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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가게의 추억

으아앙(221.159) 2017.09.14 00:45:20
조회 557 추천 1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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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적 살던 동네에는, 동네 친구들이랑 놀다가 입이 심심해지면 들르는 가게가 하나 있었음.


간판도 없고, 딱히 정해진 이름도 없어서. 우리들은 아파트 언덕 밑에 있는 집이라 하여


정말 심플하게 밑집, 밑에 집이라고 불렀음.



슬레이트 지붕은 얹은 가건물의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 할매가 노점 포장마차 조리대에서 떡볶이를 볶느라 군침 넘어가는 냄새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곳이였음.


한 켠에는 100원 오락기 6대가 놓여있고.


다른 곳에는 불량식품, 물풍선, 화약총 등등.. 애들이 좋아할만한 물건들이 가득했음.


떡볶이 300원, 화약총 500원, 물풍선 여러개들이 200원, 불량식품 대부분 100원..


부담 없는 가격에 온 동네 애들이 모이는 친목 장소였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항상 들르는 곳이였음.


가게 주인 할매와 같이 장사하는 할배는 근처 재래시장에서 아이스크림 리어카를 이끌며 콘 아이스크림을 1개에 300원씩에 팔았음.


아무튼.. 이곳이 나한테 추억으로 남은 이유는


이곳 할매는 예닐곱살 먹은 어린애들한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썻음.


"어서와요~ 떡볶이요? 네, 300원이에요. 예~ 고맙습니다~"


이런식이였지.


근데 나는 저 존댓말에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따로 붙혔음.


어린 나이에 도대체 저 도련님이라는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집에다 물어보니 나쁜뜻 아니니까 좋아하라는데.. 그래도 궁금해서


그 할매한테 직접 "내가 왜 도련님이에요?"라고 물었더니


자기 어릴적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집 아들이랑 나랑 피부 뽀얀게 비슷하게 생겨서 그랬다나 뭐라나..


무튼 나쁜뜻도 아니고.. 할매가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살갑게 구는 통에 항상 들렀던 그런 곳이였음.




그런데 내가 한 3학년쯤인가


집이 좀 어려워져서 옆동네에 위치한 울 할배, 할매집 1층에서 살게 됐거든.


그러다보니 저 가게는 자연스럽게 못갔지.


그러다가 내가 아예 그 지역에서 떠나게될 날이 와서


동네 친구(이면서 학교 친구)들 만나고 오랫만에 그 가게나 가보자하니까


애들이 그 가게가 망했다함.


그래도 직접 보려고 가보니까. 안에 집기들은 먼지 쌓인 채 그대로인데


문은 잠겨 있고. 시장통에서도 가게 할배의 "아~~~~~스크림"하는 소리를 찾을 수 없었음.


그냥 쉬려고 문 닫았나보다.(가게가 그대로니까 망한거라곤 생각 안했음)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 지역을 떠나.. 전학을 가고.. 고등학교까지 다 졸업한 어느 날


할배집에 갔다가 우연히 생각난 어릴적 살던 동네에 한 번 찾아가보니


그 가게가 있던 자리엔 이상한 가구 가공 업체가 들어와 있었지.


그때 난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망한게 아니라,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가게를 이전한게 아닐까?라고


그도 그럴것이 나 어릴적에 그 할배, 할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못해도 칠십 중반은 족히 넘어 보이는 모습이였는데


다 크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것 같더라.


참 쓸쓸했다.


추억의 장소와 추억의 불량식품 할매가 사라진 기분이라서.


지금은 아예 그 가건물들 다 헐리고 번듯한 박스 건물이 들어서있는데



그래도 내 추억속엔


그 자리는 아직도 가건물의 허름한 가게가 남아있고


누런 장판을 덧댄 나무 의자에 앉아서 "도련님 어서오세요"라고 반겨주던 할매가 남아 있다


가끔 아주 가끔 문득 떠오르더라




새벽에 빡치다가 갑자기 어릴적 생각이 나서


뻘글 함 적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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