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파이널에서의 홍진호는 확실히 부진했다.. 운도 안따라줬던 거 같고

홍진호 본인이 얘기했듯 일단 살고보자라는 마인드가 강했다. 일단 살고보면

뭔가를 보여줄 기회가 올테니까..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 같고

장동민, 오현민, 김경훈이라는 새로운 강자들이 나와서 그들과 비교당하며 거품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난 처음에 시즌3 블랙가넷을 먼저 본 사람으로써 장동민을 좋아했었지만 시즌1부터 정주행 하고

난 뒤부터는 홍진호의 플레이를 더 좋아하게 됐다. 스타크래프트로 따지자면 장동민은 이영호고

홍진호는 임요환이라고 생각한다. 이영호vs임요환을 얘기할 때 최강은 이영호고 최고는 임요환이라는 말이 있듯이

홍진호라는 지니어스의 왕을 거품이라는 말로 폄하할 수 없다고 본다.

사실 임요환이 최고가 된 결정적은 요인은 임요환의 압도적인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임요환은 항상 새로운 전략, 혁신적인 발상으로 흥미로운 플레이를 하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임요환은 압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지는 게임이 분명한대도 아슬아슬하게

3:2로 역전승을 거두거나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쫄깃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니어스의 홍진호는 스타의 임요환과 같다고 느낀다.

시즌4에서 홍진호가 거품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시즌1에서도 홍진호는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아니었어

데스매치도 여러번 갔고 정치를 못해서 따돌림 당하기도 했지만 홍진호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난관을 해쳐나갔다. 답이 없고 이미 진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기발한 발상으로 송곳처럼 뚫고나오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픈패스, 오대오)

만약 임요환이 이영호처럼 압도적인 플레이어였다면 그에게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까? 심적으로 정이 갈 수

있었을까? 내가 장동민보다 홍진호에게 정이 간 이유가 그때문이다.

장동민은 정치,두뇌,전략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에 더 볼게 없다. 반면 콩은 다 부족해도

기발한 발상으로 판을 뒤집은 번뜩이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더 콩에게 집중하게 된다.

장동민도 물론 십결, 전략 윷놀이, 무게가 달라 등등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그랜드파이널은 왠지 장동민보다는

홍진호에게 정이 갔다. "제발 시즌1의 우승자로써, 지니어스의 아이콘으로써 장동민과 대적하란 말이야."

"오픈패스, 오대오, 칩 무한 증폭, 역 스트레이트와 같은 기발한 발상을 보여주란 말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시청했던 거 같다. 한 때는 지니어스의 왕이었고 아이콘이었지만,

그마저도 이제 장동민이 가져갔다는 생각에 왠지 홍진호가 처연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4강에서 탈락할 때 자신의 주특기인 포커로 지는 것도 좀 씁씁했고 탈락 인터뷰는 처연했다.

"시대가 변했고 제가 언제까지 왕, 우승자의 대접을 받겠어요, 이제 저보다 더 뛰어난 참가자들이 있고

이젠 그들이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홍진호가 지니어스에서 만큼은 임요환으로 남길 바랬지만 시즌4에서 다시 홍진호가 되어버렸다..

아이콘 마저 장동민에게 넘어간 거 같은데 그래도 난 홍진호가 선구자로써 지니어스의 임요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현민이 홍진호보다 더 똑똑할 수도 있다. 장동민에게 모든 면에서 뒤쳐질 수도 있고 이상민보다

연합을 못할 수도 있지 그러나 홍진호는 그래서 더 특별했다. 사람을 모은 뒤에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인

전략을 짜고 사람을 모으는 플레이. 그게 홍진호에게 독이 됐든 약이 됐든 홍진호의 플레이가 분명 특별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최강은 장동민, 최고는 홍진호!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