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플) 1년 후모바일에서 작성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03 00:45:10
조회 2711 추천 41 댓글 8




선덕갤 겁나 오랜만이다. 내가 중학생때 왔었는데... 최근 선덕여왕 정주행했는데 지금봐도 재밌더라. 그래서 옛날에 덕만이 카탄과 다시 만나면 어떨까 했던 생각 상플로 써봤음 대본형식은 자주 쓰는 편 아닌데 양이 많아서... 시간은 덕만이 즉위하고 1년 후 쯤. 그때도 느꼈지만 덕만이는 참 불쌍한 인생은 산 거 같아서 볼때마다 마음이 짠해.... 죽을 뻔 한적도 스무번 가량 되고 좋아하는 사람 다 죽고... 드라마 많이 보는 편인데 덕만이만큼 외로운 주인공은 못본거같다. 그래서 그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최애는 덕만인듯...




#1 인강전 집무실(낮)

책상 앞에 덕만 앉아있고, 책상에는 두루마리가 수두룩하다. 바쁘게 장계를 살피던 덕만.


시녀(E): 예부령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덕만: (장계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드시라해라.

문 열리는 소리에 미생이 두루마리를 들고 들어오고. 그제야 미생을 보는 덕만.

덕만: 오셨습니까?
미생: (두루마리를 덕만 앞에 내려놓으며) 하명하신 사신들과 상인들의 목록이옵니다.
덕만: 예.(무표정하게 두루마리를 펴보면)
미생: 헌데 제가 살펴도 될 것을 어찌 친히...
덕만: 외교와 무역이야 말로 신국의 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제가 직접 살펴야 할 일입니다.
미생: (맞는 말이지만 자신의 일을 뺏기는 것 같아 언짢고) 폐하께서 대불림국말을 할 줄 아셔서 대불림국말은 굳이 해석을 적지 않았습니다.
덕만: 예, 잘 하셨습니다. (두루마리에서 눈을 떼고) 인사명단 외에도 그들이 처한 정치 상황이나 원하는 교역물품들은 따로 챙겨서 보고하셔야 합니다.
미생: 예, 알겠습니다.
덕만: (끄덕이고) 이만 나가보세요.
미생: (예를 취하고 나간다.)
덕만: (계속 장계를 보다가)...!!

두루마리 중간 쯤 쓰여있는 로마인 이름. 카탄. 덕만, 설마 하는 눈빛. 계속 두루마리를 읽으려다 집중하지 못하고.

덕만: (고개를 들어) 밖에 게 있느냐.
내관: (들어와) 예, 폐하.
덕만: 시위부령 알천을 들라하라.
내관: 예, 폐하.(나가고)


덕만, 다시 두루마리를 복잡미묘한 얼굴로 바라본다. 혹시나 하지만 실망할까봐 일부러 감정을 죽이려한다.


#2 사령부 집무실(낮)


비담과 염종이 문서를 보고 있고, 짜증을 내며 들어오는 미생, 자리에 앉는다.

미생: 폐하께서 이번 사신단에 거는 기대가 참으로 유별나십니다. 사신은 물론 상인들 명단에, 세부사항까지 몸소 챙기고 계시니, 예부가 비상입니다, 비상이에요.
비담: (미소) 즉위하시고 첫 상인단이니 더 그러시겠지요. 예부령께서 신경 좀 써 주십시오.
염종: (비담의 앞에 종이를 내민다.) 이번 사신단 감시를 맡은 자들입니다. 허락된 상인들과 관원들 외에 접촉을 시도하는 자들을 엄히 감시하라 일러두었습니다.
비담: (고개를 끄덕이며) 예, 물론입니다. (엄하게) 밀무역은 엄연히 불법! 첫 교역을 효시로 삼아 신국의 국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염종: 예, 사량부령.
미생: (사다함의 매화 생각해내고 못마땅하게) 예,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3 당항성, 사신단 처소(낮)


즐겁게 대화하며 걸어가는 외국인 상인들, 로마인들, 흑인들, 중국인들 등.  그들 중에는 카탄도 있다. 한쪽 구석에서 그들을 주시하는 산탁. 그때 카탄을 몰래 따라가는 시위부 무사를 발견하고.


산탁: (주의깊게) 어? 저 자는 시위부 무사인데.....


#4 인강전 집무실(밤)

업무를 보는 덕만에게 다가오는 알천, 예를 취하고.

알천: 폐하.
덕만: (조금 피곤한 눈으로) 시위부령.
알천: 밤이 늦었습니다. 주무셔야 하옵니다.
덕만: (미소) 곧 침전에 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 일은 잘 처리 하셨습니까?
알천: 예, 시위부 무사에게 명을 내려 놓았습니다. 당항성에 도착했다 하였으니 곧 연통이 올 것입니다. (조심스레) 헌데... 그 자가 대체 누구길래....
덕만: (말 없이 추억에 잠긴 눈으로)...


#5 사량부 집무실(낮)


비담의 앞으로 종이를 내미는 염종. 주의깊게 살피는 비담.

비담: 이들이 모두 사신단과 연계를 꾀한 자들이냐.
염종: 예, 사량부령. 헌데...
비담: (헌데?)
염종: 시위부 무사도 있었습니다.
비담: (??) 시위부 무사? 허나 알천이 그런 일을 벌였을 리 없다.
염종: 예, 직접 접촉을 한 것은 아니라 하였습니다. 산탁이 말로는 미행을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요.
비담: 미행을?
염종: 예. 저, 시위부 무사라면 (조심스레) 폐하의 명이 아니겠습니까?
비담: (수긍이 가고)
염종: 어찌 할까요. 폐하께 올리는 조서에는 지울까요?
비담: (고민하다) 아니다. 시위부라 해서 특혜를 줄 수는 없지. (잠시) 시위부에서 미행을 붙인 자는 따로 감시를 붙이거라.
염종: 예, 사량부령.


#6 인강전 집무실(낮)

비담이 내려놓은 여러 장의 조서를 보는 덕만.

덕만: (조서을 보고) 당항성에서 올라온 조서이냐.
비담: 예, 사신들의 동태와 그에 따른 백제 전선의 움직임, 그리고 상인들의 선호 물품들입니다. 또한...
덕만: (조서를 살피다 마지막 종이를 보고)
비담: 상단과 사신단에 연계를 꾀한 자들의 명단이옵니다.
덕만: (명단을 살피다가 순간 멈칫하고)
비담: (눈치채고 조심스레) 시위부 무사 백산도 파악되었습니다. (아닌 것을 알지만) 혹 알천이...
덕만: (말 잘라) 내가 시킨 일이다. 사량부에선 관여하지 말거라.
비담: 무슨 일이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덕만: (무미건조) 별일 아니니 신경 쓸 것 없다.
비담: (서운하지만 별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 예, 폐하.


