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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4 AM을 들으며 생각하는 보르헤스의 단편

네임밸류(125.183) 2020.11.26 10:21:02
조회 1396 추천 16 댓글 10



Kaskade - 4 AM


우선 나는 EDM 씬이나 00년대 중후반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에 무지하고 관심도 없어서
이 트랙이 릴리즈된 당시에 얼마나 유명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한창때의 Deadmau5도 거의 안 들었다.
그래서 매번 무슨무슨 페스티벌에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만나 음악 얘기를 하게되면

"나는 데드마우스 안 듣고 자랐다. 난 Justice, Boys Noize의 세대다."라는 유치한 말을 했었다.


무명시절 홍대 부근의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돈을 모았다던 Kaskade
그중에서도 위의 '4 AM'이 대표 트랙까진 아니지만 아무튼 꽤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오리지널보다 리믹스가 더 히트를 쳐버렸다.




Kaskade - 4 AM (Adam K & Soha Remix)


유투브에 검색해도 원곡보다 이게 더 먼저 뜬다.

원곡과 확연히 차이나는 조회수에서 이 리믹스가 얼마나 더 큰 인기를 끌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위의 트랙을 작업한 Adam K & Soha는 2007년 비트포트에서 'Twilight'라는 싱글로 전체 2위를 찍은 그룹으로서

그 트랙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트랙들을 리믹스했는데 위의 4 AM 리믹스도 그 중 하나란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해당 리믹스는 원곡을 초월하는 인기를 끌게 되었다.


대충 들어보니 한때 BBC Radio 1에서도 필수트랙으로 추천하고

DJ들도 처음 나왔을 때 프로그 필수요소급으로 자주 틀었다는데 뭐 그거까진 잘 모르겠다.




AraabMUZIK - Streetz Tonight


[Electronic Dream]이라는 불멸의 명반을 남기고서 급속도로 기세가 떨어져버린 AraabMUZIK

그리고 그 명반의 타이틀이라 할 수 있는 Streetz Tonight

이것은 위의 4 AM (Adam K & Soha Remix)를 샘플로 삼아 새로 작업한 것이었다.


이 앨범은 내가 군바리 시절에 나온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렉트로닉-힙합, 트랩 씬에 불러일으킨 충격이 말 그대로 엄청나서

"이제 MPC로 드럼솔로 후려갈기는 미친놈들의 시대다"라는 소리까지 나왔었다.


그리고 이 트랙은 추후에 GTA의 라디오 채널 호스트로써 참여하는 Flying Lotus의 손으로 넘어간다.


Kaskade - 4 AM (Araabmuzik Remix)


GTA 5의 FlyLo FM 맨 마지막에는 항상 위의 트랙이 흘러나온다.


Flying Lotus는 그냥 쉽게 Streetz Tonight을 틀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대신에 그는 락스타 게임즈를 통해 Kaskade와 AraabMUZIK을 상대로 정식 샘플 클리어를 거친 뒤

Streetz Tonight에서 쓰일법한 소스들을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내고 어레인지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그래서 위의 트랙을 자세히 들어보면 Streetz Tonight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트랙과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비트의 톤이 덜 찢어진다던지 마디간의 부자연스러운 이음새가 정돈되었다던지.


특히 맨 마지막에 피치를 급격하게 내려버리면서 BPM을 크게 떨궈버리는건 Flying Lotus이 새로 구상한 킬링 파트다.

어처구니없는 진행임에도 반박할 수 없고 라디오의 마지막 트랙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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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M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보르헤스의 '픽션들'에 수록된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를 생각나게 한다.


내용인 즉, 어느날 돈키호테가 쓰고싶어진 프랑스인 피에르 메나르에 대한 이야기다.

메나르는 그저 돈키호테를 그대로 베낄 수도 있었지만 그건 너무 쉽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직접 스페인어를 배운 뒤 수 차례 원고를 썼다가 찢었다가를 반복하여 창작의 고뇌 속에 불면의 밤을 보냈다.


그렇게 탄생된 메나르의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단어 하나 다르지 않고 그대로 쓰였다.

물론 스페인어를 잘 하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달리

프랑스인 메나르는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프랑스어로 스페인 고어체를 구사하기에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허나 메나르가 돈키호테를 쓴 양피지 밑에 수없이 고쳐써서 희미하게 보이는 흔적들은

수많은 번민과 고통의 흔적이며 보다 풍부한 함의를 담고 있어 분명히 세르반테스 것과는 완전히 달랐고

보르헤스 왈 "그것은 오히려 세르반테스를 능가하는 위대한 작품이었다"라고 한다.



난 솔직히 아직도 저 단편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

포스트모던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머리아프니까 관두기로 하고

해당 단편의 해설집들을 찾아보다가 나름 괜찮은 해설이 있는 것 같아서 그대로 긁어왔다.


[이 글은 작가(창작/모방)의 글쓰기/읽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작가는 앞 저작물의 무한응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메나르의 행위는 "올바른 독자란 작품을 저자의 의도와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읽어야/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억지스럽다.

하지만 메나르는 우리에게 과거에 대한 '수동적 수용' 이냐, '능동적 창조냐'의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묻는다.]



수동적 수용인가 능동적 창조인가


굳이 위의 소설대로 대입하자면 앞선 4 AM의 리믹스들은 수동적 수용이었을테고 Flying Lotus의 작업물은 능동적 창조였을테지만

스페인어 하나 몰랐던 메나르가 능동적 창조를 결심한 것 또한 이미 수동적 수용으로 쓰여진 번역본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Flying Lotus에게서 나타났던 그 능동적 창조 역시 앞서 있었던 수동적 수용들의 조각 없이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보르헤스는 두가지 중에 양자택일하라고 했다지만, 저 두가지 요소는 사실 대립관계가 아닌 상생관계였던 것이다.

너무 전음의 정점만 있길래 재택근무하다가 아무 소리나 써봤다.



출처: 전자 음악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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