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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올드 라스푸틴과 나

간에물줄시간(59.22) 2020.11.23 17:00:04
조회 2629 추천 40 댓글 29

강녕 아까 술 접한 얘기 써도 되냐고 물었던 59.22 윾동이야

고닉으로 바꾼 건 이번 글 반응 나쁘지는 않다 싶으면 몇 개 더 써볼까 싶어서임

지금 새벽감성 쥰내 낭낭하고

디씨에 각잡고 글 쓴 건 이게 처음이라 디씨감성이랑 안 맞을 수 있다

ㅈㄴ 오글거릴 수 있을건데 근이라느니 이런 식으로 욕만 하지 말아주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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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임페리얼 스타우트니 어쩌니 하는 그런 건 내가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천상 관종이라 내 얘기 TMI질하는걸 더 좋아함

그래서 이건 내 얘기 70퍼 술 얘기 30퍼임


.

처음 이 술을 알게 된 건 중3때였나 고1때였나, 몰래 샀던 맥심을 통해서였다.


맥심 하면 보통 화보나 표지모델부터 생각해서 펼치자마자 본능과 관능이 공존하는 그런 건 줄 많이 알던데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철 없는 남자들을 위한 철 없는 잡지다.


거기서 무슨 칼럼이었는지 뭐였는지,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라는 인물에 대한 글이 있었다.


그 글 곁다리에 짤막하게, 대강 휴지 반 칸 안 되는 정도의 사이즈로


이 술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그 정말 몇 줄 안 되는 글은


댕청한 급식충에게 올드 라스푸틴이라는 술에 대한 느와르스럽고 간지나는 이미지의 환상을 심기에 적격이었고,


그것은 마치 말끔하게 정장과 명품 시계를 걸친 박성웅 씨가 눈빛은 ㅈㄴ 카리스마 범벅인데,


소파에 앉아 7번 아이언을 닦으면서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그런 이미지의 환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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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 사진 크기 조절 어케함?)


그 글을 본 지가 하도 오래되는 바람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강 '묵직함' '깊음' '초콜릿 향' 3개는 기억이 난다.


제삿자리나 명절에 친가 쪽 어르신들이 소주잔 반 잔 안 되게 담아 주시던 소주 몇 모금과 막걸리 몇 모금이


그간 먹어 본 술의 전부인 클-린 급식쟝이었던 나는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머지, 한동안 할 일 없을 때 올드 라스푸틴의 맛을 상상하며 시간을 때웠다.


.

하지만 그 술에 혼자 과몰입하던 것도 잠시였고,


몇 년이 지나 합법적으로 간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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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갔던 곳임. 사진은 네이버 펌)


그리고 기억 저 너머에 박아 둔 상상 속의 맥주 올드 라스푸틴을 만난 곳은


정말 뜬금없게도 친구들이랑 피맥하러 갔던 수입/수제맥주집이었다.


진짜 아무 생각도 없이 갔던 곳이어서 첫 잔은 이미 그 가게의 수제 맥주로 주문했고,


첫 잔을 비우고 첫 안주도 비울 때쯤 두 번째 안주를 시키려 펼쳐본 메뉴판에서


'올드 라스푸틴' 이라는 글자가 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 하는 게 아닌가.


한 병에 11000원이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알바 하나 안 하는 나에겐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하지만 알 게 뭐람. 급식 시절의 로망을 드디어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바로 사장님을 불러다가 한 병을 주문했다.


.

그렇게 11000원이라는 나름의 거금을 주고 구입한 라스푸틴은


생각보다 드럽게 작았다.


편의점에서 3천원 남짓 하면 살 수 있는 묵직굵직한 사이즈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마주한 병의 사이즈는


시발 호구잡혔나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그래도 가성비는 가성비고 맛은 맛이니까. 하면서 컵에 들이부은 라스푸틴은


흑맥주였다.


진짜 존나 흑맥주였다. 거품도 진한 커피색이었다.


그 시커먼 색을 코젤이 봤다면 아마 길 잃은 애새끼마냥 질질 짰을 것이다.


컵에 가득 부어놓은 사진은 못 찍었다. 너무 신나가지고...


.

색을 충분히 감상한 후 입에 넣은 올드 라스푸틴에서는


코젤 다크를 먹을 때 느꼈던 탄 내 비슷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초콜릿스러운데 커피스럽기도 하면서 흑맥주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그런 향이 났다.


말초적인 씁쓸함이 아닌 진중한 씁쓸함.


리뷰 검색해보니 단 맛도 느껴지니 어쩌니 하는데 너무 신바람 난 상태로 마셔서 그런가 단 맛은 기억이 안 난다.


.

그리고 묵직함!


친구들이랑 식당이나 동네 술집에서 마시던 테라에,


혼자 사서 홀짝거리던 편의점에서 산 산미구엘이나 스텔라 정도가 익숙한 나에겐


그 부드러움과 묵직함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술을 오래 마신 것도 아니고 많이 마셔본 것도 아니지만


얄팍한 경험에서나마 얘가 무거운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테라나 이런 맥주들과 올드 라스푸틴의 간극이, 그러니까 무게감의 차이가


뭐라고 해야 하지 묘사를 잘 못하겠는데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기 새내기 여자애들이랑 얘기 잘 하다가 잠깐 바람 쐬러 나온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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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자가 살짝 웃으면서 눈 슥 마주치고 가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아니면 밤에 아디다스 바지랑 후드티 걸치고 쓰레빠 질질 끌면서 쐬주 사러 편의점 가는데


가는 와중에 심각한 표정의 최민식이나 곽도원을 본 느낌?


무슨 느낌인지 전달이 좀 됐으면 좋겠다.


.

막 전문적으로 맛을 표현을 하거나 어떤 느낌인지 잘 설명할 수 있는


그런 내공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미자 뗀지 얼마 안 된 터라 많이 딸린다.


아무튼 올드 라스푸틴 첫 시음의 인상과 느낌은


급식이 시절의 환상을 체험하는 기대감과


그 기대감을 감탄사로 바꾸는 우아한 간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출처: 주류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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