다한거라서, 그래 최대한의 호의였지. 물론 사실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나 때문에 그 애까지 애들이 멀리하게 되면 곤란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걱정은 쓸모 없었어. 나하고 같이 있는 일이 늘어나도, 그애는 다른 애들한테도 호감을 사는 성격이라서 언제나 누구하고 있어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교실에 있었어. 오히려 내가 그런 그애하고 같이 있음으로 인해 어느사이엔가 이전보다 교실에 녹아드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지금도 중3때 가을 문화제 시절의 사진을 갖고 있어. 교실의 애들하고 퀴즈 코너를 해서 조금 흥분한 미소로 찍힌 나의 옆에는 언제나처럼 온화하게 미소짓는 오자키의 얼굴이 있어. 그 아이는 어딘가 얼빠진 거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때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말을 듣거나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거처럼 보였어. 나에겐 처음으로 생긴 진짜 친구였던지도 모르겠네. 그런건 필요없다고 하면서 늘상 포기했던 마음을 터놓는 친구. 내가 줄곧 무심코 동경해왔던 그런 강인함과 밝음을 지닌 친구였어.

 

“여기서 헤어지네”
“응-”
역시나 밝게 말하는 오자키의 얼굴을 좀처럼 보질 못했어. 신사 본전 앞에 나란히 같이 서있으면서 나는 그저 앞을 향해 눈을 감고 기원하는 척만 했어. 그 애와는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3월의 유시마텐진6). 철지나 내린 도심의 눈들이 아직 군데군데 남아있는데도 눈이 따가울 정도로 하늘은 선명한 쾌청. 수험 전에 같이 가자고 해서 끌려와 부적을 사러 갔을 때, 소원을 빌러 참배하러 가자면서 전화를 걸어왔던 졸업식 그 다음날. 누구와도 예정이 없었던 새하얀 봄방학 스케쥴 수첩은 차라리 깔끔하기라도 하지- 벌써 중학교 졸업하고 끝났는데 그딴 거 있어봐야 어쩔거야. 하며 입에서 투정이 맴도는 날이었어.
조금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시마텐진은 학문의 신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서 으 근처의 아이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가본 적이 있을거야. 합격 필승 연필은 근처의 학교에서 나눠줄 정도로 흔하고, 솔직히 말하면 질리고 질렸을 정도지만, 역시나 막상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지라 중요한 시험 전에는 가끔 들르곤 하는 것도 근처 사는 사람들이라서 이려나. 난 신에게 비는 건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오자키가 가자고하니,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고 해서. 사실 둘이서 지망학교에는 수월히 합격했으니까, 소원 빈 효험이 있긴 한 모양이야. 그러니 감사는 제대로 해둬야겠지. 하면서 그런 변명으로 둘러대며 보낸 그 날 이었어.

 

“마키쨩이 오토노키자카에 가는거, 역시 부럽네”
오자키는 또 그런 말을 해서 나는 괜히 심술이 났어.
“그런 말 또 한다. 내가 더 완전 부러울 지경이거든. 난 오토노키자카 학원같은 연고지 학교따위 보단, 오자키가 가는 전체 기숙사제 아가씨 학교가 더 가고싶었다구.”
오자키가 후후 웃었어.
“으음~ 역시 마키쨩은 그쪽이 어울릴 지도? 그래 우리 교복 바꿔 입어볼래? 마키쨩과 내가 위장해서 바꿔서 수험... 이 아니라 바꿔서 입학! 같은건 어때? 부모님 모르게 슬쩍 교환해서 다니면 누구도 모를거 아냐...”
농담하는 건지, 진심인건지 잘 모르겠는 오자키에게
“-그럴리 없잖아!?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네. 내가 정말로 부러워하는 사립 아가씨 학교를 가는거니깐, 오자키는 고등학교생활이나 잘 즐기라구? 분명 오자키라면 금방 친구들도 많이 사귈거고, 그런 연고지같은 거 몰라도 즐거운 생활이 기다리니까”
그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내가 그렇게 말하니,
“그러네. 고등학교 생활... 즐겨야, 겠지”
오자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서,
“서로 바꾸고 입학한다쳐도, 결국 그러면 또 나랑 마키쨩은 다른 학교가 되는거니 아무런 의미없네...”
마지막에는 중얼거리는 듯 줄어든 목소리.
“오자키, 왜 그래?”
당황해서 얼굴을 보니, 오자키가... 울고 있었어.
“마키쨩. 사실은 나, 마키쨩하고 같이 학교에 가고 싶었어. 마키쨩이랑 같이 오토노키자카 학원에 가고 싶었다구...”
오자키가 우는 건 소리도, 목소리도 내지않고 그저 조용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어. 그 상냥한 눈을 감은 채로, 억지로 웃어보려는 우는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그제서야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
“오자키...”
말을 걸며 잡으려 했더니,
오자키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눈물이 뚝뚝 흘러서 코트를 적시고 있었지.
“마키쨩은 끝까지 날 오자키라고만, 부르는구나.”
오자키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웃으면서 ‘마키쨩 답구나’라고 작게 말을 덧붙이면서도, 그대로 쭉 얼굴을 묻고 있었어.

