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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이 이지안을 좋아한다고

ㅇㅇ(211.201) 2018.06.02 00:26:01
조회 3438 추천 82 댓글 28





동훈과 지안에 대한 윤희의 태도는 그녀의 외도와 배신이 동훈에게 어느 순간부턴가 - 특히 지안

에 대한 보살핌과 뒷처리가 문제가 되면서 사건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하고 완전히 뒷전으로 물

러나 버렸다는 점이 중요하게 보인다.


너무 심각하길래 자기들 부부관계 정리에 관한 결심을 꺼낼 줄 알았는데 지안의 얘기를 하고 온

통 걱정과 관심이 글로 쏠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이 여자는 자신이 사랑의 경쟁에 있어서 자신의

그 많이 배우고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우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그 '무식하고 무서운 애'에게 그

녀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인 '여자로서' 완전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다.


윤희는 또 흔들림이 없는 지안의 모습에서 그 어린 여자애에게 자신이 사랑에 있어서 미치지 못

하는 치사한 인간이었을 뿐임을 자각한다. 그녀에게 '여성'이라는 말은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등

식을 이루는게 아닌가 싶다. 그 때문에 남편에 대한 배신의 자책감으로 무너졌을 때도 할 말을 다

했던 그녀가 자신이 그처럼 주구장창 추구했던 여자로서의 사랑이 궁극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별

볼일없는 허영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지안을 통해 깨달았을 때는 이를 다른 말없이 수용할 수밖

에 없었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으로 그녀에게는 아내로서의 자격은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믿었던 여자로서의

자격은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다. 왜냐면 깨끗히 승복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스스

로에게든 타인에게든 새로운 가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안과 윤희는 지안이 동훈

과 나누지 않고 나눌 수 없는 선의 얘기조차 주고받게 된다.


박동훈은 그런 윤희가 지안을 돕는 일에 적극적인 것에 마음의 앙금과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고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더 이상은 그녀가 그에게 어떤 고통도 의미하지

않는다. 적어도 가장 큰 고통일 수는 없다. 아마도 그것이 그녀에게 다른 무엇보다 물릴 수 없는

후회이고 고통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아저씨가 긴 러닝타임의 미니시리즈임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어

느 등장인물이라도 드라마 특유의 쪼가 담긴 참을 수 없는 불쾌감과 짜증을 일으키는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윤희는 그 편에서 예외적으로 지독하게 욕을 먹기는 했지만 나는 드라마가 끝

나고 배우의 자기 배역에 대한 미련없음의 고백에 극중 인물의 위선적으로 타락한 성격적인 면에

서 받아야 했던 고충과 함께 사랑을 놓고 경쟁하는 여성 대 여성의 관계에서 속수무책인 패배자

의 위치에 서야 했다는 점에서의 감상도 있었으리라 본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이지안의 얘기만이 겨우 화제가 되고 그걸 듣는

동훈의 모습이 그걸 말해주는 듯하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그 동안 그렇게도 몰라주던 지안

의 인간적 가치를 누구보다 알아주고 애정하는 모습이 동훈에게는 더 위로 혹은 치유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관계에서 윤희와 함께 경찰서를 따라들어가는 지안의 뒷보습을 바라보는 동훈의 얼

굴이 기억에 남는다. 그건 그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어떨지 몰라도 전체를 놓고 보면 그의 시선만

큼이나 그녀의 뒷모습이 나타내는 것의 완벽히 감정적인 조응이었다.


