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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뮤지션 14회: Noname

Pi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4 17:00:03
조회 1701 추천 24 댓글 32



글 잘쓰는 예쁜 누나

노네임(Noname)



 1. 서론


 2010년대는 힙합의 시대입니다. “Gangster's Paradise" 같은 원 히트 원더가 우물쭈물 고개를 들던 90년대도 아니요, 지-유닛(G-Unit)이나 팻 조(Fat Joe), 에미넴(Eminem), 아웃캐스트(Outkast)의 이름이 차트에 드문드문 보이던 00년대도 아닌 2010년대는- 차트의 절반 이상이 랩 송으로 가득차게 된 연대입니다. 장르의 대중성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힙합의 전례없는 황금기겠지요. 마약과 폭력,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흑인 래퍼의 공연에 백인들이 빼곡하게 차있고, 릴 테카(Lil Tecca), 릴 나스 엑스(Lil Nas X)부터 시작해서 XXX텐타시온(XXXTentacion), 대니 브라운(Danny Brown), 드레이크(Drake)와 같이 셀 수 없이 많은 스타일들이 등장했습니다. 힙합하면 헐렁한 옷 입은 애들이 나와서 춤추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했다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꼰대 소리를 듣기 십상이 되었지요.

 다만 그 힙합의 강세는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가사의 내용과 음악의 분위기는 점점 대중의 니즈에 맞추어 변화했고, 힙합이 서브컬쳐로서 가지던 반항과 비판적인 메시지의 투사는 메인스트림 문화에 잡아먹혀버렸습니다. 그 덕에 힙합이 가장 울려퍼지는 지금, 예전 힙합을 선호하던 리스너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역설적이게도 “들을 것 없다”, “나스 선생님 말대로 힙합 죽었다.”라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좆합 꺼@져”라는 말입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요즈음 주변에 힙합을 같이 듣던 친구들에게 음악 이야기를 꺼내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거 좆같아서 요즘 힙합은 못듣겠다. 뒤진 음악 뭐하러 듣냐? 저도 농담삼아 그런 이야기를 꽤 많이 했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동시에 조금은 근시안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힙합의 이상향은 계속해서 죽어왔으니까요. 힙합의 테제는 자주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올드 스쿨에서 90년대의 골든 에라로 넘어가면서 광범위하게 정치적이던 힙합의 이미지는 죽고 거친 갱스터 랩의 시대가 왔습니다. 나스 선생님이 힙합이 죽었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에는 가사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이 미덕이던 갱스터 랩 중심의 문화가 죽은 대신에 섹슈얼리티가 진하게 강조된 팝 랩 트랙들이 득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드레이크의 등장으로 육체적인 폭력성을 완전히 절개한 힙합이 등장했을 때, 디사이너(Desiigner)의 “Panda"와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의 가사를 완전하게 뭉개버린 힙합이 등장했을 때 힙합이 진짜로 죽었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새로운 모습이 또 등장할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한번 싹을 틔웠다 사라진 스타일들은 그대로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브장르로 정착하기에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달의 뮤지션은 그 힙합의 변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커먼(Common), 칸예 웨스트,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 등을 배출한 근본 넘치는 도시인 시카고에서 등장한 래퍼지요.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였으면 좋겠지만, 올해 앨범이 워낙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기도 했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2010년대 최고의 래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RYM이나 음악지의 결산 언저리에 이따금씩 머리를 내밀고 있는 노네임 집시(Noname Gypsy), 집시라는 이름은 루마니들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해서 쿨하게 떼어버리고, 그냥 노네임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2. 노네임을 만나게 된 이야기.

 서론이 엄청 길었네요. 그렇죠?

 노네임을 처음으로 들었던 것은 2013년 찬스 더 래퍼의 믹스테이프, “Acid Rap"의 수록곡인 ”Lost"에서였습니다. 처음 듣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아니 누구야? 누구길래 이렇게 문장을 잘 써? 하면서요. “Acid Rap"이 가지던 바이브도 충분히 좋았지만, ”Lost"에 노네임 집시가 보여준 피쳐링에 저는 마음이 더 끌렸습니다.




