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엄마앱에서 작성

ㅇㅇ(220.90) 2018.03.23 02:13:17
조회 286 추천 0 댓글 2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c6cd5cc44d7d489703c693a1fe659278a6056c978c09b0f5bcd7692be6aaf9d35260a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한 5살? 6살 때
엄마가 내 방에 색종이로 작은 상자를 접어
그 안에 토끼 그림이 그려진 반지를 넣어두었다
그 기억이 왜 이리 생생한지 모르겠다


세상 두려울 게 없어보이는
아빠의 가장 놀란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인데 자다가 코피가 터졌다
근데 나는 어둠 속에서 잠결에 그냥 콧물인 줄 알고
잠옷 소매로 쓱쓱 닦으면서 그냥 잤다
근데 콧물이 하도 많이 흐르길래 옷 사방군데로 다 닦으면서 자다가 결국 잠에서 깨서 거실로 나갔다
그때 티비를 보고 있던 아빠 눈에 비친 건 피투성이 잠옷에 얼굴도 피로 얼룩덜룩해진 딸의 모습

그 새벽에 아빠가 내 이름을 막 소리지르듯 부르며 나를 거실 한쪽에 눕히고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를 깨우던 모습이 생생하다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5e6a988412793e4940511bc2518f3bce2f9db84e8e75fadf3db200d94109bb7510942


내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아빠는
ㅇㅇ아 아빠는 늙어가고 있으니까 빨리 빨리 커라
나는 ㅇㅇ이가 빨리 컸으면 좋겠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최근 엄마로부터 들은 말로는
아빠 핸드폰 속에는 나와 동생 어렸을적 사진과 동영상이 한가득 있는데 그것들을 돌려보며 이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애들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울었던지..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71d2b98cb9cfb1420384cf620a833519b714994fbf57a93b7be26df7da77b6e8fc09d0


아빠와 말을 안 하고 지낸지도 벌써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아빠와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서로를 남 보듯이 살고있다
한 집에 살고있는 남 같다

때로는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한 명이 사라져버리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아빠의 음성이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나는 아빠를 피해 방으로 독서실로 학원으로 피했고
아빠가 두려워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빠는 내 근황이 궁금해 내 주변을 배회하기만 했고
나는 더 큰 울타리를 치며 나 자신을 보호했다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723730f64bea5f2b8d768b6e6093690241c2ec17a94eeddad9c9a2e0d53a57e482eab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
아빠의 머리카락에는 희고 투명한 세월들이 소복하게 쌓여가고
나는 아빠의 나이가 곧 예순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체 하며 살아갔던 것 같다

저번에 아빠가 다리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을때 말야
환자복을 입고 있던 아빠의 모습
그때도 한창 아빠랑 말 안하고 냉전이었을 때라서
아빠 보고도 인사도 안하고 멀뚱멀뚱 딴 데 쳐다보고 그랬었지
근데 왜 있잖아 환자복 입고 있으면 왠지 더 아파보이고
허약해보이고 비실해보이고... 비쩍 말라보이고
뭐가 그리 슬펐는지 뒤 돌아서서 엉엉 울었지
나이 들 수록 병원이랑 가까워진다는데
나에게 아빠는 늘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라 늙어간다는게 도무지 상상이 안가 아빠 아프지 말아줘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2a68cc4a591e487cbd0f803e8b17919d6cc6cacb1b6b86bd4655eb2f9bd2c7960c3b9


내가 중학교 3학년때 전학갔을때 말이야
애들 사이에서 왕따 당했었잖아
점심시간만 되면 담 넘어서 집까지 와서 밥 먹고 다시 헐레벌떡 학교 가고 그랬잖아
엄마는 술 마시면 아직도 그 얘기 하더라
그때 자기가 뭐든 나서서 도와줬어야 했다고
엄마 그건 엄마 능력 밖의 일이었어 죄책감 가질 필요없어
엄마에게 딸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게 만드는 그 딸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보다도 더 해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39c5c832dd2275a3d78e089b4edee94970aa233105b2d17db2043ea0a7516c97e9566


엄마 아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엄마 아빠 우리는 우리 그 자체로 행복해질 순 없을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며 살 수는 없을까 나는 엄마 아빠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거야
하루도 채 안 가서 죽을거야
엄마 아빠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어
내 인생에서 엄마랑 아빠처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왜 나를 사랑해? 왜 나를 키워?
나는 도무지 모르겠어
나같은 딸 진짜 개버러지같은 딸
키워봤자 아무것도 안남는 식충이같은 딸
왜 사랑해?

아빠가 힘들게 피땀 흘려 번 돈
밥값만 축내고 집에서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사는
재수생 딸한테 쓰고싶어?

