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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비담의 난-1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23 22:15:06
조회 1802 추천 22 댓글 6

#1 사량부 집무실(낮)


문서를 보고 있던 비담, 문이 열리고 급하게 들어오는 설원.


설원: (자리에 앉으며) 그 말이 사실입니까?
비담: (흘끗 보고)
설원: 사량부령께서 유신을 상장군에 봉해야 한다 주청을 올린 것이 사실입니까?
비담: 상장군의 자리가 비워진 것도 사실이고, 유신이 그 자리에 적합한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설원: 그 일이 대업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될지 모르셔서 하는 말씀입니까! 춘추는 유신의 누이와 혼인을 하였습니다. 어찌!
비담: (피식 웃으며) 대업?
설원: (!)
비담: 내가 언제, 대업을 이루겠다 했습니까.
설원: 새주께선 비담공께 대의를 넘기셨습니다.
비담: 근데 뭐.
설원: (!)
비담: 미실이 내게 대의를 넘기든, 넘기지 않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
설원: 비담공...!
비담: 필요하지 않는다 하여 버려놓구선, 이제 와서 스스로 이루지 못한 대업을 넘긴다. (자신을 버린 미실에게 분노하듯) 내가 왜... 내가 왜! 연모하는 여인의 뜻까지 꺾어가며 그 뜻을 받들어야 하는데.
설원: (...)
비담: (낮지만 강한) 난, 당신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쓰이는 도구가 아니야.

비담, 나가려는데, 일어서는 설원.

설원: 꿈이 아닌.
비담: (돌아보면)
설원: (충고하듯) 연모를 목표로 삼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비담: (빈정거리듯) 설원공 당신도, 그런 삶을 살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설원: 저 역시 그런 삶을 살았기에... 비담공께서 그런 삶을 살지 말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비담: (슬픈) 거봐, 역시 당신도... 날 못다한 꿈을 이뤄줄 인형으로 생각하는 거잖아.
설원: (!)
비담: (나간다.)



#2 궁 일각(낮)


세월이 지난 후. 수염을 기른 비담. 머리가 희끗한 설원과 말을 나누며 길을 걷고 있다. 건너편에서 유신과 병부 사람들이 나타난다.


비담: (환하게 웃으며) 유신!
유신: (역시 환하게) 사량부령 아닌가!
설원: (걱정스레 본다.)


비담, 유신, 가까이 가서 서로를 껴안고.


비담: 승전보를 들은지가 언제인데, 이제서야 귀환한 것인가.
유신: 폐하의 명으로 전후 피해를 복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네.
비담: 고생이 많았군.
유신: 전후 피해를 위한 자금을 사량부에서 마련했다 들었네. 고생이라면 자네가 더 심했겠지.
비담: (웃는다.)
유신: 폐하께서 오늘 밤 자리를 마련해 이를 상찬하신다 하셨네. 알천도 참석하니 꼭 와야하네.
비담: 물론이네.


절친한 사이로 보이는 비담과 유신. 설원은 그 둘을 걱정스레 본다.



#3 사량부 집무실(낮)


보종, 하종, 미생 앉아있는데. 설원이 들어오고.


설원: (앉으며 보종에게 서류를 내민다.) 이번 감찰 대상 관리들이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내사해야 한다.
보종: (받아서) 예, 아버지.
설원: (미생에게) 사량부령께서 오늘 보고는 생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밤에 정난공신들의 연회가 있다면서요.
미생: (심드렁하게 있다가) ㅇ, 예? 뭐라고요?
보종: (눈쌀을 찌푸리는) 또 거길 간단 말입니까.
설원: (불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보종: 저희가 비담에게 황위를 종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왕이 되라는 우리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질 않고 있지 않습니까.
하종: 그것 뿐이면 말도 안해요. (목소리가 높아지는) 아니,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우리의 세를 업은 것인데, 어머니라 부르지도 않고, 어머니의 사당조차 한번 가보지 않는 놈을 우리가 왜 섬겨야 한단 말입니까!
설원: (마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허나 새주의 유지셨습니다. 어찌 그걸 거역할 수 있단 말입니까.
미생: (한탄하듯) 어쩌면, 누님께서도 사람을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르지요. 에잉 쯧! (한숨 쉬며 밖으로 나간다.)


하종과 보종 역시 불만이 가득하고, 역시 심기가 어지러운 설원.



#4 궁 일각(밤)


가벼운 옷차림의 비담, 앞서 걷는 유신을 발견하고.


비담: 유신!
유신: (뒤돌아 보고) 비담! 왔는가?
비담: 그래, 어서 들어가세.


