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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편문학] 정령, 그리고 저주받은 힘(1편)

정령의손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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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할란. 과거의 기억을 품고 있는 얼어붙은 강.. 엘사는 지금 이곳에 서 있다.

 

이번엔 제발…. 제발.. 집중하자.”

 

깊게 한숨을 내쉰 뒤, 엘사는 손끝으로 자신이 밟고 서 있는 땅을 어루만졌다. 땅을 어루만진 순간, 엘사의 주변으로 커다란 얼음기둥들이 솟아났다.

 

하나.…”

 

솟아난 얼음기둥의 숫자를 세던 엘사는 크게 한숨을 쉬고 힘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관두자. 어제보다 확실히 수가 줄었는데 무슨 소용이야.”

 

엘사는 방금 만들어낸 얼음기둥들을 녹여버리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5정령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힘이 하루하루 약해지고 있었다.

 

[트롤 마을]

 

패비 할아버지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그러게.. 며칠 동안 쭉 저러시네.”

 

두 트롤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패비는 근 4일 동안 고뇌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식은 전혀 입에 대지 않았으며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엘사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정령들의 힘이 모두 사라지고 말 거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패비는 미래를 엿보기 위해 빛나는 마법 가루들을 하늘에 흩뿌렸다. 그러자 하늘에는 정령들이 점점 사그러드는 장면과 어둠이 세상을 뒤덮는 장면이 교차해서 나타났다.

 

큰일이군.. 정령들의 힘이 사라지면 세상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아. 엘사가 잘 헤쳐나가야 할텐데..”

 

어둠이 세상을 완전히 뒤덮은 환상을 바라보며 패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렌델 왕궁]

 

안나는 카이와 함께 집무실에서 위즐튼과의 무역 정책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높은 관세를 조금 낮춰달라는 위즐튼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 한 국가의 왕족을 괴물로 몰아넣고서는 뻔뻔하게 나오는군요. 무역 재개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희 아렌델은 대 위즐튼과의 무역 빈도가 매우 높아서....”

 

똑똑똑.

 

집무실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카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계속하시죠 카이. 문밖에 있는 자는 나중에 들라.”

 

똑똑똑.

 

안나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노크 소리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카이가 안나의 양해를 구하고 집무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반쯤 녹아가는 올라프가 카이의 눈에 보였다.

 

폐하!”

 

다급한 카이의 목소리에 놀란 안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도 처참한 올라프의 모습이 보였다.

 

올라프! 이게 무슨…”

 

안나느낌이 이상해요.. 아침부터 제 몸도 점점 녹아가고 있고 힘이 빠져요..”

 

카이! 당장 얼음창고로 가요! 올라프를 시원한 곳에 두어야겠어요!”

 

알겠습니다!”

 

안나의 다급한 명령을 듣고 카이는 시종들을 불러 올라프를 냉동고로 데려갔다. 안나는 너무 놀라 신발이 벗겨진 줄도 모른 채 그 뒤를 따라갔다.

 

안나.. 안나..”

 

얼음창고로 가던 도중 올라프는 안나를 힘겹게 불렀다. 안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속으로 삼키며 대답했다.

 

“…. 말하지 말고 견뎌내기나 해.”

 

안나.. 전 엘사의 힘으로 생명을 얻고 있어요. 분명 엘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에요..”

 

놀란 안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언니가 정령이 되었던 그날, 안나는 올라프를 한번 잃었던 적이 있었다. 언니가 얼어붙었을 때 올라프도 모습을 잃었던 것을 보아 분명 엘사의 힘은 올라프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오늘, 올라프가 또 형체를 잃고 있었다. 엘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는 의미였다. 안나는 엘사의 상태를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앞서가는 카이를 불렀다.

 

카이!!”

 

예 폐하!”

 

올라프를 안고 달려가던 카이가 멈춰 서서 대답했다.

 

올라프를 냉동고로 데려다주고 녹지 않게 관리해주세요. 전 엘사에게 가봐야겠어요!”

알겠습니다!”

 

믿음직한 카이에게 올라프를 맡겼으니 안나는 올라프 일은 잠시 동안 안심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언니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안나! 올라프는 어디에요?”

 

황급히 뛰어오는 크리스토프와 스벤, 머리는 헝클어진 채 숨을 헉헉 쉬는 모습을 보니 크리스토프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냉동고로 갔어요. 그리고 크리스토프. 우린 노덜드라로 가야 해요.”

 

노덜드라요? 갑자기 왜요? 그보다 지금은 올라프를 살펴야죠.”

 

올라프는 언니의 힘으로 살아있는 거예요. 분명 언니에게 문제가 생긴 게 틀림 없어요.”

 

그렇다면 노덜드라로 당장 가야겠군요. 당장 썰매를 준비할 테니 아렌델 성문 밖에서 봐요. 가자 스벤!”

 

크리스토프와 스벤은 썰매를 준비하기 위해 달려갔다. 크리스토프는 여전히 안나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남자였다. 그의 듬직한 뒷모습은 갑작스러운 일에 혼란스러운 안나를 조금 진정시켜주었다.

 

안나는 노덜드라로 갈 채비를 모두 마치고 아렌델 성 밖으로 나서기 전에 훈련장에 있던 매티어스 장군을 찾았다.

 

매티어스. 여기 있나요?”

 

예 여왕님.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매티어스 장군은 아렌델로 돌아오고 난 이후 아렌델 군의 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직접 주도했다. 또한 그는 크리스토프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스승이 되었다.

 

전 오늘 노덜드라에 다녀올 거예요.”

 

그렇다면 친위대를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안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아렌델과 노덜드라가 동맹관계라고는 하나 과거 군사 충돌이있었기에 군사들을 데려가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닙니다 장군. 상왕을 만나는 김에 외교 일로 가는거예요. 친위대는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가시는 길이 위험한데 친위대 정도는 데려가시죠.”

 

안나의 모험심을 잘 알고 있는 매티어스는 호위병력을 꼭 붙이고 싶었다.

 

괜찮아요. 크리스토프가 같이 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장군이 잘 훈련시켰잖아요?”

 

크리스토프 경이 장군감이긴 한데.. 알겠습니다. 여왕님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매티어스는 크리스토프의 실력을 믿었고 여왕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뜻을 굽혔다.

 

다녀올게요 매티어스. 아렌델을 잘 지켜주세요.”

 

아렌델을 부탁한 안나는 크리스토프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이미 썰매를 대기시켜놓은 크리스토프와 스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허리에 검을 차고 편한 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빨리 출발해야 해요. 올라프와 엘사가 많이 걱정되네요.”

 

안나를 맞이하는 크리스토프의 표정은 걱정으로 한가득이었다. 그런 크리스토프의 표정을 보고 안나는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언니와 올라프를 지켜 낼 거예요. 그 누구도 잃지 않겠어요.”

 

굳게 다짐하는 안나를 보는 크리스토프는 안나가 정말 듬직하다고 느꼈다. 긴장이 살짝 풀림과 동시에 이런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토프가 딴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아챈 스벤이 크리스토프를 살짝 밀었다.

 

!.. 흠흠.. 바로 출발하죠 안나.”

 

그래요. 어서 가요 시간이 없어요.”

 

재빠르게 썰매에 탑승하는 안나의 말을 들은 크리스토프는 썰매를 출발시켰다.

 

출발하자 스벤!”

 

우워어~!”

 

크리스토프의 신호를 받은 스벤은 힘차게 발을 굴렀다. 스벤이 이끄는 썰매는 두 사람을 싣고 노덜드라를 향해 출발했다.





출처: 겨울왕국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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