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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덕팬픽] 추화군 5모바일에서 작성

(119.199) 2018.07.02 0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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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아범에게 오늘은 그냥 돌아가도 좋다는 말로 억지로 그를 보내버린 비담이 서라벌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자그마한 응접실에 들어섰다.

덕만이 건네준 수건으로 젖은 몸과 의복을 닦는 알천과 유신을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모든 창문을 활짝 열자 주변의 나무로 울창한 풍경이 창으로 펼쳐졌다.


“이야... 장관입니다. 산 위의 집이 이리 운치가 있다니요.”


전쟁터에서 질리도록 본 나무일 텐데.

비담이 입술을 깨물었다.

괜히 나오는 심술은 분명 덕만과의 시간을 방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 아주 좋은 곳에 터를 잡아주셔서 그 덕에 제가 잘 누리고 삽니다.”


분명 좋은 곳이긴 하였으나 깊은 산속이라 불편한 점들도 있을 것이었다.

유신 역시 그 풍경을 바라보며 혹여 문제가 될 곳은 없는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오셔서 참 기쁩니다만 이리 오셔도 되는 것입니까? 정무에 바쁘실 텐데...”

“아, 유신 저 자는 당분간 백제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잠시 여유가 생긴 쪽이고 소신은 밀린 휴가를 좀 썼습니다.”

“휴가요?”

“예, 제 나이가 이제 이팔청춘이 아니라서 좀 쉬기도 해야지요.”


그 이팔청춘의 시간을 덕만과 신국을 위해 다 쓴 세 사람이었다.

그 고마움에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덕만이 고개를 돌리자 비담이 급히 제 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건네었다.


“고맙다.”


그 손수건을 받아 눈물 젖은 눈을 닦으며 덕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사는 하고 오셨습니까? 저희도 조식을 먹어야 하니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하겠습니다. 앉아 계십시오.”


비담이 그런 덕만을 제지했다.

두 사람의 행동에 알천과 유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느 쪽에게 밥을 얻어먹든 그리 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저희는 안 먹어도 됩니다.”

“하하, 유신 그래도 그런 말은 말게. 밥은 먹어야지...”


사실 일찍 도착하려고 밤새 부지런히 움직인 탓에 그 흔한 국밥조차 먹지 못한 두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유신의 말이 알천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럼 같이 하자. 쉬고 계십시오.”


결국 비담과 덕만이 나란히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천과 유신이 나지막이 웃음을 지었다.


“부부가 따로 없군.”

“폐하께서 얼굴이 좋아 보이시니 다행일세.”


유신의 말에 알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화군에 내려올 때만 해도 덕만이 워낙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가 생사를 넘나드는 비담이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을 볼 때면 생기가 없는 살아있는 송장과도 같은 모습이었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여인으로써 당차게도 왕이 되겠다 다짐하고는 진정 미실을 상대로 승기를 쟁취했던, 그 눈부시게 빛나던 자신의 주군이 맞는가 본인 스스로 의심할 만큼 무너졌던 그녀가 다시금 제 앞에 밝은 빛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그렇기에 탁자 밑에서 어울리지도 않게 발을 동동 허공에서 움직이는 것일 테다.


“폐하, 제가 합니다.”

“자꾸 네가 한다고 하면 화를 낼 것이다. 너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 다 나은 것이 아니야.”

“덕구 어멈이 다 차려주었으니 밥이랑 국만 올리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내가 하겠대도.”


부엌에선 여전히 비담과 덕만이 실랑이 중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리도 위하는데 그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대방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부엌에 무엇이 있는지 서툰 비담과 달리 눈에 훤한 덕만이 먼저 그릇에 국을 담자 비담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주변에서 걸리적 거리지 않도록 한 발자국 물러섰다.


“비담. 네가 걱정할 만큼 내 몸이 이상한 게 아니다.”