#7 침전(밤)


소화가 줬던 서역인 나무 인형을 쥐고 있는 덕만. 사막에서의 추억이 그립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아 슬프다.

알천(E): 폐하, 신 시위부령 알천이옵니다.
덕만: 예, 들어오세요.
알천: (들어와 예를 취하고) 늦은 밤 송구하옵니다.
덕만: 아닙니다. (급하게) 혹 그 일 때문입니까?
알천: 예, 폐하.
덕만: (보면)
알천: 카탄이란 상인, 대불림국인이 맞다 하옵니다. 주로 서역과 중국을 오가던 상인이온데 삼 년 전부터 신국과의 교역에 참여하게 되었구요. 특히 계림말을 할 줄 알아 이번 상단에 수월하게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덕만: (맞구나 싶어 환하게) 그렇습니까?
알천: 헌데 폐하.
덕만: (?)
알천: (머뭇거리다) 그 자를 추적하던 중에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사옵니다.
덕만: 이상한 것이라니요.
알천: 카탄이라는 상인이 계림에 도착하자 마자 사람을 사서 누군가를 찾고 있다 하옵니다. (머뭇) 십 오년 전, 사막에서 온, 중국말과 대불림국말을 할 줄 아는,
덕만: (!!)
알천: 귀 뒤에 달 모양 점이 있는 삼십세의, ...덕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
덕만: (카탄이 나를 찾는 구나, 놀랍고 고맙다.)
알천: (심각한 표정으로) 이는... 폐하가 아니겠습니까?
덕만: (흐릿한 미소) 예, 그런 듯 합니다.
알천: 폐하, 이제는 말씀해 주시옵소서. 신 알천, 폐하의 시위부령으로서 알아야겠나이다. 그 자는 누구입니까? 누구길래 폐하를 찾는 것입니까?
덕만: (알천을 한번 보고, 그리운 눈으로 허공을 향해)...벗이자,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죽을 뻔 한 위기에서 여러번 나를 구해주었던... 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비담(E): 뭐라? 누구를 찾아?


#8 사량부 앞마당(밤)

비담과 염종이 나란히 서있고, 염종의 보고를 들은 비담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염종: 예, 덕만이란 여인이었다 합니다.
비담: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염종: 희박합니다. 십 오년 전 사막에서 왔고 귀 뒤에 점까지 있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여인이 흔하겠습니까?
비담: 폐하를 찾는다.... 왜....?
염종: 아무래도 사막에서 만났던 상인이 아니겠습니까?
비담: (고개 끄덕이고.)


#10 인강전 집무실

용춘, 서현, 유신, 미생, 춘추, 알천, 비담이 덕만의 양쪽으로 앉아있고.

덕만: (둘러보며) 이리 경들을 부른 것은 이번 사신단에 우리가 얻어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일러두기 위함입니다.
미생: 예? 우리가 얻어내야 할 것이라요?
덕만: 짐은 등극 전부터 삼한일통의 원대한 꿈을 주창해왔습니다. 허나 지금 삼한의 형국을 봤을 때 오로지 신국의 힘만으로 삼한일통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춘추: 예, 지금 삼한의 형국은 정과 같습니다. 세 다리가 단단히 받치는 그릇같다는 뜻이지요. 한쪽에 세가 쏠리면 다른 두 나라가 연합해 그것을 막아내는 형태로 역사를 지켜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삼한내부에서의 일통은 불가능합니다.
용춘: 허면...
덕만: (고개를 끄덕이며) 예, 당입니다. 외부의 충격, 그것으로 정의 다리를 깨뜨려야 합니다.
알천: 허나 당이 선뜻 동맹을 맺겠습니까?
덕만: (잠시 고민하다) 할 것입니다.
모두: (보면)
덕만: 대륙에게 고구려는 항상 눈엣가시였습니다. 대륙내부의 문제에 집중하려 해도 요동에 있는 고구려라는 후미의 적때문에 병력을 집중할 수 없었지요. 허니 당에게도 고구려를 멸망시킬 유인은 있는 것입니다.
춘추: 요동은 당에게 내주시겠다는 뜻입니까?
덕만: (탐탁치는 않지만) 예, 어차피 요동은 땅이 거칠고 날씨가 차가워 군사적 요충지 성격이라면 몰라도 농지로는 큰 이득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짐은 지증제로부터 내려왔던 삼한일통의 꿈은 단순한 정벌이 아니라 삼한 땅에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짐 역시 뼈아프지만... 요동은 내줄 수 밖에 없는 땅입니다.
미생: (염려스럽게) 그렇게 되면 당과 신라가 국경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혹 그러다 당이...(말꼬리를 흐리면)
덕만: 예, 해서 우리의 목적은 강을 낀 안정된 국경입니다.
유신: 강물을 낀 국경이라면 외적이 쉽게 쳐들어 오지 못할 것입니다.
덕만: 최선은 압록강과 두만강, 최악은 대동강을 낀 안정된 국경. 그것이 짐이 구상하는 삼한일통입니다.
비담: (고개를 끄덕이다) 허면 이번 사신단에게 그 뜻을 전하시려는 것입니까?
춘추: (단호히) 그건 안됩니다.
덕만: (보면)
춘추: 당은 현재 내부의 안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고구려 정벌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삼한일통의 뜻을 내비치는 것은 우리가 매달리는 꼴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협상에서 좋은 자세가 아닙니다.
덕만: (미소) 춘추공의 말에 동의합니다. 해서 이번에 얻어내야 할 것은 당과의 견고한 연맹입니다.
서현: 견고한 연맹이라니요?
덕만: 당이 내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구려와 전선을 유지하여 당에게 신국이 당의 편에 설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서현: (놀라) 폐하, 백제는 성왕의 복수을 갚을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허면 신국은 두개의 전선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미생: 예, 그러다 신국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춘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백제 고구려 역시 정의 균형에 득을 봐왔던 나라들입니다.
알천: 예, 백제는 고구려의 남진에 신국과의 나제동맹으로 대응해왔고 고구려 역시 신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백제와 동맹을 맺고 있지 않습니까.
춘추: 물론 백제 개로왕과 고구려의 고국원왕처럼 적국의 (덕만을 흘낏 보고)...임금을 죽이고 수도를 점령하려 할 수는 있으나 완전한 정복을 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에게도 이가 되지 않습니다.
덕만: (모두를 보고) 신국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백제나 고구려는 꾸지 않는, 삼한일통이라는 원대한 꿈말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정의 균형이 깨질까 두려워 모든 것을 걸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신라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만백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덕업일신 망라사방을 위해 온 몸과 온 마음을 바쳐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꿈을 꾸는 우리 신국의 백성들은 분명히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짐은 굳게 믿습니다.
유신: 신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폐하. (고개를 숙인다)
모두: 신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고개를 숙인다.)


