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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무도 닮은 동훈과 지안, 둘은 그렇게 만났다.

소소한 일상(211.172) 2018.04.01 13:52:31
조회 1561 추천 74 댓글 11

난 아직도 동훈의 말이 마음에 남아있다.

정희의 술집에서 동생과 했던 말들.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알 것 같고."

"좋아?"

"슬퍼."


나를 안다 그래서 슬프다.

세상, 지구라는 별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생각하는 것도, 살아온 삶도, 살아가는 방식도 저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닮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나와 비슷한 점들.

그 점들을 동훈과 지안은 단 번에 알아보았다.

서로가 닮았다는 것을.


자신이 직접 뽑은 파견직 사원 이지안.

동훈이 지안을 뽑았던 이유는 이력서에 적힌 취미와 특기가

달리기라 심플하고 좋아서였다.

본래 이력서는 내가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적어 보여줌으로써 '나는 이러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니

결국 나를 뽑아달라'는 것이 이력서다.

그 이력서를 보며 일할 사람을 뽑는 면접관들은 직종에 맞는 사람.

즉 경력자이거나 고학력자를, 아니면 사회에서 다루기 쉬운 사회 초년생들을

뽑는다.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다.

하지만 동훈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 대학을 나오고, 이전 직장에서는 어떤

일을 했고, 토익 점수는 얼마고, 사회 경험을 얼마나 쌓았는지 보지 않았다.

그저 눈에 들어오는 취미와 특기가 같은 지안을 뽑았다.

지안의 학력, 이력, 스펙을 보지 않고 지안보다는 훨씬 능력자들 위주였을

그 이력서들 중에서도 그냥 '달리기를 잘하는' 지안을 뽑았다는 것은

동훈의 사람을 보는 남다른 시선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동훈에 의해 지안은 '진짜 어른',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동훈은 '괜찮은 대기업 부장', '아직 사회에 살아남은 능력자'라고

생각하겠지만 대표 이사로 들어온 후배에게 등 떠밀려 건축구조기술자로

보기 좋게 밀려난, 그나마도 곧 지안에게 혹은 싫은 이유도 알 수 없이 그냥 싫은

준영에게 곧 짤릴지 모를 위기의 남자다.

동훈은 삼형제 중에서도 둘째, 아버지 다음으로 커보이는 형과 아직은 철 없는 막내

그 사이에 끼어 어중간하게 자란 전형적인 둘째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형이 큰 산과도 같은 형이었을 때의 둘째 박동훈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반 오십도 되지 않아 회사에서 짤리고, 이혼의 위기에 있는 형과

아직 꿈도 이루지 못한, 돈은 없어도 쪽팔리지는 말자는 막내의 든든한 울타리

노릇을 하고 있다.


"나도 무릎 꿇은 적 있어. 뺨도 맞고. 욕도 먹고. 그와중에도 다행이다 싶은 건

우리 가족 모두 모른다는 거. 아무렇지 않은 척 먹을 거 사들고 집으로 갔어.

아무렇지 않게 저녁도 먹고.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가족들은 모른다. 동훈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형은 부럽다고 할지언정 동훈의 인생은 지안만큼이나 힘겹다.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스갯 소리로

한 말이었지만 어머니의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와주어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해드리기 위해 동훈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동훈은 든든한 울타리, 버팀목이라면 동훈에게 가족은

짐, 부담일 것이다. (내 생각에) 가족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해 동훈은 그런 짐과 부담을 온 몸으로 껴안고 있다.

그리고 결국엔 동훈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바로 가족일 것이다.


그러다 처음으로 그런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났다.

아직은 어린애로, 상처 받아 일찍 커버린 애어른을 만난 것이다.

자신만큼이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라는 가족의

짐과 부담을 자신만큼이나 등에 짊어지고 사는 지안을 만났다.


처음 목적은 이 지긋지긋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목적으로

한 아저씨에게 접근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축구조기술사, 박동훈.

우연인지 그럴 계획이었는지 도 대표와 윤 상무는 박동운 이사와

박동훈 부장을 짜를 계획이다. 그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안이 개입하게 되었다. 오로지 돈을 위해서.

첫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박 이사는 보기 좋게 아웃 시켜 주었다.

그 다음 타깃은 그 아저씨만이 남았다.


"나만큼 지겨워 보이길래. 어떻게 하면 월 오육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가 있을까. 대학 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여기서 제일 지겹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 나만큼 인생 그지 같은 것

같애서."


말 그대로 그 아저씨는 허울 좋은 허세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척

하는 거라고 여겼다. 남들처럼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그런

아저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일상에서 조금의 틈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도청이, 그 아저씨의 허울 좋은 허세가 척하는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인생처럼 그지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근데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안 돼.

식구가 보는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 게 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과거가 떠올랐다.

가족이 남기고 간 어마어마한 사채 빚. 그 빚 때문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던 기회마저 빼앗긴 채 세상에 버려지게 된

자신의 인생이 떠올랐다. 식구가 보는데서 그러면 죽여도 이상할 게

없다는 아저씨. 그 말에 눈물이 나는 지안. 그 눈물은 한 사람에게 받아본

따뜻한 위로였다. 난생 처음 세상으로부터 받아본 위안이었다.


"어떻게 하면 월 오육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것 같고."

"좋아?"

"슬퍼."

"왜?"

"나를 아는 게 슬퍼."


겨우 스물을 갓 넘은 지안이 자신의 삶을 안다는 것이

슬펐다. 추운 겨울임에도 발목 양말을 신고, 아프면서도

아픔을 달랠 줄 몰라 맥주를 사서 마시는 그런 지안이

동훈은 안타깝다. 마흔하고도 다섯을 더 산 자신의 인생을

아는 지안의 삶도 녹록치 않았음이 느껴져 더 짠하다.

아직은 몰라도 될 스물 하나짜리 어린애.

어른이 되어 알아도 될 삶의 무게와 고단함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지안이 안타깝고 아프다.


그리고 동훈은 지안의 그런 삶을 알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아픈 손으로, 발목 양말로 맥주를 사마시는 지안을 보며

"아프면 약을 먹어."라는 간단한 말조차도 여러 번 망설인 끝에

말해줄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비참하다.

그 아이의 아픔을, 안타까움을 솔직하게 내비치지 못하게 만든

이 세상의 모순을 꼬집는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로맨스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이 드라마는 그저 남녀간의

사랑으로 볼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남자와 여자,

성별로 구분 지어 바라보게 된 이 현실이 비정하게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은 성별로 구분 지을 수만은 없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기에 사람 간의 관계 또한 남, 녀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것은 사람의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때때로 아저씨와 나이 어린 여자의 불편한 관계로

오해할 수는 있지만 나는 작가님과 감독님의 그런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을 이 드라마를 통해 깨주기를 바란다.

이 드라마는 그저 보통 사람의 이야기이다. 어디에나 있는 보통의 아저씨와

그 아저씨도 한 번쯤을 겪고 자랐을 지나간 20대 청춘의 이야기일 뿐.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아갈만하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 모두 아니 일부라도

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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