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길을 걷고 있었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 소리가 자못 기꺼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늦췄다.

"뭐 하는 거야 형. 서둘러!"

동생의 목소리에 그는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며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그래, 그는 오늘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쓸데없이 걸음을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그가 스노우딘의 마을을 지나가는 사이 그를 알아본 괴물들이 그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사락사락 하얀 쓰레기들이 점점 더 빠르게 떨어진다.
눈발은 어느새 더욱 거세져 고요한 스노우딘을 덮어간다.
그러나 샌즈는 풍경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사랑하는 동생이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서둘러 집에 도착하자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찌른다.

파피루스는 주방에 있었다.
다행히도 동생은 요리를 하느라 그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끔찍한 것을 요리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샌즈는 동생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
샌즈는 부드럽게 웃으며 살금살금 동생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다정한 온기가 느껴진다.

"녜핵! 형? 언제 온 거야?"

"heh, 지금 왔지 팝, 일단 잠깐 가만히 있어줄래?"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고 중얼거리며 샌즈는 왼손을 가볍게 흔든다.

-푹

그 순간 파피루스의 몸을 흰 뼈들이 관통한다.
그의 눈이 놀라 크게 뜨인다.
샌즈는 그런 그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

"-안 돼!!!!"

샌즈는 번쩍 눈을 떴다.
말도 안 돼, 팝을 죽이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팝을 죽인다고?
그럴 수는 없어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샌즈! 정신 차려, 샌즈! 진정해, 그건 그냥 악몽일 뿐이야."

어? 악몽,이라고?
샌즈는 그제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웬 병실 침대 위에 있었다.
그의 팔뚝에는 주삿바늘을 꽂으려 노력한 듯한 흔적이 있었고, 주위에는 실험실의 동료들이 그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가스터 박사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여긴... 어디죠?"

샌즈의 목소리는 매우 탁해서 마치 신음처럼 들릴 정도였지만 가스터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듯이 그의 어깨를 놓고 말했다.

"병원이란다 샌즈. 시간선 관측 실험을 하던 중 네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이곳으로 옮겼지. 그것보다 제발 저것 좀 멈춰주면 안되겠니?"

가스터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그가 만든 것이 분명한 회오리가 병실을 맹렬하게 부서 대고 있었다.
그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회오리를 없애자 가스터는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원래 계획은 비틀어진 시간선의 미래를 직접 관측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지, 아마 실험 설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나 보구나. 미안하다."

그때서야 샌즈는 어렴풋이 전의 상황이 기억났다.
가스터 박사가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실험은 결국 실패하고 자신은 그 후유증으로 악몽을 꾼 것이리라 생각하며 샌즈는 희미하게 웃었다.

"전 괜찮아요 박사님. 그것보다... 실험은 결국 실패한 건가요?"

만약 그 간단한 질문이 그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았더라면 샌즈는 결코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는 질문했고 가스터는 답했다.

"글쎄, 사실 나는 그 실험 중에 네가 미래를 보았으리라고 확신하고 있단다.
 아마 미래를 본 뒤 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아 기절했던 것이겠지.
 그래서 말인데 샌즈, 무언가 기억나는 것 없니?"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게,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미래라고?
아니, 아니다.
그런 말도 안 돼는 일이 일어날 리 없잖아?
박사님의 예상과는 달리 실험은 실패했고 자신은 악몽을 꾼 것 뿐이다.
단지 그 뿐이야.

샌즈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가스터에게 답했다.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실험은 실패했어요 박사님."

"흠, 그런가. 유감이군, 아마 충격 때문에 기억을 못하게 된 것이겠지. 역시 다음에는 나를 대상으로 하는 편이-"

"혀엉!!!!!"

순간, 누군가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샌즈를 향해 맹렬히 달려왔다.
그는 샌즈가 지금 가장 보고싶은 존재였고, 한편으로는 가장 보고싶지 않은 존재였다.

"팝...."

"세상에, 형!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형이 다쳤다는 연락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미안, 미안해 파피루스."

파피루스는 샌즈를 꼭 끌어안았다.
파피루스에게서는 언제나 다정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래, 마치 꿈에서처럼-
순간 샌즈는 퍼뜩 놀라 파피루스를 떨쳐냈다.
녜핵?하고 당황하는 파피루스에게 샌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Heh, 내가 환자인걸 있지 말라고 팝. 이렇게 '골'병 든 형을 '골골'거리게 할 생각이야?"

"녜핵! 형!!!!"

언제나처럼 농담을 하는 샌즈의 모습에 파피루스는 화를 내면서도 안심한 듯 보였다.
그런 파피루스를 보며 샌즈는 다시한번 되새겼다.
그건 그냥 나쁜 꿈이었을 뿐이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어.

샌즈의 눈이 다짐으로 새파랗게 빛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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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는 있는데 도저히 안 써져서 일단 초반부만 올린다. 혹시 글 마음에 들면 휘리리릭 좀 해줘라. 반응 괜찮으면 오늘 중으로 다 써서 가져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