“언제 쓰러지실지 모르니 무리하시면 아니 됩니다. 다시 쓰러지시면 정말 위험하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의원께서도 곧 오시겠구나.”


탐탁지 않은 얼굴로 바라보는 비담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덕만이 이어 밥을 담았다.

비담이 그녀에게 다가가 본인이 하겠다는 행동을 보였으나 덕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일을 계속했다.


“속상합니다.”

“응?”


밥상을 들려는 덕만을 밀어내며 냉큼 상을 들어 나가는 비담이 넌지시 제 마음을 던져놓았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나가버리는 비담의 등에 나 화났다고 적힌 느낌이 들어 덕만은 종종걸음으로 그를 따라갔다.

벌컥 문을 열고는 밥상을 들고 들어오는 비담을 보곤 유신과 알천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네... 퍽 잘 어울리는구먼.”

“원수에게 주는 밥상일세. 독약이 들었을지도 모르니 잘 드시게나.”


비담의 살벌한 농을 들으며 알천과 유신이 비실비실 절로 생기는 웃음을 참으려 노력하였다.

비담이 내던지듯 상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덕만이 안으로 들어섰다.


“폐하, 어서 앉아 드십시오.”


정중히 말하는 유신을 노려보며 비담이 냉큼 덕만의 손을 붙잡아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덕만이 제 눈치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비담은 덕만 옆에 앉은 유신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계속 노려보았다.

저 친구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알천이 기가 막힌 얼굴로 비담을 바라보았다.


“어서 드십시오.”


상에 놓인 수저를 덕만의 손에 쥐여준 비담이 덕만이 밥을 떠 입에 넣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본인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남은 두 사람 역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숟가락을 들었다.

꽤 먹음직스럽게 보이던 음식은 시장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맛이 좋았다.


“맛있지요? 요리해주시는 분의 솜씨가 매우 좋습니다.”


알천과 유신의 입가에 미소가 서린 것을 알아차린 덕만이 반찬을 알천과 유신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무어라 말하려던 비담이 이내 입을 닫았다.

그러기에는 알천과 유신 못지않게 덕만에게도 보는 사람이 설렐 만큼 예쁜 미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눈앞의 두 놈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 짜증 날 뿐이었다.


“오는 내내 걱정을 하였습니다. 폐하께서는 괜찮으신 겁니까?”

“예? 예. 괜찮습니다.”


유신의 말에 비담의 눈치를 보며 대답하는 덕만의 모습은 마치 거짓말을 들켜 엄마 앞에 서 있는 작은 꼬마 아이 같았다.


“아랫마을에 의원이 한 분 계신데 주기적으로 오고 계십니다. 오늘쯤 오지 않을까 싶긴 한데...”


덕만이 말 끝을 흐리며 밖을 향해 시선을 옮기자 비담이 제 눈앞의 닭고기의 살을 발라내어 덕만의 밥 위에 얹아주었다.

비담이 닭 요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턱이 없는 덕만은 웃으며 제 입에 음식을 넣었다.

오물오물 먹는 모습조차 이리 예쁘니 원.

비담이 아까 화가 났던 제 감정조차 잊은 채 그녀를 향해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폐하, 요즘은 이리 식사를 꼬박꼬박 드시옵니까? 예전처럼 거르시고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덕만이 식사를 자주 걸러 곤란했던 것은 태의뿐이 아니었다.

매번 인강전을 들릴 때마다 금방이라도 목에 칼을 들이밀듯 살벌한 눈길로 덕만의 식사를 확인하는 비담 덕분에 알천은 비담의 검은 의복 자락만 보아도 식은땀이 나며 가슴이 뛰는 기이한 경험을 했던 것이었다.


“아... 여기서는 정말 다 챙겨 먹습니다.”

“그건 자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이제 내가 챙길걸세.”


비담의 말에 알천이 사레가 걸린 듯 캑캑 거리기 시작했다.

유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옆에 놓인 물 잔을 알천에게 건네자 그가 급히 물을 들이마시었다.