(1:58초부터)


I blessed myself inside your arms one day
당신의 품 안에서 나의 축복을 빌었던 적이 있지요.
Swear to God there I was when the dress and the silver buttons fade away
신께 맹세하건데, 드레스와 은색 단추가 사라질 즈음에 나는 거기에 있었지요.
Miss Mary Mattress, geriatrics
미스 메리 매트리스가 될 때까지. 노인의학까지.
("Silver buttons"가 등장하는 “Miss Mary Mack"이라는 동요에서 어린 시절을,

”Mack"을 “Mattress"로 바꾸어 성장에 성적 암시를 담아 표현하고,

그 이후에 늙어갈때까지로 표현했습니다. 어렵네요.)
Fuck me into open caskets, I wanna die with this
열린 관 안으로 나를 박아넣어줘요, 이 느낌과 함께 죽고 싶으니.
I wanna stop seeing my psychiatrist
정신과의는 그만 보고 싶어요.
She said "Pill pop, baby girl, 'cause I promise you, you tweaked
그녀는 “약 먹으렴. 애야. 약속하는데 넌 나아졌단다.”라고 했지요.
The empty bottled loneliness, this happiness you seek
그녀가 찾는 행복은 빈 병의 공허함이지요.
The masochism that you preach
그녀가 밀어넣는 마조히즘일 뿐이지요.
Practice backflips, tragic actress, on a movie with no screen
연습용 공중제비, 화면 없는 영화의 비극적인 여배우.
When the only time he loves me is naked in my dreams
그가 나를 사랑할 때는 나의 꿈에서마저, 내가 벗었을 때뿐이지요-



 자기 파괴적인 연인들의 만남과 떠나감, 고뇌를 다룬 “Lost"는 ”Acid Rap“에서 상당히 이질적인 곡입니다. 그 사이에서도 노네임의 가사는 압도적인 느낌이었지요. 육체는 성장했지만 정신은 불안정하고, 성적인 쾌락을 갈구하지만 애정의 부재에 끝없는 공허함을 느끼는 모습은 지금까지 힙합에서 보여준 여성의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그도 그럴게, 지금까지 힙합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굉장히 단편적이었으니까요. 여성이 퍼포머로 나서는 부분에서도, 여성이 가사에서 다루어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남성들은 여성을 트로피로 사용했고, 여성들은 노골적으로 섹스를 상품화했지요. 카이아(Khia)가 그랬고, 미시 엘리엇(Missy Elliot)이 그랬고, 니키 미나즈(Nicki Minaj)가 그랬습니다. 그 기류에서 벗어난 여성 래퍼들은 굉장히 마초적인 가사와 굳센 이미지를 추구했습니다. 진 그레(Jean Grae), 레이디 오브 레이지(Lady of Rage), 랩소디(Rapsody), 리코 내스티(Rico Nasty)처럼요. 아 랩소디는 아닌가?

 그 사이에서 노네임의 가사는 독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시나 글에서는 “여류 작가”들이 흔히 취할 시각이지만, 힙합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전혀 등장하질 않았었으니까요. 유약하고, 고민하는 여인의 모습은 설득력과 연민이 가득 차오르게 만듭니다. 피쳐링에 적힌 노네임 집시의 이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왜 나는 이런 가사를 쓰는 사람의 이름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싶었거든요. “Lost"가 거의 노네임의 데뷔였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웃음이 나왔지요. 세상에 거의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사가 이렇게도 강렬하다는 게 대단했으니까요. 그때 노네임의 이름은 신기루처럼 느껴졌습니다. 길을 걷다가 마주친 취향의 여인, 차마 대놓고 쳐다볼 수는 없어서 마저 길을 걸어버렸지만 눈 앞에 아른거리고 마는 그 여인의 느낌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그 이후에 믹 젠킨스(Mick Jenkins)의 “Comfortable"에서 등장한 것을 들었을 때 다시금 놀랐습니다. 거의 1년에 한번씩 얼굴을 비추는 구나. 언제 작업물이 나올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앨범들과 새로운 이름들이 쏟아지던 시간들인지라, 그렇게 신경을 쓰지도 못했구요. 노네임의 이름에서 집시가 떨어져나가고, 다시 한번 노네임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노네임을 좋아하게 된 것은 2016년이었습니다. 믹스테이프 “Telefone"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지요.

