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좀 안되게 나온걸로 기억나는데

절반정도는 걍 일반 서민티 나고

나머지 절반은 좀 이상한 사람들

코밑에 비비크림 바른것처럼 생겨서 콧물 훌쩍거리는 사람

또 어떤사람은 오자마자 소주냄새 풀풀 풍기고 

어떤놈은 빡빡머리에 방금 수금하고온 사채업자같이 생겼고

30대초반정도 보이는 아줌마 한명있었고

한시간반쯤 처마시고 먹으며

어디가 앞으로 전망이 좋다

그 동네는 지금 들어가기 좀 위험하지 않나요

근데 갤에 아무게는 아무리봐도 미친놈같아요 호호

그새끼 멀티닉 아닌가요 허허

별 쓰잘때기 없는 얘기들 지루하게 들어가며

이따 집에서 먹게 마른안주 조금씩 주머니에 넣어가며

여기저기 개소리 한참 30분쯤 듣다가 그후론 걍 듣는척 하며 예예 그렇군요 

슬슬 안주랑 맥주병 동나가며...

모두가 그 순간이 다가왔음을 짐작하였으나 애써 침착해 보이려고 화장을 고치거나 

시계를 보거나 폰만 처다보고 있고

누군가 침묵을 깨고 "술값 계산은 어떻게 하죠?"

"................."

잠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40대초반의 젤로 연장자로 보이는 남자가 한가지 제안을 꺼내들었다

"누군가 한명 총무를 정해서 회비 걷죠..."

"......................"

묘한 침묵이 계속되며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젔다...

그때 한 20대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웃으면서 

"제가 정모에 늦었으니 죄송해서 오늘 술값은 책임질게요"

하며 계산서들고 카운터로 갈려고 하는 찰나

비굴하게 눈치만 보고 있던 못 남성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기 모여있는 빌딩 등기권리증이 몇십개인데 어린 아가씨한테 술값을 내게 합니가 차라리 제가 내죠"

"아닙니다 똑같이 나눠서 회비 걷읍시다. 제가 급하게 나와서 현금을 많이 못가져 왔는데"

여기저기서 또 의견통합이 안되고 누구 한명이 덤탱이 쓰냐 공평하게 내자 가지고 또 한참 토론을 하길레

'허허 이런 소인배들과 어찌 천하를 논하려 했을까?'

혀를 쯪쯪차며 조깅화끈을 야무지게 묶고

화장실쪽으로 가는척하며 곁눈질로 보니

날 유심히 노려보는놈 두놈이 눈에 띄길래

등에선 식은땀이 한줄기 주룩 흐르는게 느껴졌지만

애써 태연한척 주머니에서 말보르 레드를 떨리는 손으로 꺼내

입에 물고 불이 잘 안붙는 라이타를 칙칙거리며

당당하게 출입문을 열고 나와 술집앞에서 담배를 피면서

잠시 유리창너머 술집안 상황을 살피니 날 처다보는이

아무도 없는듯하여 지나다니는 행인속에 급히 몸을 숨겨

인근에 막 도착한 버스에 번호도 안보고 급히 올라타

지하철역에서 환승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일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가끔 악몽의 형태로 나의 새벽잠을 방해한다....

약간의 과장은 있었지만 기본 줄거리는 99% 실화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