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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1.5년 후모바일에서 작성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18 21:29:37
조회 1968 추천 31 댓글 7


선덕 보면서도 상플 안쓰려고 자제하고 있는데, 선덕은 어쩔 수가 없다ㅠㅜㅠㅜ 비덕 분위기가 덕만이 즉위직후랑 10년 후랑 확 바꼈는데, 즉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이런 분위기도 있었겠지...? 내 상플에선 그걸 3년 후쯤으로 생각하고 있어 1년 후보다 어째 분위기가 풀린 것 같지만... 덕만이 피곤해서 그런걸로...







검은 밤 하늘 아래 오로지 타닥이며 산화하는 불꽃 소리만이 인강전 뜰안을 조용히 울릴 때, 나무 꼭대기에서 잠든 까마귀 만큼이나 시커먼 관복을 입은 사내가 궁 벽을 지나고 있었다. 자시(11시~1시)가 넘은 야심한 밤, 다음 달 있을 궁 내 행사를 준비하느라 눈가가 붉게 물든 비담은 어깨 근육 속까지 단단하게 굳은 피로를 손으로 적당히 풀어가며 어서 집에 가 눈 붙일 생각 뿐이었다.

“소쩍.”

자식 먹일 음식을 마련하느라 두 눈 부릅뜬 소쩍새의 울음 소리에 비담은 우연히 고개를 돌렸다. 담 너머 있는 인강전은 잠을 잊은 시위부 무사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 사이로 환하게 빛나는 창살문이 비담의 검은 동공 안에 꽂혔다.

“아직 주무시지 않은 것인가...”

비담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삼십년 넘게 무술 수련을 한 자신조차 힘든 일거리였다. 가녀린 그녀가 감내해야 할 만기의 무게에 비담은 차마 더이상 발을 떼지 못하고 인강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덕만은 흐릿해져가는 시야를 겨우 붙잡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가 늦어가는 밤을 어렴풋이 알리고 있었지만 책상 위에 쌓인 두루마리들이며, 서책들은 침전으로 향하려는 덕만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폐하, 사량부령 비담 입시옵니다.”
“비담이? 들라하라.”

늙은 내관의 고하는 소리조차 어색한 밤중이었기에 덕만은 의아하게 되물으며 비담의 방문을 허했다. 열린 꽃살문 사이로 들어온 비담은 야장의를 입은 덕만을 보며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 비담을 덕만은 되려 아무렇지 않게 보며 물었다.

“이리 늦은 시각에 어찌 온 것이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냐?”

비담은 덕만의 옆에 와 앉았다.

“아니옵니다. 다만 퇴궐하던 중 집무실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와보았사옵니다. 폐하,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

비담의 타박어린 말에 덕만이 피식 웃으며 손으로 서책들이며, 두루마리를 건드리며 말했다.

“이것만 보고 자야지, 저것만 보고 자야지, 하다가 이리 되었구나.”
“폐하께서 다스리실 신라는 십년, 이십년도 더 남았사옵니다. 벌써 이리 무리하시면 향후의 신라는 어찌 통치하시려 하시옵니까.”
“그러니 더욱 이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덕만의 의연한 미소 속에서 납덩어리처럼 묶인 피로와 중압감을 본 비담의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 폐하께선 이미 많은 것을 이루셨사옵니다. 천하의 미실을 쓰러뜨려 황실의 권위를 세우셨고, 여인의 몸으로 지존의 자리에 오르셨지 않았사옵니까. 천하 만민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폐하께서 이루신 것이옵니다.”

비담의 말을 들은 덕만이 잠시 손에서 두루마리를 놓았다. 마치 처음 왕이 되겠다 선언한 자신을 추억하듯 덕만은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래, 내가 그랬었지. 스스로 왕이 되겠다 말했었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배포를 지니신 분이옵니다. 그러니 이 비담을 신하로 두신 것이 아니옵니까.”

다소 농이 섞인 비담의 말에 덕만은 비담을 바라봤다. 눈꺼풀 위로 무겁게 자리한 피로탓에 스스로 자제력을 잃어가는 것을 덕만은 모르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

왕으로서 신하에게 위엄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음에도, 홀로 불타오르는 촛불에 의지해 늦게까지 책을 읽던 자신의 어린시절 밤공기와 너무 닮은 오늘날의 그것에 취한 그녀는 어렵사리 감춰두었던 그 옛날의 기억을 헤집어냈다.