3. 노네임의 “Telefone(2016)"



Noname - Telefone
1. Yesterday
2. Sunny Duet (feat. TheMIND)
3. Diddy Bop (feat. Cam O'bi & Raury)
4. All I Need (feat. Xavier Omar)
5. Reality Check (feat. Akenya & Eryn Allen Kane)
6. Freedom (Interlude)
7. Casket Pretty
8. Forever (feat. Joseph Chilliams & Ravyn Lenae)
9. Bye Bye Baby
10. Shadow Man



(5번째 곡, "Reality Check"의 일부를 번역했습니다)

Opportunity knockin', a nigga was out for coffee
기회가 문을 두들기는데, 나는 커피나 마시러 나왔어.
Inadequate like my window, the Grammys is way too lofty
내 창문마냥 안맞아서, 그래미는 너무 고상해.
And I could stay here forever, I could die here
그냥 여기 평생 있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 죽을 수도 있는데.
I don't have to try here; Can I get my two sugars please?
노력할 필요도 없는데. 아, 설탕 두 개 넣어주실 수 있나요?
Jesus made an album, I'm still waiting in the line for cream
예수님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커피 크림 기다리는 중.
She dream in techni-color, live black and white
테크니컬러에서 꿈을 꾸는데, 사는 건 흑백이야.
Opportunity knockin', a nigga just got her nails done
기회는 문을 두들기는데, 손톱손질 막 끝냈어.
Skeletons in my closet gon' open the door when Yale come
벽장에 숨겨진 해골이(내 숨기고픈 비밀이-)

예일(성공이라고 해석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이 다가오면 문을 열어버릴거야.
They ain't gonna wanna see my silhouette rap
내 실루엣이 랩하는 걸 보고싶어하진 않을 거 아냐.
He's fucking cognac, my smile in all black
그는 코냑을 깔짝이는데, 내 웃음은 새까말 뿐이야.
Mississippi vagabond; Granny gon' turn up in her grave
미시시피 방랑자야. 할머니가 무덤에서 일어나겠어.
And say, "My granny really was a slave for this?
그리고 말하겠지. “우리 할머니가 이따위것때문에 노예였다구?
All your uncompleted similes and pages ripped
네 반푼이 웃음들과 찢겨진 페이지들,
You know they whipped us niggas; How you afraid to rap it?
그들이 우리에게 채찍질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쩜 그걸 랩하는 걸 두려워하니?
You went to heaven after so we could free them now
우리가 그들을 해방할 수 있게 너는 천국에 다다랐어.
Ain't no ocean floor when you can be a Yeezus now."
이-져스가 될 수 있는데 바다 바닥에 깔릴 필요는 없잖니.“

Don't fear the light that dwells deep within
깊은 곳에 숨쉬는 빛을 두려워하지 마요.
You are powerful beyond what you imagine
당신 상상 이상으로 당신은 힘이 있으니.
Just let your light glow
당신의 빛이 빛나게 내버려둬요.



 언젠가 블로그에 힙합 글을 끼적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2016년 힙합 앨범들을 들었던 것을 정리하면서 저는 “Telefone"을 최고의 앨범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포붕픽인 대니 브라운의 ”Atrocity Exhibition", ATCQ의 마지막 앨범 “We got it from Here... Thank You 4 Your service”, 영 떡(Young Thug)의 “JEFFERY",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의 세 번째 앨범, 그 외에 쟁쟁한 앨범들이 나왔으면서도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취향에 이 앨범만큼 잘 맞는 음악은 없었거든요.