내가 미안해 내가 미안해

내 어린 시절 그 티끌같지만 아름다운 예쁜 기억 끝자락을 붙잡고
힘겹게 나를 보듬어안는거 알아
가끔 그 생각도 해 나는 어릴 적 나에게 빌어먹고 사는 건 아닐까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700dffb58e81cfbf1749a39c073e09c7197ed54a04bd3a45cca9fad6b407b35da41b8bdce35041fdab0c2684af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곤 해
내가 죽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엔 어떤 인간으로 남아있을까
엄마 아빠 나는 가끔 그게 정말 궁금해서 죽고싶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이 너무 커
나는 왜 살까
엄마 아빠 나는 그 쪽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

이 빚은 내가 죽어도 값지 못할 거야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106106d0218274f9494efb740ea3a0e48dea4eb5bb75b77bc8e64524a9228c1f4e1b6


엄마 그거 기억 나?
제주도 살 때 엄마가 할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울면서 나에게 ㅇㅇ아... 할아버지가 벌써 70이래... 했던 거

벌써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할아버지는 80을 훌쩍 넘기셨고
할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가셨고
엄마는 50이 됐고
나는 20이 됐어

우리는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있어
어렸을 적엔 엄마가 우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커가면서 자주 보는 거 같아

엄마의 눈물
아직 아빠의 눈물을 보진 못했지만,
사실 아빠도 속으로 많이 울고 있겠지?
우린 모두가 울고 불고 서로를 애타게 찾아
가까이있는데도 말 한마디 못 걸고,

진짜 겁쟁이 가족이 따로 없지?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큰 값을 치뤄야 얻을 수 있는 단어일까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야 자유로워질 수 있느 단어일까

엄마 아빠 우리는 삶이란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방랑자들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동반자들

우리 아프지만 말자

viewimage.php?id=20b4d427&no=24b0d769e1d32ca73cef84fa11d02831d4e5505a1e01769e4e91e1ab79a252f0c3a23a899b8ea4ab694a07818bfdc32106403e0418734f949fe2b13196370e3f41c9846736967d5c25163d45a163044d17d4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이슈 [디시人터뷰] 집념닥터, ‘내가 사랑하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운영자 24/04/16 - -
공지 7시에 만나여^^ [23] 김종창(58.150) 09.05.21 2996 0
공지 감사합니다... [107] 김종창(119.149) 09.05.02 3312 0
공지 ★훈훈했던 미다갤 이벵현장 및 설레는 종방연현장 : 인증사진과 동영상★ [10] 방어의기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4.27 3124 0
공지 ★미다만를 위한, 미다갤만의 특별한 이벵 종료★ [32] 방어의기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3.30 3130 0
공지 [M/V] 미워도다시한번2009 뮤비 모음 (업뎃) [23] 방어의기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3.11 3316 0
공지 [이해필수요소] 미다 4자성어 캐릭터 짤 + 설명본(+인물라인5+패러디) [41] ㅇㅅㅇ(211.202) 09.02.25 3860 0
공지 미워도 다시 한 번 갤러리 이용 안내 [28] 운영자 09.02.25 2490 0
28325 코무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6 161 0
28324 코무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6 146 0
28322 코무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5 137 0
28321 코무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5 124 0
28320 d 코무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5 139 0
28317 23 ㅇㅇ(121.131) 23.06.23 128 0
28313 초비상)CBDC--->중국처럼 전체주의 공산국가 되는 것!!(낼 마감) [1] 깡깡ㅋ(124.50) 23.04.03 188 0
28290 ㅇㅇ ㅇㅇ(118.235) 22.04.02 270 0
28289 촉촉촉 ㅇㅇ(118.235) 22.04.01 276 0
28285 미워도 다시 한번 메이킹 영상 어디있는지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ㅠㅠ alekrof(110.14) 21.11.25 335 0
28268 미워도 ㅇㅇ(203.226) 21.06.08 399 0
28264 11 ㅇㅇ(112.150) 21.01.06 437 1
28263 애옹 애옹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26 421 0
28260 ㅊㄹㄹㅂ ㅇㅇ(223.33) 20.09.30 510 0
28259 ㅊㄹㄹㅂ ㅇㅇ(223.33) 20.09.30 498 0
28253 틀린곳찾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8 473 0
28248 방갤비선실세 「방카츠키」 ㅇㅇ(223.33) 20.07.24 505 0
28239 미ㅇ ㅇㅇ(211.201) 20.05.25 508 0
28238 차단 ㅇㅇ(223.62) 20.05.21 534 0
28237 갤로그-방명록 기능 관련 주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6 626 0
28229 이 씨발 ㅇㅇ(125.136) 19.07.30 659 0
28227 황윤성 뽑으라고 선생님들 ㅇㅇ(223.62) 19.07.14 711 0
28225 벌써 담주가 파이널이라니 [1] ㅇㅇ(125.136) 19.07.12 860 0
28224 온냐들 ㅇㅇ(125.136) 19.07.03 708 0
28223 프듞 파이널은 언제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7.03 898 0
28221 살려주라... [1] ㅇㅇ(125.136) 19.07.02 865 0
28220 짱개좆돌한테 통수 맞고 좆돌 못빨겠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30 705 0
28219 125.136 언냐..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30 890 0
28218 골든ㅊㅏ일드보다 망하는 그룹이 있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30 679 0
28217 뭔 좆같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30 674 0
28215 토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7 665 0
28214 토끼 미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7 628 0
28213 미친년 로드킬 ㅅ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7 674 0
28212 지랄하네 썅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7 662 0
28211 야 씨발 여기 내 갤기장이야 ㅇㅇ(220.90) 19.06.25 686 0
28210 토낑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3 675 0
28208 토끼보고 가세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11 682 0
28207 토끼도 다시한번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11 687 0
28206 토깽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11 678 0
28205 토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11 669 0
28199 토깽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4.14 733 0
28198 토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4.11 686 0
28197 토깽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4.02 71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