그들 사이에서 굳은 결심을 한 눈의 덕만.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비담과, 믿음직스런 얼굴로 보는 유신.


#11 월성 문 앞(낮)


사신들을 기다리는 예부 관리들, 그 앞에 서 있는 미생과 그 옆에 서 있는 설원.

설원: (미소) 당분간 예부령께서 고생하시겠습니다.
미생: (짜증)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 의미 없이 바쁘게 생겼어요.
설원: 예?
미생: 아, 대륙말을 할 줄 아는 폐하와 신국말을 할 줄 아는 정사 사이에 통역을 맡아야 하니, 이것보다 유명무실한 것이 또 있겠습니까? (제 처지가 서러워) 에휴.
설원: (소리없는 웃음)
미생: (발견하고) 웃어요? 설원공이 내 심정을 이해나 하십니까?

둘이 투닥거린다.


#12 조원전 내부(낮)


가운데 탁상을 두고 자리에 앉는 덕만, 맞은편에 따라 앉는 정사. 미생과 춘추가 덕만의 옆에 앉고 부사가 정사 옆에 앉는다.

덕만: 불편하신 것은 없습니까?
정사: (중국말) 폐하의 은덕으로 평안하옵니다.
덕만: 당의 황제께서도 안녕하시지요?
정사: (중국말) 강녕하시옵니다. 다만...
덕만: (?)
정사: (중국말) 여인이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조금 놀라셨습니다. 흔하지 않은 일이지 않사옵니까.
덕만: (일부러 거슬리게 하는 거구나 싶어, 웃고) 패도를 걸음에 있어 여인과 사내가 크게 다르겠습니까. 만백성을 다스림에 있어 신심을 다할 뿐입니다.
정사: (중국말) 망극하옵니다, 폐하.
덕만: (여전히 웃으며) 정사께서는 요즘 고구려도 오가신다면서요.
정사: (표정이 굳어지다가, 애써 웃으며) (중국어) 근린과 화친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덕만: 예, 물론입니다. 지속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정사: (보면)
덕만: 고구려 고건무(영류왕)가 지난 날 수와의 전쟁에 피폐해진 국토를 회복하느라 당과 화친을 꾀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헌데... 고구려가 국력을 회복하면 그때도 화친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정사: (불편한 헛기침)
덕만: 수와의 전쟁을 몸소 겪은 고건무는, 예, 그럴 수 있겠죠. 허나 다른 귀족들 생각도 같겠습니까? 고구려는 오랜 세월 대륙과 대립해왔습니다. 그것을 그들의 자부심으로 삼아왔구요. 고구려의 귀족들은 결국 당과의 화친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정사: (중국말, 진지하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것입니까?
덕만: (가볍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당과 신라는 고구려를 사이로 해서 국경을 두고 있습니다.
춘추: (중국말) 당과 신라는 이가 맞다는 뜻이지요.
정사: (헛기침 하다, 수긍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덕만: (나쁘지 않은 반응이다. 의미심장한 미소.)


#13 인강전 집무실(낮)

덕만 먼저 들어와서 앉으면, 알천 따라 들어와 비스듬히 선다.
덕만: (앉자마자) 알아보셨습니까?
알천: 예, 죽방에게 일러 오늘 밤에 만나자고 연락을 취하라 하였습니다.
덕만: (환하게) 그렇습니까?
알천: 예.
덕만: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알천: 헌데 폐하.
덕만: (?, 보면)
알천: 어찌하여 광인전에 납시거나 인강전으로 부르시지 않고 궁 바깥에서 만나시려는 것입니까? 폐하께서 직접 궁 바깥에 나가 상인을 만나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닙니다.
덕만: (미소) 예, 그렇지요. 허나...
알천: (?)
덕만: 한번쯤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신라의 임금이 아니라 그냥 덕만이, 아저씨가 아는 덕만이가 이렇게 컸노라고. 단지 그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알천: (이해간다.) 예, 폐하. 허면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취하고.)
덕만: (끄덕인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 속은 카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14 서라벌 길거리(밤)

귀족의 복색을 한 덕만이 걸어가고 있다. 덕만은 휘장이 있는 삿갓을 쓰고 있다. 뒤따르는 알천 역시 평복차림.


#15 여각 뒷마당(밤)

덕만과 알천이 오자 마루 위에서 황급히 내려와 예를 취하는 평복의 죽방

알천: 안에 있느냐?
죽방: 예, 시위부령. (덕만보고) 폐하께서 오실 거라고 말 해뒀으니 들어가시면 됩니다.


덕만, 죽방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기대에 찬 얼굴로 여각 안으로 들어간다.


#16 여각 방 안(밤)

탁상이 한 가운데 있고, 그 옆에 앉아있는 카탄. 금발 수염 사이사이에 흰 수염이 돋아있고, 주름도 가득한 얼굴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덕만(아직 삿갓을 쓰고 있는 상태). 카탄, 기대에 차서 일어나 덕만에게 다가간다.

카탄: 누구...시오? 혹시...
덕만: (삿갓 벗으며, 벅찬 감동의 눈이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 카탄아저씨...
카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덕만이? 정말 덕만이야? (덕만을 훑어보며) 아니, 어떻게 이렇게 컸어?(기억과 달라 당황해하며)
덕만: (먼저 다가가 안는다) 아저씨...
카탄: (민망해하다 덕만의 마음이 느껴져 편하게 안는다.)

잠시 후 테이블에 앉은 카탄과 덕만. 카탄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덕만의 모습에 연신 덕만을 훑어보는데.

