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누스 원정 당시 동카리알라를 점령한 핀란드군)
(아우누스 원정을 기념하는 우표)

한창 러시아 내전이 벌어지던 1919년

마찬가지로 핀란드에서도 1917년부터 좌우파간의 갈등이 극심해진 덕분에 내전이 벌어졌는데, 독일의 지원과 핀란드 백군 총사령관인 만네르하임의 분전으로 1918년 즈음엔 핀란드 적위대는 거의 완전히 소탕되었음

하지만 러시아 제국 황실친위기병대 장교까지 거치고 여러 훈장도 받은 만네르하임은 고향만 핀란드일 뿐이지 본인은 스스로를 완전히 러시아인으로 여겼기에 핀란드 내전이 종결된 1918년, 이젠 러시아 내전에 참가할 요량으로서 일명 "칼집 선언"을 선포했음

선언의 골자는 대략 "러시아를 볼셰비키로부터 해방시키기 전까진 칼집에 칼을 집어넣지 않겠다"라는 것으로서, 즉 일종의 제갈량 출사표 같은 출정식에 가까운 선언이었고 이미 만네르하임은 일부 병력들을 에스토니아 백군인 유데니치와 합류시키고자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와중이였음

하지만 핀란드 원로윈(국회)은 이제 겨우 내전이 끝났는데 새로운 거대한 전장에 발 붙히는 것이 싫었고, 뭣보다 콜차크나 데니킨 같은 러시아 백군 주요 인사들이 핀란드 독립을 절대 반대했기에 만네르하임의 행동을 제지 시켰고 여기에 삐져버린 만네르하임은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음

하지만 "본인을 러시아인으로 생각해서" 볼셰비키를 공격하려던 만네르하임과 달리, 일명 "대핀란드" 구상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많았던 당시 핀란드 군부는 따로 독자적인 볼셰비키 침공을 준비했는데, 일개 개인 및 의용병 수준으로 참전하려던 만네르하임과는 달리 이번엔 군부 전체가 움직이는지라 핀란드 국회에서도 딱히 제지를 못했고

게다가 "짜피 러시아는 지금 반병신이나 다름없는데, 이번 기회에 한 몫 좀 챙기자!"라는 생각은 국회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은근히 있었기에 결국 군부의 러시아 침공 준비를 묵인했음

첫 번째 원정은 1918년의 백카리알라(페차모) 원정이었는데, 볼셰비키 적위대에게 바로 깨져버렸음.. 숫자도 적었고 장비라고 해봤자 러시아제국 시절 물건이 태반이었으니까
(이후 페차모는 영국군이 점령하고, 이걸 핀란드가 영국과 쇼부쳐서 받아옴)

두 번째 원정은 "아우누스 원정"라고 불렸는데, 이번엔 3천명에 가까운 병력을 동원하는 대규모 원정이였음(핀란드 기준으로)(아우누스는 동카리알라 지역의 도시인 "올로네츠"의 핀란드식 이름임)

아우누스 원정의 목표도 대담했는데, 동카리알라 지역부터 무르만스크를 포함한 콜라반도까지 싹다 점령한다는 계획으로서 당시 발트 지역에 주둔하던 독일 자유군단(강철사단) 소속 엽병대대와 무르만스크를 점령하고있던 영국의 도움을 받고자했지만 자유군단이 일부 도움을 줬던 반면 영국은 중립을 지켰음

쨋든 핀란드군의 원정은 처음엔 순조롭다 싶었지만 점차 악화일로로 치달았는데, 첫 번째로 동카리알라 지역 핀란드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반응은 시큰둥했고 핀란드군은 지역핀란드인들을 대상으로 의용병을 모집하고자 했지만 겨우 200명만 모이는 등 비협조가 잇따랐음

두 번째론 비록 러시아 백군과의 싸움이 더 급힌지만 자꾸 찝적거리는 핀란드를 제대로 손봐줄 요량인지 볼셰비키는 핀란드 원정군의 10배인 2만여명을 동원했고 때문에 핀란드군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병력의 20%를 날려먹고 본토로 후퇴했음. 그렇게 원정은 쫑

물론 볼셰비키 입장에선 핀란드 따윈 한참 뒤의 목표물이기에 한 번 승기를 잡고 바로 협상에 들어갔고, 핀란드가 일부 영토를 합병하면서 끝나긴 했는데 영토라고 해봤자 완전히 시골 개깡촌 마을 2개가 고작이었음

그나마의 영토 또한 내전에서 거의 승리한 볼셰비키가 바로 핀란드를 압박하면서(타르투 조약) 토해내야 했고 결국 신생 핀란드 정부가 큰 손실을 감내하면서 벌인 원정은 아무런 이득도 남기지 못한 체로 끝나게 되었음

(이때 다시 마을들이 소련으로 넘어갔을 때 라폴라 마을 경찰서장 보비 시볜이 권총으로 자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