#5 후원 정자 (밤)


함께 문을 열고 후원 안으로 들어가는 비담과 유신. 정자에는 이미 가운데 덕만이 앉아있고 양쪽으로 마련된 자리에 알천이 앉아있다.

알천: (돌아보며, 웃으며) 이 사람들, 어찌 폐하를 기다리게 하는 불충을 저지르는 겐가.
덕만: (보며, 씩 웃는다.)

비담과 유신, 덕만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찾아가며 앉는다.


비담: 송구하옵니다, 폐하.
덕만: 아닙니다. 우리도 방금 왔습니다.
유신: (웃으며) 폐하께서 시위부령을 너무 편하게 해주시나 보옵니다. 엄살이 참으로 많이 늘지 않았습니까.
알천: 어허, 이 친구. 농이 지나치구만.
비담: 상장군의 말이 옳습니다. 처음에 봤던 알천랑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사옵니다.
덕만: 예, 알천공께서도 세월을 많이 드셨나봅니다.
알천: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다.)

편하게 웃는 네명.

덕만: 이번 전쟁을 치르느라 다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유신 보고) 유신공께선 신국의 명예를 드높이느라 고생이 많으셨고, (비담 보고) 비담공께선 짐을 도와 국정을 수행하느라, (알천 보고) 알천공께선 짐과 황실의 안위를 수호하느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를 치하합니다.
유신, 알천, 비담: (고개 숙이며) 황공하옵니다. 폐하.
덕만: (각자 앞에 놓인 술잔을 권하며) 그대들이 오기 전, 짐이 직접 따라놓은 어사주입니다. 다들 드시지요.

다들 술잔을 드는데, 덕만은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유신: 폐하께서도 오랜만에 한잔 드시지요.
알천: (!, 덕만을 보고)
덕만: (짧게 망설이는데)
알천: (애써 표정을 감추고) 상장군, 폐하께선...
덕만: (말 막으며) 예, 그러지요. (알천 보고 고개 끄덕인다.)
알천: (걱정되지만 애써 고개를 끄덕인다.)

덕만, 대수롭지 않게 술잔을 향해 손을 뻗는데, 술잔을 잡지 않고 밀어서 떨어뜨린다. 쨍그랑 소리를 내며 술잔이 깨지고.


유신: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비담: (역시 놀라) 폐하!
알천: 괜찮으시옵니까?
덕만: (피식 웃고) 괜찮습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 술잔을 떨어뜨렸다고 신국의 기둥들이 이리 호들갑을 떨어서야 되겠습니까. (옆의 내관에게) 다른 술잔을 가져다 다오.
내관: 예, 폐하.



내관, 옆에서 새 술잔을 가져다 덕만의 손 끝에 닿게 놓는다. 덕만이 술잔을 쥐자, 알천은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 분위기를 유신은 전혀 모르지만 비담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다.




#6 인강전 앞(밤)


침통을 들고 나오는 태의. 알천, 다가와 소리 낮춰 묻는다.


알천: 폐하께선 차도가 있으십니까?
태의: (굳은, 고개를 젓고) 시위부령께서도 아시질 않습니까. 서책과 글을 멀리해야, 조금이라도 나을 가능성이 보이는 병입니다.
알천: (답답한) 그것이 가능하다 보십니까. 폐하께서 어떤 분이신지 태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태의: 성심은 다 할 것이나... 세상에는 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태의, 인강전 뜰을 빠져나가고, 알천은 하늘을 향해 한숨을 토해낸다.




#7 궁 일각(낮)


걸어가는 비담. 그때, 시위부 무사 하나가 비담에게 걸어온다.


무사1: 사량부령.
비담: (걸음을 멈추고) 넌 시위부 무사가 아니냐. 무슨 일이냐.
무사1: 시위부령께서 사량부령을 뫼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비담: 알천이?
무사1: (고개를 숙인다.)

의아한 표정의 비담.



#8 시위부 집무실(낮)


여러 시위부 무사들을 세워둔 알천. 마음이 급해보인다.


알천: 편조는 제 1조를 맡거라. 덕수는 제 2조, 소찬이는 제 3조, 한덕이는 제 4조이다. 일지는 모두 짜놨으니 그대로 행하면 될 것이고, 급한 일이 있으면 나나 사량부령께 묻거라.
무사들: 예, 시위부령.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비담. 시위부 무사들이 인사를 올리고 나간다.