“언제 가나?”


비담의 말에 당황한 덕만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제 오셨는데 어찌 그리 말하느냐?”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만...”


비담이 멋쩍은 얼굴로 덕만을 마주하자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다그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비담이 구박을 하여도 사흘은 있으려 합니다.”


유신이 점잖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를 향해 눈길을 주는 덕만의 눈을 가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신없는 식사가 끝나자 비담이 상을 치우려는 덕만을 기어코 자리에 앉히고는 상을 들고 부엌으로 가버렸다.

물론 나가기 전 알천과 유신에게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음이다.


“어떻습니까, 승만은 잘하고 있습니까?”


비담이 나가자 덕만의 모습은 한 촌부가 아닌 위풍당당하였던 신국의 주인으로 변한 듯하였다.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을 수 없는 힘이 서려있었다.


“예, 잘하고 계십니다. 허니 이제 그런 것은 모두 잊고 편안히 비담과 지내십시오.”


이것이 유신의 진심이었다.

한 평생의 여인이자, 주군이자, 어쩌면 동지였을지 모르는 지난 세월의 마침표를 이리 찍고 싶었다.

그녀가 행복한 것을 보는 것으로.


“..... 그래야지요.”


다행히 덕만은 웃어주었다.

문 밖을 향해 바라보는 눈길에는 비담을 향한 다정함이 서려있었다.


“폐하, 그리고 이건 춘추공의 서신입니다. 업무가 과중하셔서 당장은 오실 수가 없고 이후에 홀로 오신다 하십니다.”

“그렇습니까... 같이 이리 보면 좋았을 텐데요...”


한눈에 보아도 값비싼 화려한 비단 봉투에 넣어진 춘추의 서신을 꺼내며 덕만은 글썽이는 눈물을 애써 삼키었다.


“가엾은 것...”


편지를 다 읽은 덕만에게서는 안타까움이 서려있었다.

왕재의 길이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을, 이 아이가 앞으로 희생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아는 이는 덕만이었다.


“보고 싶습니다.”

“저희가 올라가면 꼭 한 번 내려가시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덕만이 여전히 춘추의 서신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본 유신이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알천이 제가 지고 왔던 짐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디 있더라...”

“무엇을 찾으십니까?”

“제가 폐하께 드릴 선물을 들고 왔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시면...”

“알천 저 자가 이것도 가져가야 한다 저것도 가져가야 한다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저 와주기만 하셔도 이리 고마운 것을...”


그러나 덕만과 유신의 예상과는 달리 그가 주섬주섬 꺼낸 것들은 대추와 밤, 또 쌀과 같은 곡식들과 대나무와 소나무 가지였다.

덕만이 이게 다 무엇이냐 물으려는 찰나 설거지를 마친 비담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뭐 하나?”

“아! 자네 마침 잘 왔네. 내가 자네와 폐하를 위해 준비한걸세.”


덕만과 비담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덕만이 비담에게 저것들이 다 무엇이냐는 눈빛을 보내자 비담은 어깨를 으쓱이며 모른다는 표시를 하였다.

허나 유신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이 물건들이 어디에 쓰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붉어진 얼굴로 알천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나와 유신이 증인이 되어줄 테니 폐하와 함께 혼례를 치르는 게 어떤가?”


알천의 한 문장에 방 안에 침묵이 맴돌았다.


“비담... 지금 내가 무언가를 잘못 들은 것 같구나...”


덕만이 비담을 향해 허공으로 손짓하자 비담이 덕만의 손을 낚아채 붙잡았다.

그러나 그 역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제가 다 준비해왔습니다, 폐하. 혼례복이 없는 게 좀 아쉽지만...”

“제일 중요한 걸 빠트리면 어떡하나.”


유신의 핀잔에 알천이 헛기침을 하였다.

급작스럽게 준비해 온 탓에 제작에 시간이 걸리는 혼례복은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터였다.


