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워프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마침내 여기까지 왔어..."

남자는 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모닥불은 거의 죽어 숯이 되어있었다. 갈라진 가지들이 품은 빛은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고 남자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모닥불 너머에 서있는 다른 자는 키가 크고 덩치가 컸다. 그는 역사 속의 왕들과 정복자들의 얼굴들을 하나로 합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모닥불 옆에 앉은 남자처럼 검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나, 앉아있는 자의 옷은 누더기인데 반해 그의 옷가지는 무겁고 장엄하였다. 남자의 어깨에 놓여져있는 가죽은 두꺼웠으며 야수의 머리는 그의 어깨에 놓여져 있었다. 반지들이 그의 장갑낀 손에서 빛나고 있었으며 자수정,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들이 타오르는 나무의 빛을 받으며 빛나고 있었다.

"나와 대화하지 않을 것인가? 아버지여?" 호루스가 말하였다. "진실을 나에게 말하지 않을 것인가?" 호루스는 땅에 앉았고 그의 눈도 반지들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있으며, 나는 혼자다."

불 옆에 앉은 남자는 그의 머리를 천천히 들었다. 그는 늙어보였으며, 그의 피부는 세월의 흐름을 겪은 듯 주름져있었다. 그의 머리는 하얗으나 그의 눈은 마치 고대의 청동상들에 남겨진 눈구멍처럼 검정색으로 가득차있었다.

"넌 지금 혼자가 아니다." 그는 말하였다. 그리고 숲의 그림자로 시선을 옲겼다.

"너희들이 보인다." 그는 어둠을 향해 말하였다. 잠깐동안 불이 밝게 타올랐으며 그 빛은 더이상 흐릿하지 않고 눈이 멀 정도였다. 강렬한 빛이 나무줄기와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졌다. 깃털, 가죽, 비늘 그리고 뼈로 된 것들이 몸을 움츠리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그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고 빛이 서서히 가라앉자 그림자는 모닥불 주변으로 다시 밀려들었다.

"위선과 허영이다. 아버지여." 호루스가 말하였다. "진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왜 내가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모르겠더군. 당신은 당신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쓰러뜨린 자들과 다를 바 없는 폭군이야.... 거짓과 살육으로 만들어진 왕좌에 앉아 힘으로써 그것을 유지하려는 거짓의 왕관을 쓴 왕일 뿐이지. 높은 이상과 위대한 결과를 부르짖으며 그 어떠한 수단들도 정당화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썩어가는 해골을 덮은 색칠된 피부에 불과했지. 난 알고 있다. 아버지여. 그 모든 것을 보았어."
불 옆에 앉은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눈은 깜빡임이 전혀없었다.

"계시..." 호루스가 말하였다. "진실과 빛. 당신은 우리들의 목표를 그렇게 말하곤 했지. 글쎄, 난 그것을 보았다. 아버지여. 난 계시를 받았다. 모든 것들이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나와 진실의 불꽃 사이에는 아무런 장막도 남아있질 않아."
호루스는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그는 눈앞의 남자가 아닌 꺼져가는 불꽃보다 훨씬 강하게 빛나는 털로 덮은 거대한 무언가를 보았다.
"아직 힘이 남아있나보군." 호루스가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며 말하였다. 처천히 그는 불에 손을 갖다대고 불타고 있는 나무 한조각을 집었다. 그가 그것을 들어올리자 그의 피부가 타며 연기가 피오르기 시작하였다. 호루스는 숯을 그대로 들었고 빨간 불꽃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불의 열기는 가라앉으며 곧 검고 차가운 숯이 되었고 가루가 되어버렸다. 호루스는 황제를 잠시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하지만 당신은 충분히 강하지 않다. 그런 적도 없지."

황제는 죽어버린 불의 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눈을 감았으며 숲, 모닥불 그리고 자신의 거짓된 아들의 얼굴의 모습이 저멀리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오직 호루스의 목소리만이 남아있었으며 그 뒤를 따라 차가움과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망쳐라."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망쳐라 아버지여 그리고 내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 도망쳐!"

이건 보너스 로갈돈 대 폭풍의 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