덕만: (머쓱해 뒷목을 긁적이고) 그만 좀 봐요.
카탄: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서 그래. 정말 덕만이 맞는거지? 너무 예뻐졌다. 몰라보겠어.
덕만: (헤헤 웃고 문득) 아, 근데 어쩌다 계림까지 오시게 됐어요?
카탄: 계림의 비단이랑 금장식이 당에 인기가 많아. 그걸로 당 도자기와 차를 사서 로마에서 팔면 큰 이문이 남는데. 게다가 나는 네 어머니 덕분에 신라말을 할 줄 아니까. (문득) 참! 덕만아, 혹시...(머뭇거리다) 네 어머니 봤어?
덕만: 네?
카탄: 사막 유목민 집에서 들었어. 네 어머니... 안 죽었데. 칠...칠숙? 그 사람이랑 같이 있었데. 들어보니까 계림으로 간다고 하는 거 같던데, 혹시 계림에서 본 적 없어?
덕만: (씁쓸하게 미소) 예, 봤었어요. 같이... 있었어요.
카탄: (환하게) 정말? 다행이다. 나는 네가 못 본줄 알고... (심각한 얼굴로) 아, 그런데 칠숙은 어떻게 된거야? 아버지는 찾았어? 덕만아, 네 얘기도 좀 해봐.
덕만: (아직 밝히고 싶지 않다) 다음에, 다음에요.
카탄: 다음에? (그제야 덕만의 비단 옷을 알아차리고) 덕만이 상인이 된거야?
덕만: (그저 웃고)
카탄: (지레 짐작해서) 맞구나? 혹시 광인전에도 드나들 수 있는거야? 계림에선 큰 상단만 가능하다고 하던데... 너 진짜 대단하다. (웃다가 조금 진지하게) 아냐, 넌 타클라마칸에서도 대단했어. 내 목숨도 살려줬었잖아. (엄지 척)
덕만: (쑥스럽다) 아저씨도 저 두번이나 살려주셨잖아요. 처음 만날 때 한번, 모래 폭풍에 휩쓸렸을때 한번.
카탄: 아, 맞아. 내가 혹시 덕만이 만나면 줄려고 로마에서 산 선물이 있어. (가져온 주머니 뒤적거리다 낡은 책 한권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는다.)

보면, 플루타크 영웅전.

덕만: (찡하다) 아저씨....
카탄: 네건 불에 타서 없어졌잖아. 덕만이가 이걸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로마에서 가져오느라 많이 낡았지만 계림에선 구할 수 없는 책이니까.
덕만: (애써 눈물 참아 잠긴 목소리로 책을 품에 가져간다) 고마워요. 아저씨.
카탄: (인자한 웃음, 농담조로) 녀석, 이런 걸로 감동하는 거야? 너도 나이 많이 먹었구나.
덕만: (장난임을 알고, 짖궂게) 아저씨도 많이 늙었거든요?
카탄: 뭐? 이 녀석이?(웃음)


#17 여각 뒷마당(밤)

덕만, 카탄, 같이 방에서 나온다. 마루 밑에서 대기하던 알천과 죽방이 문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예를 취한다. 덕만과 카탄이 마루 밑으로 내려온다.

카탄: (알천을 가리키며) 호위무사?
덕만: 네.
카탄: (악수하려는 듯 손 내밀고) 반갑소, 나는 카탄이라고 하오.
알천: (뭔지 몰라 두리번거리면)
덕만: (피식 웃고) 서역의 인사입니다.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드시면 됩니다.
알천: 예.... (어설프게 악수한다.)
카탄: (손을 놓고, 덕만에게) 언제든지 광인전으로 찾아오렴. 아저씨가 진귀한 물건을 가지고 온 서역 상인들을 소개시켜주마.
덕만: 예. 아저씨(씩 웃고)

미생: (E) 예? 지금 귀, 귀빈이라 하셨습니까?

#18 인강전 집무실(낮)

인강전 탁상에 앉아있는 덕만, 용춘, 비담, 미생. 덕만을 제외한 모두가 당황한 표정인데.

미생: (당황하여) 상인을 귀빈으로 맞는 일은 전래가 없는 일입니다, 폐하.
덕만: 예부의 예산을 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내성에 일러 내탕금을 지급하라 할 것이니 그것으로 재원을 마련하세요. 상대등께선 그에 따른 절차를 밟아주시구요.
용춘: (당황스럽지만) 예, 폐하.
비담: (진정하고 낮은 목소리로) 어떤 자입니까?
덕만: (보면)
비담: 내탕금에서 재원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상인을 귀빈으로 맞는다면 분명 뒷말이 나올 것입니다. 허니 그에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덕만: ...짐의 목숨을 살린 자입니다.
모두: (놀라서 보면)
덕만: 짐이 황실에서 버려져 사막을 헤맸을 때 짐과 유모에게 여각을 마련해 주었으며, 짐이 모래폭풍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했을 때 짐을 구해주었던 사람입니다.
용춘: (덕만의 불운한 얘기에 민망해 고개를 숙이고)
미생: (원인을 제공했던 쪽이라 헛기침)
비담: (안쓰러운 눈빛으로 덕만을 보고)...폐하의 은인이라면 신국의 은인, 귀빈이 아니라 국빈으로 대접한다 한들 뉘가 감히 토를 달겠습니까. 아니그렇습니까, 예부령.(미생을 보면)
미생: 예? 아, 예. (과장되게) 그렇지요. 그렇구말구요.
덕만: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비담이 기특하고 고마워 작게 미소)


#19 광인전 마당(낮)

다른 나라 상인들과 얘기하던 카탄. 멀리서 미생과 예부 관료 두엇이 다가온다.

미생: (중국말, 카탄에게) 이보시오.
카탄: (?, 돌아보면)
미생: (얼굴을 훑어보고, 중국말) 그대가 대불림국에서 온 카탄이란 상인이오?
카탄: 예, 그렇습니다.
미생: (계림말에 잠시 놀라다, 품 안에서 작은 봉서를 꺼내 내민다.)
카탄: (?, 받아들고)
미생: 그대를 신국의 귀빈으로 대우한다는 예부의 문서요. 그에따라 그대의 처소 역시 한단계 윗급인 조원전으로 옮겨질 것이며, 상인으로서 그대는 타국의 어떤 상인보다도 교역 우선권을 가지게 될 것이오.
카탄: (깜짝 놀라) 예?
미생: 또한 폐하께서 그대에게 비단 열필을 하사하신다 하셨소이다. 비단은 조원전에 마련해 두었소.
카탄: (더더욱 알 수 없다.) 아, 아니... 어째서요?
미생: (이건 뭐지? 알고 있던 것이 아닌가?) 무슨 말이오?
카탄: 왜 제가...
미생: (카탄 어깨 너머로 오는 알천을 보고. 중얼거리듯) 시위부령 알천이 아닌가. 저 자가 어찌 광인전에...

카탄, 돌아보면 알천과 시위부 무사 두엇이 걸어온다. 카탄, 어디서 본 거 같아 고개를 갸웃거린다.

알천: (와서, 카탄에게)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카탄: (그제야 알천을 알아보고, 놀라) 아, 아니 자네...!
미생: (아는 사이인가? 흘끗 본다.)