“흠흠, 아무튼 이번 기회를 놓치시면 다시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대나무 가지를 손에 쥐고 살랑살랑 흔드는 알천 덕분에 방안에 웃음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유신과 덕만이 이리 서로 같이 걸음을 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인 일이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싸울 것처럼 맹렬히 자신을 노려보는 비담을 애써 모른척하며 산책을 하자는 덕만의 명에 따라나선 유신이었다.

비가 그치고 주변의 무성한 나무의 잎들이 머금은 물방울이 땅에 안착하였으나 덕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유신공.”

“예, 폐하.”


자동적으로 나오는 그의 대답에 덕만이 미소를 지었다.


“..... 고맙습니다.”


너무나도 할 말이 많았지만 덕만은 그 말에 모든 것을 다 담은 듯하였다.

다른 누구는 몰라도 유신은, 가장 덕만과 오래 한 유신만큼은 그 말의 뜻을 온전히 알아차렸다.


“추화군으로 오면서 그저 이런 생각만 하였지요. 부디 웃고 계시면 좋겠다. 더 이상 폐하의 굳은 표정을 또 옥루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웃을 일만 가득하지 않겠습니까...”


덕만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산의 서쪽 끝에 있는 절벽이었다.

저 멀리까지 보이는 멋진 광경에 유신은 놀란 얼굴로 다가섰다.


“참 좋은 곳입니다.”

“예. 아주 작지만 백성들이 저리 장터에 나온 모습들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뭉클합니다.”

“백성들에게 좋은 왕, 신하들에겐 좋은 주군이셨습니다.”

“..... 아니... 아닙니다.”


어느새 유신을 바라보고 있는 덕만의 표정이 슬퍼졌다.


“민생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하였으나 대외로는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절대 승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폐하, 아니 옵니다.”

“유신공... 춘추를 잘 부탁합니다. 그 아이가... 어쩌면 그 아이가 천년의 역사, 그 주인공이 될지 모릅니다. 현명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열정이 대단한 아이입니다.”


어느새 혼인하여 자녀까지 있는 춘추가 덕만에게는 여전히 아이인 모양이었다.

유신이 고개를 숙이었다.

이것이 어쩌면 덕만이 정말 주군으로써 내리는 마지막 명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와는 달리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는 그런 냉철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까... 잘 부탁합니다. 그 아이 곁에서, 우리의 힘으로 삼한일통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들의 자녀들이 통일된 신라에서 마음껏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예, 감히 제가 그 명을 받듭니다.”

“유신공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겁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보았다가 다시 절벽 아래로 보이는 마을들과 장터들을 바라보았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백성들을 보며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시금 느끼었다.

우리의 백성, 우리의 나라,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었다.

덕만과 유신의 두 눈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눈물이 고였다.






















참을성이 다한 비담이 덕만에게 가겠다는 것을 알천이 열심히 막고 있던 와중에 덕만과 유신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언제 자신이 그랬냐는 듯 덕만의 얼굴을 보고는 배시시 웃는 비담 덕분에 알천은 기가 찬 듯 어이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피곤하실 텐데 눈이라도 좀 붙이십시오. 밤새 오셨으니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예, 폐하. 그럼 잠깐이라도...”

“흠흠.”


덕만의 제안을 덥석 문 알천과는 달리 제지하는 듯한 유신의 헛기침 소리에 알천이 유신을 노려보았다.

아까는 배고픈데 밥 먹는 것도 제지하더니 이번에는 잠까지 제지하다니.


“얼른 자게. 웬만하면 석식을 들 때 까지는... 아니다, 아예 아침까지 푹 자면 좋겠군."


비담의 말에 알천과 유신의 웃음이 터지었다.

농담 삼아 한 말이겠지만 분명 진담도 섞인 말일 테다.

제 혼자 마음껏 누리고 싶은 덕만과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뺐긴다는 것이 비담에게는 영 속이 상하는 일이었다.