아마 이 드라마를 되풀이해서 보는 사람들은 지안을 보는 그의 눈에서 어쩌면 지안의 동훈에 대

한 그것보다 더 심하고 병적인 애정이 점점 더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억눌려 있는 감정이란 자유롭게 풀려진 것보다 훨씬 더 진하게 농축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어떤 언론사의 후기에서 마지막으로 쏟아낸 동훈의 눈물이 지안을 생각하며 흘렸던 그리

움의 표현이었다며 이를 공격하는 논조의 글을 읽었다. 이런 식의 상대편이 동의도 하지 않은 도

덕적인 선을 먼저 그어놓으며 시작하는 프레임 논쟁에서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간교한 술

책에 훌렁 넘어간다. 동훈은 그녀를 생각하며 울은게 아니라 자기치유를 위해 자신을 끌어안으며

자신을 위해 울었다고. 뭐 그렇다고 하자. 그건 그의 인생이고 그의 일이니까. 그의 인생과 그의

일에 지안을 철저히 외부인으로 두는 것이 옳다면 그것도 그러라고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치하고 사악한 프레임 논리에는 그저 그 말을 그대로 받아서 되물어도 그만이

다. 설사 그의 흐느낌이 그녀라는 존재의 부재에 대한 표현이었다고 해도 그게 도대체 뭐가 어쨌

다는 거냐고. 박동훈이 이지안에 대한 생각으로 혼자 처울었다고 한들 뭐가 그렇게 문제고 이상

한 일이냐고. 그녀는 정말 그에게 그럴 만한 존재가 아니었냐고 말이다. 갤에서의 럽라와 비럽라

의 끊임없었던 싸움. 그 싸움은 언제나 일방적이었던 비럽라의 부정에 대한 럽라의 긍정 투쟁이

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논쟁과 다툼과 악다구니를 썼고 이 이야기를 통해  쏟아낼 수 있는 모

든 관찰과 분석과 상상을 동원해서 자기의 입장에서는 해야 할 말을 다했다. 그 일의 무익함에 대

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누구도 어떤 이익을 쫓아서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무익했

지만 치열했던 노력의 마지막 대답은 놀라우리만큼 단순하다.


박동훈이 이지안을 좋아한다고.


그 반대의 말은 너무나 하기 쉽다.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왜냐면 박동훈이란 남자가 그것을

끝까지 이야기하지 못하니까. 그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사람 뒷통수를 후려치기까지 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자꾸 대신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대낮의 환한 빌딩숲에서 사업체 사장과 정규직 사원증을 단 사회인의 신분으로

만났다는 것, 밥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전화연락을 하게 되었다는 것, 나는 여기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서사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담보되었다기 보다는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했고 완결되었다고 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안은 처음 그녀에게 감정을 지니게 했고 고백을 하게 했던 그 사람 앞에 섰다. 그녀 자신이 오

랜 기다림 끝에 그에게 다시 다가설 수 있기 위해 선택한 먼 우회로를 돌아 그 앞에 섰다.


겉으로 보기에 비현실적이라고 할 만한 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꿰뚫어버릴 것 같으면

서도 감정이 풍부하게 담긴 눈빛과 침착하면서 조용조용한 그녀의 말씨와 태도는 여전하다. 훨씬

덜 고생하며 잘 지내게 되었을 텐데도 이상하게 더 홀쭉하게 말라보인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

외에는 몰라보게 변모한 쪽은 오히려 그 남자다.


그는 더 이상 죽어가는 듯이 숨을 몰아쉬는 경직된 인간이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는 인간

적인 반가움을 표시하며 그녀를 대한다. 그건 그녀에게 보이기 위해서라도 무너지지 않고 행복하

겠다던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의 모습이다. 그 역시 그녀와 다시 마주서

기 위한 힘겨운 우회로를 돌았던 걸까. 어쨌든 그녀는 안심을 한다. 자신도 그렇게 했듯이 그 역시

그렇게 했으리라 믿으며.


이 세상의 감정의 역사에는 언제나 두 부류의 족속들이 싸움을 벌여 왔다. 어느 곳에 사랑이 있고

그것의 실현이 있기를 원하는 족속들과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을 느끼고 부정을 하려

는 족속들. 지안이 전자의 편에 선 사람들을 위한 마치 화신과도 같은 존재였다면 동훈은 어떨까.

자연스레 그 반대편에 속한 사람들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안은 그의 무너짐을 막았고 동훈은 그녀의 무너짐을 막았다. 지안은 그 과정에서 자기의 감정

에 숨김이 없었고 동훈은 마지막까지 드러낼 수가 없었다. 그 차이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

는 이 세상의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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