 

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그저, 가만히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어. 사실은 오자키와 떨어지는 것이 쓸쓸했던건 오히려 나였는데. 솔직하지 못한 내가 이렇게 한심하다고 생각했던게 이번이 처음이었던 거야. 소중한 애한테 내 소중한 마음을 전하지 못했어.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조차도 알지 못했던, 어리고 어린 그 시절의 나였던 거야.

 

그 이후로,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다려왔던 건지도 몰라. 새로운 만남을. 언제나 항상, 나같은 성격의 여자 애들은 바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터놓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그날만을. 오자키에겐 끝내 전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전하고 싶어. 언제까지고 어린 시절의 마키로 있지 않게 될 기회가 된 오토노키자카에 감사하면서. 동료들을 위해서, 친구들을 위해서, 언제나 생각하던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마키가 되고 싶어. 무심코 버릇처럼 늘상 삐딱선부터 타는 나로서는 그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 이렇게 하늘을 향해 점점 뻗어가는 죽순처럼, 올바른 성격의 아이들로 가득한 뮤즈에 들어가게 되어서, 나는 점차 감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 뒤로, 마코쨩은 기숙사제 학교에 들어가버려서, 아직 다시 만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야. 하지만, 가끔, 편지를 보내고 있어. 나 말이야 마코쨩이 생각했던 것 같은 즐거운 오토노키자카 생활을 보내고 있는 걸까? 제 아무리 천연스럽고 변덕이 심한 마코쨩이라고 해도, 설마하니 내가 스쿨 아이돌이 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을 거야. 뭐, 마코쨩이라면 분명 꽤나 재미있어할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혹시 네가 여기에 있었다면 분명 10번째 뮤즈 멤버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넌 내가 엄청 부러워 했던 멋진 아가씨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분명 변함없이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인기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거 같아.

 

비록 운명이 우리 둘을 갈라놓았지만, 그래도 그 길의 앞에서 나는 깨닫게 되었어. 소중한 동료와 소중한 친구들. 솔직하게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엇보다도 꿈꾸듯 기쁘다고. 네가 나에게 건네 주었던 그 조그마한 씨가 지금 이렇게 내 안에서 싹이 트고 있어.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을 솔직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쭉, 언제나 정말 좋아해.

 

그리고 이걸 읽고 있는 멤버들에게도 말할게. 모두가 있어준 덕분에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 외로움을 타서 솔직하지 못한 마키를 제대로 지켜봐주었던 모두가 있었기에 난 지금 너무도 행복하답니다. 앞으로도 뮤즈 힘낼게~.

 


『마코쨩에게

잘 지내고 있니?
난 요즘...
스쿨 아이돌 ‘뮤즈’로 활동하고 있어.

 여름 방학 때가 되어서 여기로 돌아올 기회가 있다면 꼭 라이브를 보러 와줘! 그럼 멤버들에게 소개할게!』

 


코멘트 : 에리
마키쨩은 뭐든지 다 잘할 거 같이 보이면서도, 사실은 그런 것만도 아닌거 같아.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거 같으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도 솔직하다니깐. 사람들을 잘 굴려먹으려는 발상같은 건 조금도 없지. 너무 솔직한 탓에 손해를 보는 타입이랄까. 그래도 나는 그런 마키쨩이 정말 좋아! 분명 뮤즈 멤버 모두들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우리들의 소중한 마키쨩. 앞으로도 쭉, 언제나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빛나줘.

 

 

1) 事なかれ란,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내버려두거나 소극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 여기선 마키가 선생들을 비꼬는 표현으로 쓰고 있어서 좀 바꿔봤습니다.
2) 전원(專願)추천. 일본의 추천 입학제도중 하나로 여기서 합격할 경우는 다른 학교에 지원하지 못합니다. 수시와 비슷하려나요.
3) 구단시타역(九段下駅)의 준말로 보입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도쿄쪽에서 구단이란 지역하면 여기밖에 생각나는 곳이 없네요
4) 5)에서 설명할 만소 내에 있던 과일 케익 전문점이었습니다. 꽤나 고급 요리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마키 말대로 사라졌더군요
5) 유명한 일본의 고급 과일 전문점입니다. 그 역사가 100여년이 넘었지요
6) 학문을 담당하는 신인 유시마텐진을 모시는 일본의 유명한 신사중 한 곳이라고 합니다.

 

 

출처 : http://lachard.egloos.com/134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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