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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지성은 ‘지조’가 아니라 ‘변덕’에서 나온다

운영자 2009.03.04 15:25:55
조회 2711 추천 3 댓글 3

 솔직히 말해서 나는 현재 우리나라엔 18세기의 볼테르나 루소 정도 수준의 합리론자나 계몽주의자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참담할 정도로 문화적 후진 상태에 놓여 있는 한국에서는 우선 지성과 합리성이 여전히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기득권 지식인들이 다반사로 들먹거리고 있는 ‘지성’과 ‘합리성’은, 그것이 대부분 미처 체화되지 않은 겉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성과 합리성이 체화된 교양의 바탕 위에서 급속한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사고’의 의미로 쓰여지지 않고, 단지 고급문화인으로서의 사회적 지위 유지를 위한 ‘진부한 화두’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다.


 참된 지성이란 무엇보다도 ‘현재 상황에 대한 솔직한 느낌’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잣대에 대한 미련하고 고집스런 ‘지조’가 ‘지성인의 양심’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지금까지 지성과 합리성을 그토록 내세웠던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조차도, 그들 주장의 외형이 개량주의가 됐든 급진주의가 됐든, 아니면 좌파든 우파든, 과거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바탕한 경직된 실천방안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또다른 보수주의나 권위주의로 전락하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변덕’과 ‘변절’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우리는 역사나 조상 또는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집착에 대해 얼마든지 ‘변덕’을 부릴 자유가 있다. 한 개인으로 봐도 자신의 기존 가치관에 대해 얼마나 떳떳하게 ‘변덕’을 부릴 수 있느냐에 따라 발전과 퇴보가 엇갈리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아 보다 나은 선진적 민주복지국가의 ‘운명’으로 나아가는 길은, 경직될 대로 경직된 관습적 편견과 고집을 버리고 ‘자유주의에 바탕한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을 수용하는 데 있다. 우선은 진짜 ‘합리적 지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긴 하지만, 기득권 지식인들이 ‘합리적 지성’을 핑계로(아니면 합리적 지성이라고 착각하여) 저지르는 수구적 문화독재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는 이것밖에 없다.


 다원주의적 가치관과 개방적 사고는 바로 ‘자유’와 ‘편의’ 두 개념에서 나온다. 조선조 오백년간 계속된 유교독재와 해방 후 수십년간 계속된 군부독재에 의해 유린된 우리 사회가 융통성과 유연성을 갖도록 해주고, 꽉 막힌 사회분위기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편의주의적 가치관이다.


 과거의 관습적 사고방식에 의지하여 세계정치 판도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시행착오의 연속이기 쉽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이란 소설을 통해 1984년에 가면 혹독한 독재체제가 지구상에 만연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북한의 경우를 두고서 한 예언이라면 그것은 그대로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붕괴와 더불어 개인숭배적 독재체제는 차츰 사라져가고 있다.


 그 까닭은 독재체제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기보다는 국민 개개인이 자유주의와 편의주의, 그리고 쾌락주의 쪽으로 기울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남북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쪽만이라도 하루빨리 완벽한 자유주의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미니 스커트나 청바지만 보고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한 북한동포들의 개안(開眼)이 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자유’ 앞에는 장사(壯士)가 없다. 김일성 주체사상쯤은 상대도 안된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이 아직도 ‘표현의 자유’에 인색한 것이 미치도록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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