비담: (알천에게) 급히 찾았다 들었네.
알천: (착잡한) 그래, 비담. 실은 방금 전, 가노에게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었네.
비담: (!) 휴곤공께서 결국 그리되셨나.
알천: (고개를 끄덕이고) 일년이나 버티셨으니 오래 버티신게지.
비담: 어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곤 하나...
알천: 해서 내가 한달간 폐하의 곁을 비워야 할 것 같네. 다른 일정은 시위부 부장들에게 하달하였으나, 이레 후 한다사군에서 사흘간 폐하의 시찰이 있네. 허니, 자네가 그를 맡아줄 수 있겠나.
비담: 걱정 말고 다녀오게. 유신과 나도 곧 찾아가지.
알천: (슬프지만, 애써) 고맙네.
비담: (안타까운, 고개를 끄덕인다.)


알천, 서둘러 나가려다 멈칫하고.


알천: (뒤돌아) 비담.
비담: (?, 보면)
알천: 그럴리는 없겠으나... 폐하께서 먼저 자네를 부르시기 전엔 절대 폐하의 처소에 들어가선 아니되네.
비담: (?, 어이가 없다는 듯) 물론이네. 그럴 리가 있겠나.
알천: 그래. (서둘러 나간다.)




#9 한다사군 관아 안(낮)


관리들의 보고를 듣는 덕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고. 비담 역시 덕만의 옆에 앉아 보고를 듣는다.


#10 태수의 방(밤)


태수의 방은 인강전처럼 집무실과 연결된 곳이다. 비담과 의논을 하는 덕만. 그때, 내관이 들어온다.


내관: 폐하, 내일 있을 화랑친견의 배치도를 가져왔사옵니다.
덕만: (보고) 그래? 알았다. (비담보며) 오늘은 이만 물러가보거라.
비담: 제가 짠 것이 아니라 혹 호위에 구멍이 있을까 저어되옵니다. 허락하신다면, 신도 같이 보고 자리를 수정할까 하옵니다.
덕만: (잠시 당황하다, 미소) 아니다. 알천공이 이미 호위를 염두에 두고 짠 배치도이니라.
비담: 아... 예, 허면 신은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비담, 일어나 나간다. 태수 방문 앞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자리를 뜬다.



#11 관아 마당(낮)


여러 화랑들이 나열해있고, 사람들이 모여있다. 비담이 마당으로 내려오는데, 시위부 무사 하나가 와서 말한다.


무사: 사량부령.
비담: 무슨 일이냐.
무사: 오늘 제 일등으로 서기로 한 서정지도의 염화랑이 나올 수 없다고 연통이 왔습니다.
비담: (!, 엄하게) 뭐라, 전쟁에서 공을 세운 화랑들을 폐하께서 직접 친견하시는 자리다. 헌데 그 소식을 왜 이제야 전하는 것이냐.
무사: 송구하옵니다. 아침에 오는 길에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졌다 하옵니다.
비담: (난감한) 혹, 이번 시찰에 따라온 서라벌 화랑이 있느냐.
무사: 용화향도의 삼광랑이 있사옵니다.
비담: (확인하듯) 유신의 장남.
무사: 예.
비담: 삼광을 데려와라, 어서.


#12 마당 한켠(낮)


조급하게 기다리는 비담. 멀리서 무사와 함께 용화향도 화랑복을 입은 유신이 온다.


삼광: (비담에게 예를 취하고) 사량부령.
비담: 오랜만이로구나. 이번 화랑친견의 자리에서 네가 지방 화랑의 대리를 맡아야겠다.
삼광: 제가 말이옵니까.
비담: 그래, 폐하께서 네 얼굴을 아시니 어찌 된 영문인지 물으실게다. 허면 내가 따로 말씀을 드릴테니 넌 그저 서있기만 하면 된다.
삼광: 예, 사량부령.



#13 관아 마당(낮)


어수선한 분위기. 비담의 옆으로 삼광이 서고, 줄을 따라 화랑들이 선다.


내관(E): 폐하 납시오!


당당한 미소로 마당으로 나오는 덕만. 소란이 잦아들고 모두 고개를 조아린다. 덕만, 자연스럽게 화랑들 쪽으로 걸어간다. 덕만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비담이 고개를 들고, 삼광이 고개를 든다. 그때, 덕만의 뒤에 선 내관이 깜짝 놀란다.


내관: (어쩔 줄 모르다 작게) ㅍ, 폐하..
덕만: (듣지 못하고) 네가 서정지도의 염화랑이로구나.
비담: (?!)
삼광: (?, 어리둥절)
덕만: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미소) 백제와의 전투에서 네가 세운 공은 병부를 통해 보고받았다. 너와 너의 낭도들의 용맹은 가히 화랑의 본이라 할 수 있느니라.
비담: (혼란스러운데)
삼광: (여전히 어리둥절인)

그때 내관이 우물쭈물하다 다가와 말한다.