#20 인강전 앞마당(낮)


알천이 먼저, 걸어가고. 시위부 무사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 카탄. 어리둥절한 표정


#21 인강전 집무실(낮)

조서를 보던 덕만, 피곤한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울여 눈을 감는다.


알천(E): 폐하, 귀빈을 뫼셔왔습니다.
덕만: (등받이에서 등을 떼며, 반갑게) 들라하라.


문소리와 함께 카탄이 들어온다. 어리둥절한채 집무실을 훑으며 들어오는 카탄, 마침내 가운데 앉아있는 덕만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카탄: 더...덕만?!
덕만: (씩 웃으며) 어서와요, 아저씨.

카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고, 덕만은 개구진 미소를 짓는다.


#22 인강전 앞뜰(밤)


인강전은 아직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호위를 서던 알천, 걸어오는 비담을 보고 그에게 다가간다.

알천: 비담.
비담: (알은 체를 하다, 인강전을 보며, 미소) 폐하께선 아직 담소 중이신가?
알천: (같이 보며) 그래, 해시부터 계속 담소 중이시군. (비담보며) 사량부 일 때문인가?
비담: (고개를 저으며) 아닐세. 다만... 폐하께서 옛친구를 다시 만나신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오게 되었군.
알천: (굳은 표정)...난 걱정일세.
비담: (응? 알천 보고)
알천: 어제 낮에 본인의 정체를 밝히시곤 어제 밤에 이어 오늘 밤에도 늦게까지 말씀을 나누고 계셔. 성총이 지나친 것이 아니겠나.
비담: (굳는다) 인강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문에 의하면 폐하께서 나누시는 담소는 국가간의 정세와 국제 교류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군. 허면 폐하의 성총이 단순히 사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곤 힘들지 않겠나?
알천: 그렇다 해도,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야. 폐하께서 사람을 가까이 하시는 이유는 단순히 세력 때문이어야 하네.
비담: (보면)
알천: 자네와 나, 그리고 유신과 춘추공이 폐하의 측근이 된 이유는 정란공신이기도 하지만 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일세. 자네의 귀족세력과 나의 육부세력, 유신의 가야세력, 춘추공의 황실세력. 폐하께서 우리를 가까이 하시는 이유는 반드시 그것이어야만 해. 허나 타국에서 온 상인 카탄은 그것이 없네. 비담, 황제가 세력이 아닌 사람을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일세.
비담: (거슬린다, 차갑게) ...폐하께선 등극하시고 나서 한번도 기대는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셨네. 자네에게도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나는 그런 폐하께서 누구에게라도 본인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네.
알천: (한편으론 이해가 가나, 역시 염려스럽다.)
비담: (별일을 간섭한다는 듯 불편하고 짜증난다.)


#23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누각(밤)

누각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덕만. 뒤로는 시위부 무사들과 내관, 시녀들이 서있다. 황색 관복을 입은 채 다가오는 죽방.

죽방: (넌지시) 폐하.
덕만: (보고, 미소) 형님.
죽방: 밤공기가 찹니다. 들어가서 주무시지 않고요.
덕만: (대답을 피하고) 요즘 춘추는 어떻습니까.
죽방: 친분있는 사신들을 포섭하느라 바쁘십니다.
덕만: (웃고) 그렇습니까.
죽방: 예. (조심스레) 요즘 폐하께서 그 대불림국 상인과 자주 만나신다고 들었습니다.
덕만: (씁쓸하게) 소문이... 게까지 갔습니까.
죽방: 잘하셨습니다. 폐하.
덕만: (?, 죽방을 보면)
죽방: 유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사막에서 살던 시절의 폐하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잖습니까. 요즘 폐하를 뵈면... 편해 보이십니다. 기댈 곳이 생겨난 것 같아요.
덕만: (씁쓸하게) 그렇... 습니까.
죽방: 폐하께서도 사람이시니, 어딘가는 쉴 데가 계셔야지요.
덕만: (말 없이 먼 곳을 본다.)
죽방: (?) 폐하,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덕만: (여전히 먼 곳을 응시하며) 형님과... 같은 생각을요.
죽방: (?)
덕만: (생각이 깊다.)


#24 인강전 침실 (밤)


용포를 입은 덕만, 화각함을 내려다본다. 화각함 안에 담긴 천명의 빗, 용화향도 낭도복, 카탄의 플루타크 영웅전, 소화의 그림. 슬프게 보는 덕만. 그때 알천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덕만은 황급히 화각함을 닫는다.


알천: (들어와) 폐하.
덕만: (?) 퇴궐할 시각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알천: (불편한) 퇴궐하려던 중, 시위부 무사의 말을 들었사옵니다. 오늘도 카탄 상인을 만나시겠다 하셨다구요.
덕만: ...
알천: 주안상까지 들이라 하셨구요.
덕만: ...
알천: 신 시위부령 알천, 목숨을 걸고 간 하옵니다. 폐하, 성총이 지나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옵니다. 폐하께서 성심을 바로 잡고 계신다 하여도, 권력은 개인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옵니다.
덕만: ...알고 있습니다.
알천: (보면)
덕만: (슬픈 미소) 해서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알천공.
알천: (!!)
덕만: (화각함을 보며, 한 손으로 쓰담는다.)


#25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누각(밤)

조촐한 주안상을 가운데 두고 덕만이 앉아있다. 시녀가 카탄을 데려오고.

카탄: (환하게) 덕만아.
덕만: (작은 미소) 왔어요? 앉으세요.
카탄: (주안상 보고) 설마 술이니? 별일이다. 너랑 술을 다 마셔보게 되다니.
덕만: (농담처럼) 저도 이제 어엿한 어른이거든요.


덕만이 앞에 놓인 두 술잔에 차례로 술을 따른다. 내관이 첫 술잔을 카탄의 앞으로 옮겨준다.


