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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연극 인코그니토 공연 낙서(다수의 내용 포함)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0.70) 2015.12.13 17:00:04
조회 747 추천 20 댓글 7


1955년~1995년
천재의 뇌를 훔쳐 뇌과학의 비약적 성과를 이루고 싶었던 톰 하비.

1953~2013년
간질 치료를 위해 뇌절제술을 받은 후로 기억을 30초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헨리.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기억은 잊지 읺고 간직해놓은.

2013년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 자신의 상상을 있었던 기억처럼 인식하는 환자를 부러워하며, 불행한 과거를 모두 잊고 새로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마사.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세 축의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교차•교직되며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완성되는 형태는 최근 유럽 희곡의 어떤 경향-파편적인 개개인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사실은 거대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을 강조하는-을 보여준다.
바꿔말하면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나오는 것이고 회복해야할 게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삶에 회의를 느끼며 기억을 리셋하고 싶어하는 마사와 기억을 새롭게 저장하지 못하고, 행복하고 소중한 사람의 기억은 간직한 채 늘 거기에 머물러 있는 헨리의 조우.
이 두 사람을 잇는 끈이 발견되면서 복잡하게 이동했던 시•공간이 하나로 연결되던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제작진의 작품 홍보 기사 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언급하긴 했지만 과연 압도적인 감흥이다.

헨리가 피아노를 완곡으로 마치는 대단원. 어떤 비평가는 이 장면이 마사와 헨리 뿐 아니라 죽은 마가렛까지 함께하기 때문에 판타지이며, 결국 이야기는 가족애로 귀결되고 감상적으로 떨어진다는 비판을 했다. 온당하다고 본다.

다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헨리가 피아노를 완곡하는 것이 사실이든 환상이든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보지만, 어쨌든 나는 그가 수 십년 동안 매일 건반을 두드리며 감각적으로 기억하고 완성한 어떤 진보적 성취로 받아들인다.
아주 완만한 발전.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톰 하비는 상대성 이론에 따라 웜홀의 개념과 우주의 주체가 바뀐 것을 설명하며 그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설파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라는 희대의 천재를 통해 웜홀의 직선적인 단거리와 같은 비약적 성과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톰 하비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고 과학 역시 그렇게 가파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작품이 뇌과학의 영역을 그리는 데에 있어95년까지도 성취가 없어 모호한 학문에 머물고 있지 않던가? 2013년에 이르러 조금씩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듯 묘사된다.

그래서 나는 헨리의 장면을 감상적인 가족주의로 협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헨리의 피아노 선율은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갔던 인류를 말하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위로의 손을 건네는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무대의 의미도 새롭게 해석되었다. 사선의 단은 객석 어디에서 보아도 하강이 아닌 상승의 대각으로 그려지고 완만한 경사를 보인다. 직선이 아닌 완만하게 오르는 상승선. 그래 그렇게 천천히 한 발씩 내딛는 오르막길.

연출은 빠른 템포로 장면을 종횡무진하고 배우들은 거의 서커스를 방불케하며 인물을 갈아치운다.
제법 섬세한 터치가 느껴졌기 때문에 장면의 의미를 눙치며 그저 빠르게 달려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상 자막으로 시간과 공간, 배역들의 정보를 제공하며 장면을 분할하고, 배우들은 동일한 의상을 유지한 채 약간의 신체적 특징과 보이스톤의 조절로 인물을 소화한다.
최소한의 장치로 꽤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통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올 해가 가기 전, 오랜만에 감상 낙서를 끄적거리게 만들었던 선물같은 작품.


+추가
아인슈타인과 톰 하비의 이야기는 마사와 헨리 에피소드와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는가?
짧은 생각으로 끄적이자면 앨버트와 이블린 아인슈타인, 헨리와 마사는 거울과 같은 인상을 준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희대의 천재로 그의 뇌는 방대한 지식의 보고처럼 여겨지지만, 240조각으로 파편화된 채 자신의 가족력을 뒤늦게 알게된 딸 이블린과 마주한다.
헨리 역시 절개되어 손상된 뇌상태로 뒤늦게 자신의 핏줄 마사와 조우한다. 뇌가 조각난 사내들. 여기서 배우 윤다경은 마사와 이블린을 함께 소화하며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족의 이야기가 포개질 때 여기서 천재의 여부, 기억의 저장 용량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인간 그 자체, 우리가 맺는 관계가 커다란 의미를 가질 뿐이다.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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