 잔잔한 프로덕션, 아기자기하지만 가득가득차있는 랩의 전개만으로도 즐거운 앨범이지만, “Telefone"은 그 이상인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섬세하게 골라낸 시어들은 너무 폭력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않게 상쾌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장들은 감정으로 후북하게 젖어있지만 그 감정으로 치닫도록 청자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들었던 당시에 몇 번이나 몸서리를 쳤는지 모릅니다. 특히나 가사가 가지는 ”나이“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지요. 노네임의 가사는 정확하게 20대 중반이 가지고 있을 감성을 확장했을 때 등장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는 ”그때는 마음껏 놀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 대신에 잔잔하게 웃음이 머금어지는 따뜻함이 되고, 담배와 술이 삶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마냥 젊은 쾌락을 추구하는 대신에 점점 살아가야할 가치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느낌이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담배와 헤네시, 두려움과 향수들,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들은 매혹적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앨범의 모든 요소가 적절하게 섞인 ”Shadow Man"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사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트랙들이 굉장히 많아서 무엇을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쉽게 드리지 못하겠네요.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따스한 “Diddy Bop",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의 망설임을 재치있게 표현한 ”Reality Check", 흑인 사회에서 항상 이슈가 되었던- 경찰에 의한 과도한 폭력을 강렬한 분노보다는 잔잔한 슬픔으로 풀어낸 “Casket Pretty", 낙태의 마지막 순간을 그리는 ”Bye Bye Baby"등은 곡들 하나하나마다 인상깊게 내려앉습니다. 특히 “Bye Bye Baby"는 제이콜(J.Cole)이 썼던, 같은 소재를 가지고 전개했지만 시점이 다른 ”Lost Ones"와 함께 비교하면서 듣는 맛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지금도 가사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지요.




이야기 나온 김에 "Lost Ones". 노네임의 "Bye Bye Baby"가 낙태 직전의 여인과 태아의 관계를 다룬다면,

"Lost Ones"는 낙태를 권하는 남자와 거기에 반발하는 여자의 말다툼을 그립니다.


 저는 세 곡만 고르면 “Shadow Man", ”Diddy Bop", "Yesterday" 세 곡을 들어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앨범 전체에 흩뿌려진 주제들을 가장 똑똑하게 보여주는 트랙들이기도 하고, 앨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트랙들이기도 합니다. 힙합에서 부드러운 프로덕션과 함께 잘 짜여진 가사를 원하신다면 2010년대에 “Telefone" 이상가는 앨범은 얼마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4. 노네임의 “Room 25(2018)"



Noname - Room 25

1. Self
2. Blaxploitation
3. Prayer Song
4. Window
5. Don’t Forget About Me
6. Regal
7. Montego Bae
8. Ace
9. Part of Me
10. With You
11. no name


 “Room 25"는 ”Telefone"과는 조금 다른 앨범입니다. 어떻게 다르다고 이야기해야할지 조금 고민되네요. “Telefone"이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수필의 느낌이라면, ”Room 25"는 신문 귀퉁이에 적힌 사설에 가까운 앨범입니다. 훨씬 더 차갑고, 냉소적이고,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지요. 정확하게는, “Telefone"이 가졌던 정치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을 훨씬 더 심화시켜서 전개한 앨범입니다. 전작보다 신랄한 묘사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지요. 피치포크는 미국을 갔지만, 좋은 피쳐 기사는 썼다 생각합니다. 피치포크에서 다루었던 ”2018년을 정의한 가사들“이라는 피쳐에서 다룬 것처럼, 노네임은 굉장히 도전적인 가사를 썼습니다. (https://pitchfork.com/features/lists-and-guides/the-lyrics-that-defined-2018/) “My pu-ssy teachin ninth-grade English, My pu-ssy wrote a thesis on colonialism(내 음부는 9학년 영어를 가르쳐. 내 음부는 식민주의에 대한 논문을 써.)”라는 라인이었지요. 이 말이 얼마나 기존 힙합의 테제에 많은 의문을 던졌느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으로보다 지적인 부분으로 쥐어 패주겠다는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고, 지금까지 성을 팔아서 먹고 살았던 여성 래퍼들에게 보내는 조소일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그런 성향을 가진 앨범입니다. 말이 되게 길었네요.