카탄: (향을 맡으며) 음, 역시 귀한 술인가보구나. 향이 좋아.
덕만: 제가 처음으로 드리는 술이에요.
카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덕만: (슬프게) 그리고... 이게 덕만이와 아저씨의 이별주가 될 거에요.
카탄: (?) 덕만아, 이별주라니?
덕만: (미안하다) 귀빈대접은 계속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다보면 오다가다 제가 아저씨를 뵐 수 있겠죠. 하지만, 사막에서 아저씨가 구해준, 아저씨를 구해준 덕만이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카탄: (굳어 본다)
덕만: 왕은 모두 잊어야 한다 생각했어요. 사막에서 살던 기억도, 낭도시절도, 심지어 공주 때마저. 하지만...(고개를 젓고) 사막에서 살던 기억만큼은 놓을 수가 없었어요. 엄마랑 칠숙은 죽고, 아저씨가 줬던 책은 미실의 난 중 없어지고. 무엇 하나, 누구 하나 내게 사막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할 만한게 없었으니까. 꼭 쥐지도 못하고 흘려보낸 모래를, 다시 놓겠다고 하는 꼴이랄까. (카탄을 보며) 근데 아저씨가 나타났어요. 고마워요, 아저씨. 아저씨 덕분에.... 시간을 얻은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잊을 수 있는 시간. 사막에서의 덕만이를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
카탄: (안쓰럽게 보다, 슬픈 미소로) 덕만아, 사막에서 봤던 선인장을 기억하니?
덕만: (?)
카탄: 물 한모금 없는 사막에서 선인장은 제 이파리를 포기하고 가시를 가지고 살아간단다. 비가 오기까지 오로지 인내심만으로 참고, 견뎌내는 식물이지. 쓸쓸하고, 고독한 시간일 거야. 친구 하나 없는 사막에서 홀로 버텨낸다는 것은. 그렇지만 언젠가 그곳에 가보면 말이다. 뽀얗고 붉은 선인장 꽃이 예쁘게 펴있단다.
덕만: ....
카탄: 힘들고 외로운 길일거야. 너 혼자 걸어가기 많이 벅찰 수도 있어. 하지만 견뎌내렴. 견뎌내야 해. 그러면 너도, 이 신라도 언젠가는 찬란한 꽃을 피워낼 수 있을거야.
덕만: (고마운, 눈물이 그렁한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카탄: (술잔의 술을 단숨에 마시고, 미소) 이것이 폐하와의 마지막 독대가 되겠지요.
덕만: (안타깝다.)
카탄: (일어나 천천히 예를 취한다.) 부디 만수무강하시어 선정을 베푸십시오. 하여 이 보잘 것 없는 상인으로 하여금 대륙의 동쪽 끝, 위대하고 총명한 여왕의 어린 시절을 직접 지켜보았노라는 자랑거리를 갖게 하여 주십시오.
덕만: (마지막 인사임을 직감하고)......부디... 몸 조심하길 바란다.



#26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누각(밤)

카탄은 이미 돌아가고 혼자 남아있는 덕만. 서라벌 쪽을 응시하다 손을 들어 옆의 내관을 부른다.


내관1: (다가오면)
덕만: 침전에 있는 화각함을 가져오라.
내관1: 예, 폐하.
덕만: 또한, 지금 바로 궁 밖으로 나갈 것이니 채비하라.
내관1: 예? 허나 지금은 시위부령이 퇴궐해 계십니다. 당장은 위험하십니다. 폐하.
덕만: 어서 채비하거라.
내관1: 예, 폐하.


물러난 내관이 누각 아래 서있는 내관을 부른다.


내관1: 지금 당장 사령부와 병부에 가 비담공과 유신공을 찾거라.
내관2: 허나 지금은 퇴궐하셨을 것입니다.
내관1: 허니 두 곳 다 찾아가 한분이라도 모셔오라는 것이 아니냐. 두분 다 계시지 않으면 알천공의 댁이라도 가서 모셔와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내관2: 예, 내관어르신.


#27 사량부 집무실(밤)

서류를 보고 있는 비담.

내관2(E): 사령부령, 계십니까?
비담: (?) 누구냐?
내관2: (들어와서 예를 취하고)
비담: 자네는 인강전 내관이 아닌가?
내관2: 지금 폐하께서 궁 밖으로 행차를 하시었습니다.
비담: (!) 뭐? 지금 이 시간에 말인가?
내관2: 예, 시위부령도 퇴궐하셔서 부득이하게 사량부로 달려온 것입니다.
비담: 대체 이 밤에 어딜 가셨다는 것이야.
내관2: 천명공주님의 묘로 향하셨답니다.
비담: (!)천명공주의...!
내관2: 예, 사량부령.
비담: (뭔가 심상치 않다.) 알았네, 내 금방 채비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게.


#28 천명의 묘(밤)

덕만의 키만한 높이의 천명의 묘. 묘 주변 돌난간 근처에 귀족 복색의 덕만이 서있다. 덕만의 곁에는 화각함이 놓여져 있고 내관과 시위부 무사들은 멀찍이 떨어져있다. 덕만의 발치에는 작은 구멍이 파져있다.


덕만: (손에 깨진 빗을 든 채, 무덤을 향해 대화를 나누듯) 언니, 잘 지내고 있어? 날씨가 쌀쌀한데 춥지는 않지? 춘추는, 자주 찾아와? (대답을 기다리듯 있다가) 언니 나... 인사 하러 왔어.  (구멍 옆에 쪼그려 앉듯이, 빗을 구멍에 넣는다.) 이제 매일 언니 사당에 가는 일...(울컥, 참고) 없을거야. 더이상 춘추를... 황실의 후계 이상으로 대하는 일도... 없을거야. (자조적) 나 참 웃기다. 그치? 언니를 죽인 신라에 복수하겠다고 왕이 되겠다고 했으면서, 이젠 언니를, 복수를 잊겠다고 왔어. (돌난간에 기대) 언니를 좋아하던 덕만을 잊고... 미실을 죽이려던 덕만을 잊고... (그런 결심을 한 자신도, 그렇게 만드는 황위도) 무섭다, 정말... (눈을 감고) 보고싶다, 언니...



#29 천명의 묘 앞(밤)


무사들이 덕만이 탄 연을 든다.

덕만: (무표정) 첨성대로 갈 것이다.
내관1: 예? 폐하, 곧 날이 밝습니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셔야 합니다.
덕만: 명을 듣지 못하였느냐.
내관1: (간곡히) 허면 비담공이 도착한 뒤에 출발하시옵소서. 밤에 움직이시는 것은 위험한 일이옵니다.
덕만: (!) 비담을 불렀느냐?
내관1: 시위부령께서 계시질 않아...
덕만: (짜증) 괜한 짓을 하였구나. (시녀에게) 너는 사량부령이 도착하면 귀택하시라 전하거라. (시위부 무사들에게) 출발하라.
무사들: 예, 폐하.


#30 천명의 묘 앞(밤)

사복을 입은 비담,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내관2와 함께 달려와 시녀를 발견하고 시녀 앞에 선다.