“어린 시절 책을 봤었다. 미실도 봤던 책이었지. 서역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책이었다. 그 책에도 있었다. 여인의 몸으로 왕이 된 사람이. 신라인, 아니 삼한 사람들은 모르는 여왕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여인의 몸으로 왕이 되겠노라 선언했겠지. 사람이란 본디, 처음 하는 것은 어려워도 따라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미실이 날 보고 그러했듯이 나 역시 그 사람을 따라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덕만은 쓰게 웃었다. 스스로 왕이 된 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였지만 무엇하나 마음에 차는 것은 없었다. 여인이라며 무시하는 적국과 대륙의 괄시보다야, 어찌 그런 생각을 해냈냐는 감탄이 나았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허탈함에 덕만은 더욱 자신을 성군의 길로 채찍질 하곤 했다. 비담은 덕만에게 물었다.

“혹, 서역에 여헌국이라는 나라의 여왕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네가 그것을 어찌 안 것이냐?”

덕만은 놀라 되물었다. 비담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일전에 염종이 알려준 적이 있사옵니다.”
“그래?”

덕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덕만을 더욱 존경스런 눈빛으로 본 비담은 말했다.

“허니 더욱 대단하신 것이지요.”
“?”
“염종에게 들었습니다. 여헌국이란 나라, 그 여왕이 다스리던 시기에 망했다구요.”
“그래, 그러했다.”
“그러니 더 대단하신 것이옵니다. 어떤 것을 처음 도전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그 도전이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도전하는 것이니까요.”

비담의 말에 덕만은 가슴 한켠의 허탈감이 순간 덜컹하고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비담은 덕만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 어머니 미실은, 공주셨던 폐하를 봤기에 왕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폐하께선 실패한 적 없는, 혼자 힘으로 쌍생의 예언을 이기고 공주의 자리에 오르셨던 분이니까요. 그런 분의 당당한 선언을 봤으니 어머니도 마음이 흔들리신 게지요. 허나 폐하께서 발견한 여왕은 왕국을 몰락시킨 장본인이 아니었사옵니까.”
“......”
“그 이야기를 담은 책도, 그 이야기를 본 사람들도 말했겠지요. 역시 여인은 왕의 재목이 아니라고,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쇠하기 마련이라고. 헌데 폐하께선 그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그르다고 한 길을, 폐하께서 선택하신 것이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삼한 일통을 위해, 훌륭하게 정무를 수행하시며 성군의 길을 걷고 계시지요.”


비담의 믿음 가득한 두 눈빛에 덕만은 마침내 후련한 미소로 비담에게 말했다.

“고맙다. 비담. 넌 언제나 내게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는구나.”
“제 말이 폐하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비담은 살아갈 보람이 있는 것이옵니다.”

새끼 오리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는 비담을 내려다보며, 덕만은 턱을 괴며 피식 웃었다. 피로에 싸여 게슴츠레하게 눈뜬 덕만이 비담을 보며 농담을 섞어 말했다.

“어찌할까. 큰일이로구나.”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자꾸만 널 이리 편하게 대하니 말이다. 사량부령이 되었으니, 언젠간 네게도 말을 높여야 할텐데. 네 탓이다. 자꾸만 나를 사람으로 대하는, 네 탓이야.”

투정 섞인 덕만의 말에 비담은 환하게 웃었다.

“저는 폐하께서 절 그저 비담으로 봐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실의 아들도, 사량부령도 아닌 그저 비담이요.”

덕만은 비담의 웃음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도 네가 그저 비담이어서 좋다. 허니 너는 내 곁에 그저 비담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덕만이 기분좋게 몰려오는 잠에 반쯤 취해 웃었다. 뺨 위로 살짝 올라오는 그녀의 말간 웃음에 비담은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머릿 속 어디쯤에 담아둔 어머니, 미실의 유지와 설원의 말은 눈 앞에 보이는 그녀의 사람다운 미소에 잠시 허공에 던져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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