내관: 폐하, 서정지도의 염화랑이 아니라, 용화향도의 삼광랑이옵니다.
덕만: (!!)
비담: 예, 폐하. 염화랑이 사고를 당하여, 신이 대신 서라 일렀사옵니다.


덕만, 크게 당황하고. 여전히 비담과 삼광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크게 불안감을 느낀 덕만이 옷자락을 쥐었다 떼길 반복하자 비담이 알아차리고.


비담: 폐하, 옥체가 미령하시옵니까.
덕만: 그, 그래. 어제 무리를 했는지 머리가 어지럽구나.
내관: (옳다구나 싶어)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어서.
비담: 예, 폐하. 폐하의 친견은 봉서로 대신하겠나이다.
덕만: 그래, 알았다.



덕만, 내관의 안내를 받아 다시 돌아 들어가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수근거린다. 비담은 그 앞에 서서 돌아가는 덕만의 모습을 보며 근심이 어린다.




#14 편전 앞(밤)



일을 끝내고 돌아가려던 비담. 멀리서 덕만이 편전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비담(E): 폐하께서 이 시간에 어찌...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회상)

#5
잔을 떨어뜨리는 덕만, 놀란 알천

#8
알천: 그럴리는 없겠으나... 폐하께서 먼저 자네를 부르시기 전엔 절대 폐하의 처소에 들어가선 아니되네.

#10
비담: 제가 짠 것이 아니라 혹 호위에 구멍이 있을까 저어되옵니다. 허락하신다면, 신도 같이 보고 자리를 수정할까 하옵니다.
덕만: (잠시 당황하다, 미소) 아니다. 알천공이 이미 호위를 염두에 두고 짠 배치도이니라.


#13
덕만: (듣지 못하고) 네가 서정지도의 염화랑이로구나.

삼광랑이란 것을 알고 당황해하던 덕만


#14

뭔가 있음을 직감한 비담, 굳은 표정으로 편전으로 향한다.




#15 편전 안 복도(밤)


비담, 호위를 선 시위부를 피해 몰래 숨어들고.


#16 편전 안(밤)


편전 구석으로 숨어든 비담.


덕만(E): 위치가 바뀐 자는 없느냐?
내관(E): 예부 대사가 바뀌어 편전에 드옵니다. 해서, 기존 대신들의 위치가 일보씩 뒤로 물러날 것이옵니다.

비담: (?)

비담, 고개를 들어 편전 안을 살핀다. 덕만과 내관이 보이는데. 덕만, 자연스레 걸어 어좌에 앉는다.


덕만: (허공을 보며) 이 위치가 맞느냐?
내관: 예, 폐하.
비담: (?, 뭐하는 거지?)
덕만: 내일 내릴 교지와 사령장을 가져오너라.
내관: (들고 있던 두루마리 두개를 어좌 앞에 놓는다.)


덕만, 그 중 하나를 들고 펴는데. 사령장을 내려보고서 읽지 못한다.


덕만: (내려다보며 내관에게)이게 무엇이냐.
내관: 교지이옵니다.
비담: (?)
덕만: (손을 뻗어 먹물자국을 확인하려는데)
비담: (!)
덕만: (잘 느껴지지 않는다. 눈쌀을 찌푸리고, 내관에게) 잘 모르겠구나. 내성에 일러 교지는 두번 둘러 묶으라고 전하거라.
내관: 예, 폐하.
비담(E): (그동안의 덕만 행동들이 떠오르고, 충격받은) 교지를... 못봐...?



덕만, 신하들의 위치와 교서의 위치 등을 몇번이나 확인하고 기억하려 애쓴다. 비담은 충격에 휩싸이며 뒤로 천천히 물러난다.



#17 태의원(밤)


일지를 다 쓰고 일어나려던 태의.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진 비담이 거칠게 들어와 단숨에 태의의 멱살을 잡는다.