비담: (둘러보고) 폐하께선?
시녀: 폐하께서 비담공께 귀택하시라 하시었습니다.
비담: 뭐?
내관2: 허면 환궁하셨단 말이냐?
시녀: 아니옵니다.
비담: (다그치듯) 허면 어딜 가셨단 것이야!
시녀: (살짝 겁먹고) 처, 첨성대로... 가신다 하셨습니다.
비담(E): 첨성대? 거긴 또 무슨 일로...


#31 첨성대 앞 (밤)


첨성대 근처 골목길, 터벅터벅 걷는 덕만. 뒤에는 화각함을 든 시위부 무사 둘이 가까이 따른다. 고요한 밤. 둘러보던 덕만.


소화(E): 덕만아!!


보면, 십년 만에 재회했을 때처럼 시녀 차림의 소화. 환상이다.


덕만(E): 엄마...


다시 보면 사라져있다. 덕만, 울컥하는데. 애써 누르고.


덕만: (뒤에 선 시위부 무사1에게, 고개는 돌리지 않고) 화로를 가져오너라.
시위부1: 예?
덕만: (두번 말하지 않고, 시위부2에게) 너는, 첨성대 근처에 화각함이 넣어질만한 구멍을 파거라.
시위부2: 예, 폐하.


#32 첨성대 밑(밤)

깊게 구멍이 파져있다. 덕만의 곁에는 화로가 준비되어 있다. 낭도복과 플루타크 영웅전을 꺼낸 덕만, 소화의 그림이 담긴 채 화각함을 덮는다.


덕만: (물기 있는 목소리) 묻어라.
시위부1: 예, 폐하.


화각함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흙이 메워져간다.


덕만(E): (하늘을 보고)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살아, 엄마. 못난 딸도, 못된 아버지도, 무서운 신라도 잊고 엄마가 좋아하는 달님 보면서, 별님 보면서 제발... (간곡하게) 이젠 제발... 엄마, 행복하게 살아요.



#33 첨성대 밑 (밤)


구멍은 다 메워지고 낭도복과 플루타크 영웅전을 손에 든 덕만. 삽을 든채 서있는 시위부 1에게


덕만: 물러가 있거라. 누구도... 가까이 해선 아니된다.
시위부1: 예, 폐하.


시위부1, 멀리 뛰어간다. 먼 곳을 보던 덕만, 드디어 결심한 듯 낭도복을 화로 속에 던진다. 연이어 플루타크 영웅전도 던져버린다. 불이 붙고, 덕만은 정신이 나간 듯 보는데.


비담(E): 아니됩니다!!
덕만: (! 놀라 보는데)


비담, 멀리서 뛰어오지만 시위부 무사 둘에게 가로막힌다.


비담: (매섭게) 물러 서지 못할까! (덕만을 보며) 폐하, 그것을 태우시면 아니됩니다!
덕만: (입술을 깨물고) 거기까지.
비담: (보면)
덕만: (낮고 준엄하게) 더이상 나서지 마라. 네가 간섭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다.


비담, 잠시 멈칫하지만 낭도복에 불이 화락 붙자 결국 시위부 무사들을 밀치고 뛰어와 칼집으로 화로 속에서 낭도복과 책을 꺼낸다. 덕만, 입술을 깨물고.


덕만: 이게 무슨 짓이냐. 황명을 듣지 못하였느냐!
비담: (황급히 불을 끄고, 그제야 덕만을 올려다보며) 그리할 수 없었습니다. 폐하께서 아끼시는 물건이 아니옵니까.
덕만: (노려본다)
비담: (애처롭게) 공주시던 때부터, 힘들고 지친 일이 있을 때마다 찾던 낭도복이 아니시옵니까. 이 서역의 책은 그 서역의 상인이 준 것이 아니옵니까. 어찌 이리 귀한 것을 태우려 하신단 말이옵니까.
덕만: 그래서, 태우려는 것이다.
비담: (보면)
덕만: 사막에서의 덕만을 잊고, 낭도 덕만을 잊고, 덕만 공주를 잊기 위해 태우려는 것이란 말이다.
비담: (!) 폐하.
덕만: (자조적) 작은 은잔을 넓은 대접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짓을 해야 하는 지 아느냐? 망치로 수천번을 두들겨 펴야 한다. 그리 되면, 기존에 있던 은잔의 문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아. 내게 덕만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왕이 되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비담: 폐하께선 이미 저를 품으셨고, 유신을 품으셨고, 알천을 품으셨고, 춘추공을 품으셨습니다. 이미 너르고 너른 그릇이시옵니다.
덕만: 이젠 신라를 품어야 한다. 신라를 품고, 가야를 품고, 백제, 고구려를 품어야 한다. 오늘도 저 하늘 끝 아래에서 수 일을 굶은 나의 백성이 죽어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신라의 왕인 이상, (울컥) 그들의 죽음에서 나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비담: 어째서 그리도 자신을 내모시는 것이옵니까. 폐하께서도 사람이십니다. 어찌하여 사람이라는 누구나 가지는, 스스로를 버리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덕만: 나의 증조부 진흥제께선 죽는 순간까지 신라를 생각하며 등에서 식은 땀을 흘리셨다. 나의 조부 동륜태자는 미실에게서 신국을 지키려다 개에게 물려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겨 돌아가셨다. 나의 아버지 진평제는... 핏덩이인 나를, 어리석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시녀의 손에 떠나 보냈고, 이십년 만에 본 나를... 다시 한번 죽일 것을 묵인해야 했다. 심지어, 왕이 되지 못한 미실마저, 평생토록 지켜온 대의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사수를 택해야 했어. 모두가 스스로를 버리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더냐.
비담: ...
덕만: (자조적 웃음) 그런데, 내가 뭐라고... 버티라는 것이냐. 사람, 추억... (고개를 젓고) 참으로 한가로운 단어가 아니냐. (스스로를 다그치듯) 왕은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리일 뿐이야. 백성의 어버이,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 모든 책임의... 최종 책임자. 사람은 작고 미약한 존재인지라 그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해. 해서 난... 사람이었던 나, 사막에서의 덕만과 낭도 덕만, 공주 덕만을 모두!...포기하려는 것이다.


덕만이 비담이 꺼낸 낭도복과 책을 다시 화로 속으로 던져 놓는다. 차마 말리지 못하고 있던 비담, 다시 한번 화로로 손을 가져가려 하는데.


덕만: (폭발할듯) 제발 비담... 나를 자극하지 마라. 내 모든 것을 끊어내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스스로를 버리는 일이, 내 과거를 모두 버리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아픈 것인지... 니가 아느냐? 날 더이상 아프게 하지 마라.... 황명이다.


