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은 잘 생겼다. 흔히 다비드상이라고 비유하는, 조각같은 얼굴에 큰 눈과 코, 입이 비율 좋게 자리하고 있는 사람. 반듯하고 번듯한 이미지, 깎아놓은 듯한 외모에서 기인한 '실장님' 꼬리표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떼어진 느낌이다. 왜냐, 그의 무궁무진한 연기 변신이 있기 때문이다.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은 무엇보다도 배우 주상욱의 또 다른 변주곡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데뷔 초엔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실장님 연기하기 바빴다면, 지난 몇 년간 필모그래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선굵고 중후한 연기가 주였지만, 의사 검사 형사 등 직업의 변천만큼이나 그가 가진 장기가 끊임없이 새로 드러났다.그렇게 드러난 가능성은 '판타스틱'에 이르러 만개하고 있다. 주상욱이 이렇게까지 코믹할 수 있는 배우였을까, 웃기기 위해 이토록 작정하고 망가질 수 있는 배우였는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것.

잘 생긴 배우가 망가지는 모습을 볼 때의 희열은 꽤나 크다. 그야말로 '멀쩡하게' 생긴 배우가, 상상치 못한 대사와 행동, 표정 연기를 할 때, 잘난 이미지와의 간극에서 오는 재미는 자극적이다.
흔한 말로 '반전'이라는 것이 더 뼈저리게 다가오려면 그만큼 배우의 연기에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주상욱은 이를 매우 잘 해내고 있다.
본래 연기를 못한다 소리는 그와 거리가 멀었지만, '판타스틱'으로 새삼 그의 유려한 연기력을 확인하니 즐겁다.
특히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발연기 톱스타'란 점에서, 이 역설이 가져오는 흥분은 더 크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연기 못하는 척을 한다? 설정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판타스틱' 류해성(주상욱 분)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주상욱은 그 발연기조차 실제처럼 해내면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반면 작가인 이소혜(김현주 분)를 사랑하면서도, 그 앞에서 (전혀 의도와 상관없이) 발연기로 웃음을 사게 되는 설정은 단순한 코미디 그 이상이다.
발연기를 포장으로 감추고, 더더욱 허세를 떨어야 했던 톱스타의 애환이 버무려지는 순간이다.
잘 빗어 고정시킨 헤어스타일에 페도라나 요란한 패턴의 셔츠, 반질거리는 가죽 재킷으로 한껏 멋을 부린다.
이는 우주대스타 류해성의 고민이나 상처의 크기와 비례하며 화려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남자는 결국 한 여자(이소혜, 김현주)를 향한 순애보를 간직한 동시에, 매니저를 들들 볶다가도 집나간 그를 직접 데리러 달려가는 캐릭터다.

허세로 감춘 이면에 한 인간이자 남자의 진심이 엿보이는데, 주상욱이 이 이중성을 탁월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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