비담: (태의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네 놈은 대체 뭐 하는 작자야!!
태의: (켁켁거리고) 비, 비담공!
비담: 폐하의 안정(눈)이 저리 될때까지 대체 네놈은 뭘 했냔 말이야!
태의: (힘겹게) 내 힘으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소이다.
비담: 뭐라.
태의: 2년 전 폐하께서 안질에 걸리셨을 때, 충분히 쉬시는 것 외인 방도가 없다 말씀드렸었소이다.
비담: (손에서 힘이 풀어지는) 2년 전...! 백제와의 전투때 말인가...!
태의: (겨우 빠져나와서) 허나 비담공도 알다시피 폐하께선 하루가 멀다하고 장수들과 회의를 하셨소이다. 안질이 더욱 심해질 동안 말이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뭘 어찌 할 수 있단 말이오.
비담: (태의와 덕만을 이해하지만 마음 속에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안타까움만 더해간다.)
태의: 지금도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으려면 글과 화기를 멀리 해야 하는데, 폐하께선 용태를 숨기기 위해 매일 밤 문서와 씨름을 하고 계시오이다. (자신도 답답한) 눈이 완전히 멀기 전에, 먹의 번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요.
비담: (!)
태의: 나 역시 답답하오. 병마와 싸우며 신국을 위해 육신의 고통을 감내하시는 폐하를 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얼마나 초라해보이겠소이까.
비담: (반박할 수 없는, 덕만의 희생에 안타깝고, 답답하다.)...폐하의 용태가, 정확히 어떠하시오.
태의: ...안질이 이미 안막 대부분을 손상시켰소. 아직 형태를 분간치 못할 정도는 아니나, 매우 흐릿하게 보이는 상태요. 글씨는 물론이거니와 눈 앞에 선 사람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오.
비담: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끔찍한 현실에 눈을 질끈 감고 만다.)
태의: 시력이 회복되는 길은 매우 요원한 상태이며, 그나마 남은 시력을 유지하는 길조차, 폐하께선 포기하셨소.
비담: ...(눈을 떠 태의를 보는, 스스로 답을 알고 있으나) 어찌...
태의: ...남은 시력을 지키는 일보다... 신국과 황실의 안정을 지키는 일이 왕도라, 생각하신게지요.
비담: (안타까움에 다시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다.)




#18 저자 (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반쯤 풀린 눈으로 허망하게 걷는 비담.


#19 복야회 산채(낮)-회상


얼굴에 분장을 한 비담. 그를 보고 있던 덕만. 비담, 옆에 단검을 놓은 채 짐을 챙기며 일어난다.


비담: 나 갔다올게.
덕만: (?, 검을 잡고) 이것도 가져가야지. (던진다.)
비담: (받고) 아, 깜빡했네.
덕만: (피식) 잘 챙겨야지. 처음 받은 칼같은데.
비담: (놀라) 어,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덕만: (대수롭지 않게) 거기 써있잖아. 칼집 끝에.


비담, 칼집 끝을 주의깊게 본다. 뭔가 오돌토돌하게 만져지는데.


비담: (신기한) 이게 글씨였다고?
덕만: (피식 웃는) 화주로 확인해봐.


비담, 꾸러미에서 화주를 꺼내 확인해보는데, 세필로 초도(初刀)라고 새겨져있다.


비담: 와, 진짜네. (신기하다는 듯 덕만을 보고) 넌 이게 보여?
덕만: 난 사막에서 왔잖아.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10리 밖에 있는 집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거든.
비담: 와... 진짜 신기하다.(그저 놀랍기만 한데)
덕만: 너네 스승님, 차갑고 쌀쌀맞기만 한 줄 알았는데 널 많이 아끼시나보다.
비담: (잘 못듣고) 응?
덕만: 초도라는 글자를 새겼다는 건, 네 첫 검을 그만큼 소중히 여기신단 거잖아.
비담: (생각 못해봤다는 듯, 벙쪘다가, 이내 환해진다.) 그럼, 우리 스승님께서 날 얼마나 아끼시는데.
덕만: (아이처럼 웃는 비담을 재밌다는 듯 웃으며 본다.)


#18

괴로운 듯 하늘을 보는 비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이다.


비담(E): 저조차 모르던 스승님의 애정을 일깨워주신 폐하가 아니시옵니까. 누구보다 깨끗하고 뚜렷한 안정이 아니였사옵니까. 헌데 어찌, 이러실 수가 있사옵니까. 어찌, 육신이 허물어가고 눈이 시들어가는 것을 감내해가며 신국의 미래를 선택하실 수가 있는 것이옵니까.

고개를 떨어뜨려 허공을 보는 비담. 눈물이 뚝 떨어진다.


비담(E): 그것이 왕의 길이옵니까. 그것이... 왕이 걸어야 하는 길이옵니까. (눈빛이 달라지는) 허면 폐하께선 왕의 길을 걸으십시오. 역사의 오명은 제가 다... 뒤집어 쓰겠습니다. 반정의 수괴, 군주를 배반한 역도가 되어... 당신께 주어진 그 무거운 짐을 빼앗을 것입니다. 그 길이, 세간의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되는 길일지라도, 당신의 분노와 경멸을 버텨야 하는 길이라도... 나는, 반드시, 그 길을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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