덕만이 무어라 그에게 말하려는 찰나 비담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밖으로 이끌고 나왔다.

그나마 유신에 비해 눈치는 살아있는 알천이 조심히 응접실의 방문을 닫고는 드러눕자 유신 역시 머뭇거리더니 그 옆에 누워 잠을 청하였다.


"비담... 자꾸 이럴 것이냐?"

"무엇을 말입니까?"


능청스레 대답하는 비담 덕분에 덕만 역시 웃음이 터지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 그를 처음 보았을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 오랜만에 친우를 본 느낌이 들었다.


"이리 와준 고마운 이들을 어찌 그리 대하느냐."

"신혼집에 찾아온 것 자체가 민폐입니다."

"비담..."


덕만이 자신을 자꾸 나무라는 게 싫은지 비담이 쪽 하고 빠르게 덕만의 입을 맞추었다.

그 덕에 덕만의 입이 앙 다물어지자 그 모습이 또 너무 어여뻐 분홍빛의 예쁜 볼에 또 입을 맞추었다.


"밉다..."

"자꾸 바가지 긁지 마십시오. 저도 밉습니다."


먼저 밉다는 말을 하고서는 비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덕만이 입을 삐죽였다.

그 모습에 또 참지 못하고 비담이 입을 맞추자 덕만이 잔뜩 토라진 얼굴로 그의 품을 밀어내었다.


"밉다면서 어찌 자꾸 이러느냐..."

"색시가 너무 예뻐서요."

"밉다고 해놓곤..."


부끄러워 돌아서려는 덕만의 허리를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긴 비담이 조심스럽게 덕만을 안았다.

단단한 팔이 제 몸을 비담의 품으로 미는 느낌이 좋아 덕만은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그에게 안기었다.


"먼저 밉다고 하신 건 폐하십니다?"

"네가 밉게 행동하지 않느냐..."

"그래도 제가 좋으시지요?"


비담의 질문에 덕만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비담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서라벌에선 참으로 보기 힘들었던 시원한 미소에 덕만이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 반달 곡선을 그린 그의 눈가에 손을 뻗었다.

짙은 눈썹을 스친 덕만의 손가락이 제 자신을 빚 추는 눈을 지나 얼굴을 감싸고는 덕만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서로의 간질간질한 마음이 펑 하듯 터지었다.

덕만의 입술이 떨어지려 하자 순식간에 그녀를 양 볼을 붙들고는 부드러운 입술을 삼키었다.

진하게 느껴지는 서로의 향에 취하며 비담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덕만이 그를 따라왔다.

서로의 입술을 열고 말캉한 혀를 움직이며 선사하는 쾌감에 두 사람 모두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하아..."

"안 밉습니다. 무엇을 하셔도 안 미워요..."


한참의 입맞춤 끝에 덕만의 입술에 묻은 제 타액을 손으로 닦아주며 비담이 말하였다.


"결국 저는... 폐하만을 위해 살 겁니다. 폐하만을 연모하면서."

"..... 비담..."

"영원히."


다시금 비담이 덕만을 껴안았다.

서로의 온기를 찾아 파고들며 부드러운 입맞춤을 다시금 시작했다.

달콤한 입맞춤 끝에 세차게 서로를 향해 뛰는 심장을 느끼며 서로 열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참지 못한 비담이 덕만의 목덜미로 얼굴을 가져가려는 찰나,


"안돼..."

"예?"


덕만이 제 몸을 뒤로 움직이며 그를 밀어내었다.


",,,,, 손님이 계시잖아."

"잡니다."

"그래도... 알천공이 준비해준 혼례... 그거 치르고 다들 돌아가면 그때 하자, 응?"

"..... 하아..."


당장이라도 방에 들어가 자고 있을 두 놈들을 내쫓아버리고 싶었지만 눈앞에 크고 맑은 눈망울로 자신에게 애원하는 덕만을 져버리는 방법을 비담은 알지 못했다.

