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주갤에 보면 하루에 하나씩은 "맥주 어떻게 묵히나요" 와 관련된 질문이 올라옴.

일단 묻고 싶은건 왜 맥주를 묵히려고 하는가? 임.

맥주를 묵힌다고 무조건 맛이 좋아지는게 아닌 것을 알아야함.

와인 같은 경우 영하면 별로라고 하던데 맥주의 경우 영하다 올드하다의 기준이 와인에 비해 매우 짧을 뿐 더러

무조건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왜 이 맥주를 묵혀야하나?와 이 맥주를 묵히면 어떻게 되나? 를 알고 있어야함.

우선 어떤 맥주가 묵혀지는가?

고도수의 쿼드루펠, 임스만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고

8도 이상의 맥주는 전부 어느 정도 숙성이 가능함.

술장에 몇십년 놔둔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것 처럼, 도수가 높으면 잘 썩지 않아서 그냥 숙서이 되는거임.

그리고 도수가 낮더라도 야생 효모에 의해 이미 썩어버린(?) 람빅, 혹은 아메리칸 와일드 에일도 10년, 그 이상을 버틸 수 있음.

벨기에의 맥주들은 병 내에 효모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2차 발효가 병 내에서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묵힐수록 맛이 변해지는 것임.

하지만 효모들도 생명이 있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활동하다가 적당히 때가 되면 죽는데

그래서 보통 에이징에 한계가 존재함.

일단 그러면 정리해보자.

벨지안 쿼드루펠 -> 묵혀짐

벨지안 트리펠 -> 묵혀짐

벨지안 듀벨 -> 묵혀짐

벨지안 다크 / 골든 스트롱 에일 -> 묵혀짐

람빅 -> 묵혀짐

아메리칸 와일드 에일 -> 묵혀짐

바이젠 -> 안묵혀짐

IPA -> 안묵혀짐

올드 에일 -> 묵혀짐

발리 와인 -> 묵혀짐

임페리얼 스타우트 / 포터 -> 묵혀짐

5도대의 잉글리시 스타우트 -> 안묵혀짐

등등... 뭐 맥주마다도 케바케긴 한데 우선 대충대충 그렇다는 것.

그럼 에이징하면 맥주의 어떤 부분이 바뀌는가?

에이징을 자주 하는 세 가지 스타일만 보도록 하자.

1.벨지안 쿼드루펠 / BDSA

효모와 몰트, 그리고 강한 알코올이 특징인 맥주이다.

보통 피크를 5년 정도로 보는 편인데

처음 숙성시키면 벨기에 효모의 복합적인 알싸함-과일 캐릭터가 증폭되면서

강한 알코올이 줄어들면서 마시기는 편하고, 진득하면서도 복합적이고 화려하게 되는데

그 이상 숙성시킬수록 효모의 스파이시함이 줄어들고

바디도 가벼워지기 시작하며 건포도스러운 캐릭터만 남는다.

10년 이상 숙성시킨건 마실만은 한데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쪽이 나았다.

2.브렛 효모가 들어간 맥주들(람빅과 그 외)

람빅의 경우 보통 피크를 10년으로 본다고 카더라.

효모의 생명이 10~20년 내라고 들었는데 출처가 정확하진 않음.

나는 빈티지 람빅을 많이 안마셔봐서 뭐라 말 하긴 힘든데.. 5년된건 몇 개 마셔봤는데 환상적이었음.

효모들의 복합적인 꿉꿉함이 더욱 더 강화되는데 산미가 늘어나진 않는 것 같음(팩트 체크 필요).

과일 람빅은 문제인게 과일 캐릭터는 홉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빠지기 때문에

람빅과 과일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선에서 최선의 에이징을 찾아야하는데

과일 맛이 연한 람빅의 경우 에이징하면 다 빠져서 미묘한게 태어날 수 있음.

이건 맥바맥이니 그냥 마셔보면서 파악하자. 

3.임페리얼 스타우트 / 포터

임스를 에이징 하는 이유는

부재료 / 배럴 / 알코올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보면 댈듯.

배럴 임스는 보통 3~5년 정도가 피크라고 하던데 (아는 분이) 나도 배럴 임스의 버티컬은 안해봐서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함.

부재료 같은 경우는 그냥 선형으로 쭉 빠지기 때문에 참 애매한데

배럴 + 부재료 임스 같은 경우 부재료가 빠지지 않고 배럴에 녹아드는 듯 한 적절한 에이징 시기를 찾으면 정말 뛰어남.

이 것도 맥바맥인 듯 하니 결국 알아서 찾아보는 것 밖에 없겟다!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에이징 정도를 찾는 과정인데

이게 말 처럼 쉽지가 않아서 문제임. 국내에 빈티지 맥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없고

결국 집에서 구석에다가 맥주 박아놓고 몇 년 기다려야 하는건데.

만약 숙성해보고 싶은 맥주가 있으면 2 병 사는 것을 추천하는데

하나는 바로 마시고 , 하나는 박아두고 몇 년 뒤 오픈하는거임.

그리고 지금 마셔도 맛있는 맥주는 사실 크게 숙성할 필요가 없음.

람빅이야 맛이 발전을 하다보니 에이징 하면 좋긴 한데

예를 들어 텐 피디 같은 경우 난 지금 마셔도 맛있어서 굳이 에이징 안해도 될 것 같음.

반대로 최근 마신 코코 지저스 같은 경우 부재료가 강하면서 알코올도 튀어서, 약간 부재료를 희생하더라도 숙성시키면 알코올이 빠져서 마시기 편하겠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숙성을 고려해보면 됨. 

세 줄 요약 : 

1.지금 마시고 맛있는 맥주는 굳이 에이징 안 해도 된다.

2.알코올이 튀거나 부재료가 강하거나 맥주 자체에 포텐셜이 보일때(이건 경험치) 숙성을 하자.

3.괴즈는 숙성시키자 이건 걍 ㄹㅇ 맛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