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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야마토 특공.txt앱에서 작성

핰구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6 17:00:03
조회 2858 추천 2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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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군 연합함대 사령부는 도쿄와 요코하마의 중간지점인 히요시에 있는 게이오 대학 구내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밋밋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위장된 건물들이 때지어 있는 언덕 중턱에 종횡으로 터널을 뚫고 그 속에서 해군의 중추부가 은신한 채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총지휘하고 있었다.

레이테 해전 이래 일본해군이 미 해군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연합함대사령부는 서서히 마비되어 갔다. 연합함대 사령장관 '도요다 소에무' 대장은 결단력을 완전히 잃은 듯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의견은 언제나 많았고 싸울 수 있는 함정은 다가올 본토 해역에서의 결전에 대비해 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당시 일본은 항공전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만주나 한국같은 지역의 군용기까지 긁어모아야 할 만큼 쫓기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귀중한 항공기를 소모시킬 함대 방공지원은 생각하기 어려웠고 공중엄호를 받지 않고 해군의 잔여함대가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야마토를 가미가제특공대의 미 항모공격을 위한 미끼로 쓰자는 방안도 말하자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자들은 의견을 내놓기를 꺼렸다. 이미 패색이 짙어졌지만 공연히 입바른 소리를 하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깊은 생각 없이 함부로 지껄여대는 대다수 주전론자만이 이길 승산이 있건 없건 무조건 싸우는 것만 능사로 여기고 있었다.

'가미 시게노리' 대좌는 그런 부류들 중 으뜸가는 자였다. 바다에서 실전의 지휘를 맡았다면 그 호전적인 성격에 걸맞을 그리고 아마도 파국적이었을 탈출구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미 대좌는 선임 작전참모로서 여기 히요시 사령부의 책상에 묶여있었다. 이런 사무적인 일은 그의 성격엔 영 안 맞는 것이었다.

지금의 전황은 육군의 '반자이 돌격(만세 돌격)' 같은 행동, 다시 말해 적의 숨통을 노리고 곧바로 쳐들어가는 단말마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옛 무사들은 어떻게 했던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건곤일척의 공격에 나섰을 것이다. 우리는 쓰시마에서 러시아 함대와 맞섰던 도고 제독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진주만에서 보여준 야마모토 사령장관의 기개를 상기하자!"

대좌는 외쳐댔다. 그러나 도고도 야마모토도 이만큼 압도적으로 큰 전력의 격차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그 차이를 무사도정신만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었다. 전투기, 숙련된 조종사, 항모, 호위함 등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를 용기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게 되면 가미 대좌는 길길이 화를 냈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헛소리야! 우리의 기백이 얼마나 큰지 보이는 것, 바로 그것이 필요해!
영광스런 우리 조상의 정신을 말이다! 반드시 우리에게 신의 가호가 있을 것이다!"

연합함대사령부는 매일 아침 9시에 회의를 열었다. 1945년 4월5일 아침 정보참모가 엉성한 상황설명을 시작했다. 오키나와에 상륙한 미군은 착실히 병력을 증강해 이제 10만이 넘는 적의 대군이 해변에 집결해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가미 대좌가 벌떡 일어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해상특공대로 이름이 바뀐 제2함대는 내일 '덴 이치고(천 일호:天一號)'작전에 참가하기로 합니다.
기함 야마토는 순양함 야하기외 8척의 구축함과 함께 4월6일을 기해 출항, 오키나와의 미군을 공격해 격퇴시킬 것입니다. 적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준 후 야마토는 해변으로 돌진해서 모래사장에 좌초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생존 승조원들은 상륙하여 오키나와 수비군을 증원합니다."

너무나 어이없는 소리에 아찔해진 참모들은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도요다 사령장관의 얼굴을 살폈다.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았던 도요다 제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급참모가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열었다.

"특공함대를 출격시키기에 충분한 연료가 비축되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공격부대에 연료를 돌리게 되면 반드시 다른 곳에서 그나마 부족한 연료공급량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가미 대좌는 간단히 반론을 일축해버렸다.
 
"이건 특공작전입니다. 연료는 편도분만 있으면 되요!"

이 한마디로 끝이었다. 야마토와 호위함들은 자살하도록 운명이 정해진 것이다. 모든 일은 전날 밤 도요다 장관과 가미 대좌가 장관실에 틀어박혀 술을 들면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정해진 일이었다. 그때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나중에 도요다 장관은 특공함대가 절반쯤은 살아 돌아올 것으로 여겼다고 변명했다.

두 사람이 특공함대에 요구했던 것은 오키나와에 정박 중인 적의 수송선단을 강타하고 상륙작전을 교란시켜 오키나와 수비군이 미군을 바다로 몰아낼 기회를 주는 일 뿐이었다.

가미 대좌는 도요다 장관 이상으로 미군의 반격능력을 얕잡아봤다.
그가 횡설수설 늘어놓은 말은 대충 이런 뜻이었다.

'적의 우수한 과학기술과 공업생산력은 대화혼(大和魂:일본정신) 으로 무찔러주겠다! 희생이 생길수록 대화혼은 단련돼서 승리에 이바지할 것이다. 영웅적으로 산화한 영령들은 자비로운 신들과 손잡고 기적적인 반격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 중대한 판국에 설사 하찮은 짓이라도 신이 가호를 보내 주실 것이다.
이 얼마나 명예로운 죽음의 길인가!'

회의실의 참모들에게 작전계획을 설명하는 가미대좌의 얼굴은 광신자의 열정으로 불타고 있었고 참모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듣고만 있었다.
그는 혼자 구겨진 메모지를 쥐고 흔들면서 책상사이를 누비며 외쳐댔다.

'거함 야마토와 호위함들이, 동이 트기 전 어둠을 뚫고 적군의 한복판에 전속력으로 돌격한다! 겁쟁이 양키들은 우왕좌왕하며 어둠 속에서 저희들끼리 무턱대고 총질을 할 것이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불타는 적의 함정들이 갈팡질팡 표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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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드 오브 워쉽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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