폐하, 십여 년을 넘게 참았사옵니다.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뱉어내지는 못하였다.

주먹을 불끈 쥐는 비담을 아는지 모르는지 덕만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나라를 잃은 듯한 허망한 표정으로 비담은 그런 덕만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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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076 비덕 말고도 편집씬 되게 많음 [8] ㅇㅇ(1.235) 20.09.27 3823 33
384075 비덕 편집했던 장면 중 정말 아까웠던 씬 [7] ㅇㅇ(118.235) 20.09.27 2798 31
384066 마지막(미실×비담) [4] 보름달(119.207) 20.09.25 1376 24
384057 전생과 현생 [3] 보름달(119.207) 20.09.25 939 30
384023 현대판 비담×춘추 [3] 보름달(119.207) 20.09.23 1508 23
384022 현대판 비담×덕만 [11] 보름달(119.207) 20.09.23 2667 36
384020 유튜브 덕만-비담 장면 모아놓은 편집본 [7] ㅇㅇ(118.235) 20.09.23 1872 23
384011 밤새 울었더니 눈이 잘 안떠져 [9] ㅇㅇ(211.36) 20.09.22 1092 25
384008 are you... [3] 월천(222.108) 20.09.19 478 17
383996 나는 덕만이 왕이 된 이후 에피소드들을 계속 반복해서 봐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14 1470 27
383995 본방으로 보던 급식 때와 유튜브로 보는 학식 때랑 느낌이 다르다 [3] ㅇㅇ(211.48) 20.09.13 1122 29
383936 일식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 [3] ㅇㅇ(1.232) 20.08.22 924 16
383925 선농제(2) [5] ㅇ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10 476 11
383903 아직도 매일 글들이 올라오는 갤이라니 [12] 따사로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27 1427 23
383902 다시 보니 드는 생각들 [5] ㅎㅎ(1.221) 20.07.25 1474 31
383900 힐링되는 그림 [4] ㅎㅎ(1.221) 20.07.24 1443 27
383899 비덕 스토리짤 [5] ㅎㅎ(211.246) 20.07.19 2529 52
383894 알천덕만 상플) 봄은 다시 오고 2 [4] 절편(211.222) 20.07.17 827 16
383893 내가 가끔씩 돌려보는 장면.. [4] ㅇㅇ(112.151) 20.07.16 2242 63
383892 마지막화 후유증 남을 때 보면 좋을 비덕 팬픽 [9] ㅎㅎ(1.251) 20.07.16 5661 67
383889 선덕여왕은 항상 고구마- 사이다 서사가 너무 좋음 [4] ㅇㅇ(39.121) 20.07.14 1247 29
383884 알천덕만 상플) 봄은 다시 오고 1 [6] 절편(211.222) 20.07.13 1008 26
383883 정주행 후 후유증 심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4] ㅇㅇ(58.234) 20.07.11 667 21
383882 선덕여왕 마지막회 보면 잠이 잘 안오는거 같음 [6] ㅇㅇ(58.234) 20.07.11 1258 37
383880 개인적으로 무한 반복시청하는 장면 [4] 비덕비덕(39.7) 20.07.07 2514 46
383877 처음 좋아했던 캐릭터를 안 바꾸고 계속 좋아하는 갤러있나 [16] 비덕비덕(39.7) 20.07.03 1397 28
383876 이제 와서야 느낀건데 미실ㅡ설원 케미도 쩐다 [5] 비덕비덕(39.7) 20.07.03 1526 51
383875 are you... [4] 월천(115.21) 20.07.03 575 21
383871 좋아하는 조연들 모음 [7] ㅇㅇ(154.49) 20.07.02 1390 21
383867 갤 망치는건 비추테러하는놈들이지만 [6] ㅇㅇ(185.244) 20.07.02 56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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