낭도복과 책에 불이 붙는 것을 본 덕만은 그 자리를 떠나버린다. 비담은 따라가지 못하고 덕만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비담(E): 그럼 전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사람으로서의 폐하를 연모하는 저는 대체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추천 비추천

41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388247 에미 뒤져서 전화돌리느라 못누르는거임? ㅇㅇ(37.120) 23.01.12 41 0
388246 스탯이 너무 쌔끈해서 존나 쓰고싶다 ㅇㅇ(146.70) 23.01.12 40 0
388245 몇시간도 못버티는 애들이 태산인데 먼 3개월을 버티려해 ㅇㅇ(128.1) 23.01.12 36 0
388244 슈가넛보단 슈아가 꼴림 ㅇㅇ(5.199) 23.01.12 35 0
388243 물뱀좌 커넥션한거 운이 좋았다 ㅇㅇ(146.70) 23.01.12 39 0
388242 힐러안할거면 뷰지는 집에서 애나 보라는건가 ㅇㅇ(107.170) 23.01.12 33 0
388241 각인귀 확률증가 가시화좀 제발 ㅇㅇ(79.110) 23.01.12 43 0
388240 양쪽에 하나씩 박는건가 기둥에 박으면 장판이 사라지는건가 ㅇㅇ(169.57) 23.01.12 35 0
388239 시발.. 령주를 빼든가해야겟네 ㅇㅇ(178.175) 23.01.12 38 0
388237 20마리언제채우냐이제 6마리인데 ㅇㅇ(178.62) 23.01.12 36 0
388236 갤북, 비담북 살 횽있을까? [1] ㅇㅇ(58.29) 23.01.12 153 0
388234 바칼힐더시로코 네메르 100만 ㅇㅇ(103.108) 23.01.12 35 0
388233 또 레바한테 돈 갖다 바쳐야되? ㅇㅇ(104.166) 23.01.12 37 0
388231 80넘는버퍼달고이게사람새낀가 ㅇㅇ(146.70) 23.01.11 39 0
388230 억지로 늘린 배럭들 개전이핀돌고 본캐 바칼돌고 끝 ㅇㅇ(200.25) 23.01.11 39 0
388228 소환사랑 자수 투톱 ㅇㅇ(129.227) 23.01.10 38 0
388227 출혈 데미지 10프로 넣고 디플 배크 주고 싶은대 ㅇㅇ(5.253) 23.01.10 37 0
388225 20개 다채워서죽인게 5개고 자잘하게 돌린거만해도 ㅇㅇ(194.39) 23.01.09 37 0
388224 이제 시간좀 지나서 벨공아 풀리면 330110될듯 ㅇㅇ(185.181) 23.01.09 36 0
388222 석화신보다 고기동이 던담 더 잘 찍히는모순 체험함 엌 ㅇㅇ(89.38) 23.01.08 38 0
388221 스쿼드보내면 쌍둥이들이 사냥중 ㅇㅇ(167.71) 23.01.08 40 0
388219 딜플티 언제싸지냐 십벌 ㅇㅇ(212.44) 23.01.07 34 0
388218 그냥포식벨4빙화간다 ㅇ ㅇㅇ(23.251) 23.01.07 35 0
388214 피증이 너무 쓰레기라 0.5급으로 밖에 안보임 ㅇㅇ(185.230) 23.01.06 38 0
388213 아수라로 노만크 레전드레전드 ㅋ ㅇㅇ(31.13) 23.01.06 32 0
388210 당장 캐년힐만 돌아도 마나 5퍼대 되던데 ㅇㅇ(146.70) 23.01.05 35 0
388209 사령 회랑 2융합 나오고바칼 2캐릭 늘리겠네... ㅇㅇ(128.1) 23.01.05 36 0
388207 맨날보이는 패키지사재기 사기꾼새끼 짜증남 ㅇㅇ(162.243) 23.01.04 37 0
388206 걍 아칸아니였음 맞아뒤졌을지도 ㅇㅇ(206.189) 23.01.04 41 0
388204 근원1렙으로 얼음기둥나오내 ㅇㅇ(86.107) 23.01.03 35 0
388203 이제와서는 줄이면 허전할거같기도하고라면한입시간 ㅇㅇ(37.120) 23.01.03 33 0
388201 벨시35나비탕은 내가할게 ㅇㅇ(177.54) 23.01.02 31 0
388200 화상스증 ㅈㄴ날려먹 ㅇㅇ(200.25) 23.01.02 32 0
388198 찬힘다빼는게 ㄹㅇ에바같은데 ㅇㅇ(200.25) 23.01.01 33 0
388197 3/2 칭호 다잇슴귀걸이는 시각의 관점 ㅇㅇ(185.191) 23.01.01 32 0
388195 레이드 그만 돌고 결장 좀 켜라 ㅇㅇ(45.84) 22.12.31 37 0
388194 그렇다고 기름을 다 비워두셧네 먼 ㅇㅇ(185.245) 22.12.31 38 0
388192 그의 오른편엔 강력한 검이 놓여있나니 ㅇㅇ(185.195) 22.12.30 38 0
388191 네오플주느는 없으니 넥슨주식을 풀매수하겠습니다 ㅇㅇ(89.38) 22.12.30 39 0
388188 에소는 170개 나온거보니 ㅈㄴ많이쌓였네 ㅇㅇ(188.166) 22.12.28 39 0
388187 스증 10에 쿨증 20이면 좀 그렇긴 한데 ㅇㅇ(212.44) 22.12.28 43 0
388185 로보티카가 약한건가 ㅇㅇ(23.251) 22.12.27 40 0
388184 dnf결투자ㅓㅇ이대로괜찮은가 ㅇㅇ(45.128) 22.12.27 42 0
388182 명성 씹창난 몸캐로 쩔받고싶구나 ㅇㅇ(146.70) 22.12.26 40 0
388181 야생 2용빌드 18분컷이 나버리노 ㅇㅇ(146.70) 22.12.26 42 0
388180 증뎀 15% 돌았ㅋㅋ ㅇㅇ(128.1) 22.12.26 35 0
388178 노버닝 금룡 20억도 못찍는 ㅎㅈ련 ㅇㅇ(146.70) 22.12.25 41 0
388177 갑자기화나니까야겜해서진정하고와야지 ㅇㅇ(79.110) 22.12.25 43 0
388175 바칼1캐릭은감질맛나서크리도바칼까지키울것인 ㅇㅇ(195.146) 22.12.24 36 0
388174 먼 이상한 마부 덕지덕지바른 쓰공급 딜루 가져올거같음 ㅇㅇ(185.252) 22.12.24 4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