 그런 부분에서 사실 저는 이 앨범보다 “Telefone"을 조금 더 선호합니다. 너무 냉소적이라서 조금은 비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정치색이 담긴 앨범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점도 있구요. 그 덕분에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안들을 정도니.. 특히나 앨범의 초반부가 그렇지요. “Prayer Song"의 묘사는 불쾌할 정도고, ”Blaxploitation"의 가사도 비꼼이 군데군데 뿌려져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의 부드러운 프로덕션 대신에 조금 더 날이 서있는 프로덕션을 차용했고, 그 위에서 랩을 하는 노네임은 전작의 “그림을 그린다”라는 느낌보다는 조금 더 강렬하게 튀어다니는 느낌입니다. 몇몇 부분은 “Telefone"의 부드러움보다 훨씬 더 기분좋게 들려오기도 하지요. 클로징 트랙인 ”no name"이 그렇습니다. 부드럽게 자신의 예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잔잔한 선율이 귓가에 함께 내려앉는 느낌. 귀로 먹는 솜사탕같은 느낌이었어요. 정말 좋아했습니다.

 개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Don't Forget About Me"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훅이었습니다.




(5번째 수록곡, "Don't Forget About Me"의 일부를 번역했습니다)


I know everyone goes some day
모두 언젠가는 떠나간다는 걸 알고 있지요.
I know my body's fragile, know it's made from clay
내 몸은 유약하고, 흙으로 만들어진 것도 알지요.
But if I have to go, I pray my soul is still eternal
하지만 내가 떠나야한다면, 내 혼은 영원하기를 빌어요.
And my momma don't forget about me
그리고 내 엄마가 나를 잊지 않기를 빌어요.
I pray my momma don't forget about me
엄마가 나를 잊지 않기를 빌어요.
I pray my granny don't forget about me
할머니가 나를 잊지 않기를 빌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별게 아닌 문장이고, 대충 써놓은 문장일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컸습니다. 노네임을 좋아하기 전에 가장 좋아했던 엠씨는 블루(Blu)였고, 블루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교들, 거기에 엉킨 혐오들과 우리가 종교를 바라보아야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 “A Man"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건강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어느 순간 죽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라는 순간을 이따금씩 마주합니다. 그때면 무진 겁에 질려서 덜컥 하고 숨을 집어삼켜버리지요. ”Don't Forget Me"의 훅은 그랬던 제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혹시라도 죽기 전에 후회할 짓을 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던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눈물에 차오르곤 하지요. 그 순간만큼은 노네임의 어떤 가사보다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Telefone"보다 재즈 본연의 맛이 있는 프로덕션을 선호하시는 분들, 그리고 랩 자체를 듣는 맛을 조금 더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Telefone"보다 “Room 25"가 더 취향에 맞으실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앨범에서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 "Self", "Don't Forget About Me", "no name" 세 곡입니다.

5. 노네임의 “Factory Baby"


 여기서 끊을거에요. ㅎㅎ.. 읽느라 얼마나 피곤하셨을까.

 노네임의 작업물은 이 두 장과 몇몇 싱글, 피쳐링이 전부 다입니다. “Factory Baby"는 발매예정인 앨범 제목이지요. 어떻게 보면 별 작업물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만 노네임은 문장에 대한 시적인 접근, 여성 래퍼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저항,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들, 그리고 섬세한 프로덕션의 선택까지 “2010년대 한가운데에 똑 떨어진 래퍼로써” 선배들이 쌓아올린 위업들을 풍요롭게 받아들이고, 그 길에 다시 한 걸음을 딛는 좋은 래퍼라고 생각합니다. 얼 스웨트셔츠(Earl Sweatshirt), 싸바(Saba) 등의 재능있는 이들과 함께, 2020년대의 힙합씬이 가질 문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써내릴거라고 생각하구요. 뭐... 이 글 전체가 개인적인 의견이라 사실... 좀 말도 안되는 소리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노네임 많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가사 번역들은 급한대로 직접 하기는 했는데, 아마 오역이나 의역이 엄청 많을거에요. 지적해주시면 자고 일어나서 수정할게요.

 이만.. 자러가겠습니다...

 오늘은 수능날이네요. 수능 보는 포붕이들 파이팅 하시구요. 좋은 결과 있기 바랄게요!



출처: 포스트락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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