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리뷰하기로 한 국순당사의 증류식 고구마소주인 '려'

집도착해서 매실주 정리좀하고 바로 리뷰해봅니다.

저가 구매한 것은 려 미니사이즈(75ml)짜리 병으로

향수병처럼 생긴 사실상 테이스팅용인 것 같아요. 2잔정도니까요..

사진의 병은 려 라벨지를 뗀 상태인데, 이거 그냥 바이알처럼 써도 될듯.

병이 넘모 이뻐요!

이마트에서 구매했고, 가격은 75ml에 5200언, 비싼감이 있지만

병값이 천언쯤은 할테니(퀄리티가 좋아요 진짜로.) 그냥저냥 넘어갑니다.

도수는 25도 40도가 있는 것 같고, 저가 산 것은 40도짜리입니다.

보시다시피 색은 무색투명합니다. 그냥 증류식소주랑 같아요.

향을 맡아봅니다.

흐으음.. 이건 뭔가.. 뭔가 일반 증류식소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 콜콜한 향.. 하지만 '콜콜하다'라는 표현은 너무 과격할지도 모르겠어요.

부담스럽지 않게 찾아오는 뭔가.. 고구마 증류주만의 특색적인 향이 납니다.

어쩌면 고량주에서 장향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술과도 비슷하면서도,

그것보다는 개성이 약합니다.

일본 고구마소주보다도 그 콜콜한 향은 뭔가 약한 것 같아요.

그래.. 이건 고구마소주라기보단 고구마가 섞인 증류식 소주에 가까워요!

라벨지를 떼버려 없지만, 이게 고구마만 증류한 것이 아니라

국내산 고구마+국내산 쌀 증류원액의 혼합이라고 되어있더라구요.

여튼 그래서 향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네요! 은은한 향이 캐릭터를 확 살게 해줍니다!

향을 즐기며, 슬쩍 한입 마셔봅니다.

허... 역시 증류식 소주의 매력적인 바로 그 맛이네요.

하지만 드라이하지않아요. 뒷맛이 꽉 잡혀있습니다.

향이 잡혀있단 말이 아닙니다. 아니 향도 여운이 남지만,

맛 자체가- 그 청주를 농축한 것 같은 질감의 맛, 짭쪼롬함이

혀끝에 달라붙어 오랬동안 머뭅니다.

하지만 이내 사라지고 증류식 소주의 깊은 누룩향. 쌀향.

거기에 고구마의 개성있는 향.

이친구들이 뒤섞이며 입안에 남습니다.

그 강렬한 캐릭터 앞에서 저는..

저는 저도모르게 아쉬운 양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이야 이거 맛있네요.

문배주보다 화요가 맛있었다면,

그 화요랑 다른 의미에서 맛있는 맛입니다.

화요가 은은하게 이어지는, 향긋하면서도 드라이한 피니시로 저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이친구는 끈덕지게 달라붙는, 질척거리는 매력이 있네요.

다시 한모금 들이킵니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강한 누룩향기, 거기에 깔려들어오는 고구마의 개성적인 향.

그리고 전혀 튀지 않는 알콜부즈.

저는 처음마셔보는 술을 마실때에는 꼭 입안에서 어느정도 머금고 굴려봅니다.

그러면 스파이시한 정도를 저 나름으로 측정해볼 수 있는데,

이 술은 여타 40도 근처의 증류식소주보다 좀 더 부드러운 것 같아요.

피니시에도 알콜부즈가 전혀 튀지 않아서 너무 달콤하네요.

안주는 물입니다.

리뷰를 쓰면서, 사실 75ml 절반만 마시고 위스키로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맛있어서 저도모르게 한잔 더 따라버립니다.

아..! 끝나버렸네요.

이걸 왜 75ml로 샀을까. 짤막한 후회에 잠깁니다.

이 맛있는걸.. 375ml가 있었다면 그걸로 샀어야 했는데..

가벼운 후회가 입안의 잔향과 섞이어 해질녘 그림자처럼 길게,

또 길게 번져나갑니다.

아, 안주!

지금은 테이스팅이니 안주가 물이지만,

무엇과 잘어울릴지 고민해봅니다.

볶은김치와 두부?

숯불고기? 아닙니다!

전통적인 한식? 아닙니다.

아.

이거 회랑 아주 잘어울릴 것 같아요.

마치 고구마소주와 함께하는 초밥처럼.

일식과도 잘어울리겠네요.

다음에 회를 마실 경험이 생긴다면,

꼭 한병 챙겨가 콜키지해야겠습니다.

국순당과 함께하는

즐거운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