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있는 인내심 없는 인내심 다 끌어다가 구명줄처럼 꼭 붙잡고 있던 유지호씨.

정인에게 절대로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의지는

본인의 집에 정인이를 쉽게 들여보내지 않는 장면들에서 더 명백하게 드러나.

그걸 처음 보여줬던 10회, 갑자기 찾아온 정인을 인터폰으로 보고 집에서 나올 때

이미 안에서 입고 있던 옷 위에 겉옷을 챙겨 입고 나와 문을 닫아버려.

그리고 무슨 문지기처럼 문을 등지고 정인이를 마주 보지.

문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면 나갔지 절대로 집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지는 않겠다는 명백한 의지.

그 다음은 14회, 정인이 영주 집에 찾아왔다가 우연히 지호랑 친구들을 마주친 장면에서.

친구 아직 안 들어온 것 같은데.

좀 있다 온대요.

(망설임, 어색한 침묵) ...현관 번호 몰라요?

밥 먹었어요?

중간에 어색한 침묵이 생각보다 길다.

정인이 친구를 만나러 온 것 같은데 그 집에 불이 꺼져있는 걸 보니 친구는 없는 것 같고,

비밀번호를 정인이 혹시 모르고 있다면 그 앞에서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좀 싫고

그렇다고 자기 집에 와서 기다리라고 하기에는 몹시 곤란하고.

그 짧지 않은 침묵과 어색하게 웃었다가 몸을 슬쩍 흔들었다가 하는 유지호의 행동에서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지나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건 나뿐인가.

그렇게 온갖 망설임 끝에 한다는 말이 결국 "현관 번호 몰라요?" 라니.

그럼 우리집에서 잠깐 기다릴래요? 할 수도 있고 할 법도 한데,

천하의 유지호씨는 그 말을 그렇게 쉽게, 가볍게 할 생각이 없으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유지호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더 뜨겁고, 무겁고, 진지하게 느껴지고.

유지호의 집은 어쩌면 유지호가 붙잡고 있는 마지막 인내심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