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헤스라고 하면 웬 듣보잡 브랜드인가라고 묻는 사람이 많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글래스를 보고는 "아항~"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2010년에 설립된 신생 브루어리지만, 이미 이 지역에서는 주요 펍과 레스토랑에 탭 한 두개씩을 확보하고 있는 Top 10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최상의 맥주맛을 유지하기 위해 병을 쓰지 않고 캔만 사용하고 있으며, 그라울러도 유리가 아닌 스텐레스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금속 재질이 맥주맛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수 차례 블라인드 테스트도 실시했다고 합니다.

내부는 특이하게도 테이스팅룸에서 양조시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네요.

벽에는 무명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데, 가격은 대개 300불에서 500불 사이이고, 싼 것은 100불짜리도 있습니다.

탭리스트는 너무 복잡하지도, 단촐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입니다만, 아는 맥주가 하나도 없네요.

고심 끝에 5가지를 골랐습니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8 West Orange Wheat (6%)

오렌지는 "오렌지라고 생각해야 겨우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맥(탄산이 세지 않아서 카스보다는 하이트에 가까움)에 약간의 신맛을 더한 맛입니다.

IBU가 24로 나와 있으나, 전혀 쓰지 않고 체감지수는 한자리수로 느껴집니다.

첫잔은 그냥 시원한 맛으로....

2. Grazias Vienna Cream Ale (6.3%)

향에서는 약간의 크림이 느껴지지만, 보시다시피 컬러나 질감은 전혀 크리미하지 않고 보통의 브라운에일에 가깝습니다.

맛도 몰트의 구수하고 달콤함이 느껴지는 기분좋은 맛이고, 역시 약간의 산미가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의 막걸리 안주(파전, 두부김치 등)와 아주 잘 어울릴 듯한 맛입니다.

3. Habitus DIPA (8%)

2014년 GABF 금상을 받은 맥주입니다.

Rye 맥주이지만 맛은 Malt와 별로 다르지 않고 단맛만 약간 덜한 정도입니다.

스컬핀을 벤치마킹해서 거의 흡사하게 만든 듯한데, 홉향은 조금 약하면서 쓴맛은 비슷하며(IBU 100) 미미한 신맛이 느껴집니다.

4. De Nada (5.5%)

Belgian Wheat Ale인데, 오늘 먹은 맥주 중 넘버1으로 꼽고 싶습니다.

필터링을 하지 않아 색이 탁하고 희며, 코를 들이대자마자 바디클렌저 같은 향기가 피어납니다.

단맛과 구수한 맛이 최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고, 꼬릿한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국맥밖에 모르다가 생전 처음으로 호가든 생맥을 먹었을 때의 감동이 떠오르네요.

5. Unite San Diegose (5.5%)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Gose 입니다. 

신맛이 상당하며, sea salt가 들어가서 바다내음같은 비릿한 맛(짠맛은 아님)이 느껴지지만 역하지는 않습니다.

이것만 달랑 먹기보다는 육류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균형이 잘 잡힌 훌륭한 맥주들을 만드는 브루어리라고 느껴집니다.

이 정도 퀄러티를 계속 유지해 준다면 향후 2년 내에 한국에도 정식 수입될 것이라는 데 제 손모가지와 주머니에 가진 돈 전부를 걸겠습니다.

테이스터 5잔을 시키면 이런 코인을 주는데, 맥주를 다 마시고 나갈 때 이 코인을 내면 캔 글라스를 기념품으로 줍니다.

하지만, 글라스보다 이 코인이 더 탐이 나서....

따로 5불을 주고 글라스를 샀습니다. 상쾌한 파랑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