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나한테는 솔직히 말해도 되잖아 자기!"

"뭘 솔직하게 말해?"

"정말로 그 남자 좋아하는 거 맞지?"

"뭐라는 거야."


며칠전, 학부모 반톡에 퍼졌던 사진 이였다.

승희와 작업실 건물 문제로 다투었던 젊은 청년과 같이 찍힌 사진 때문에, 사귀는 것이 아니냐- 라는 그런 말도 안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나 한테는 다 털어 놔두 되는데.."

"글쎄 아니라고!"

지은은 화내는 승희의 모습에 당황했는지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 아니야, 아니라고!"

승희는 재차 지은에게 고함을 질렀다.

"아, 아.. 알겠어.."

지은은 입술을 앙 다물고 고개를 내 떨군다.


둘은 내내 말이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승희의 집 앞이였다.

평소 같으면 내리는 지은을 끝까지 주시하던 승희 였는데, 차 문만 닫아버리고선 떠난다.

승희의 뒤 꽁무니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지은.


'아직 화가 안 풀렸나?.."

평소 같았으면 승희의 허리를 끌어 안으며, 자기야- 라고 달래줬을 텐데.

싸늘한 승희의 표정은 처음보아 지은은 말을 건낼 수가 없었다.


삑삑삑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그 뒤 삐리릭 하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승희는 신발을 벗고 성큼성큼 방바닥을 밟는다.


몇 걸음 갔을까.

다시 휙 돌아 승희는 지은에게로 다가왔다.

서서히 뒷걸음질 치던 지은은, 등이 벽에 닿자 발을 멈췄다.

승희는 팔을 벽에 붙이고 지은을 빤히 쳐다 보았다.


"스.. 승희씨 왜그래?..
아직 화가 덜 풀렸어?.. 미안해."

지은은 젖은 목소리로 말하고서 고개를 떨군다.

"서지은."

승희는 얼굴을 더 가까이 하고서 말을 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그 남자가 아니라, 너야."

떨군 고개를 다시 들어 승희를 바라본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 당황한 나머지 숨이 헙 하고 막혔다.


"숨 좀 쉬어라 서지은."

"그게 무슨 말이야?"

지은은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뭐? 숨 좀 쉬라는 말?"

"아니, 그 남자 말고 내가 좋다는 말!"

"사랑해 서지은. 내가 너 너무 좋아한다고."

"어.."

지은은 승희를 바라보며 그저 눈만 꿈뻑꿈뻑 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정적을 깬 승희의 한마디.

"입 맞춰도 돼, 서지은?"

지은은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그러자 승희는 자신의 입술을 살포시 가져다 대었다.

지은은 흣- 하고 콧소리를 내었다.

서로의 콧김이 뺨을 대웠다.

지은의 가슴께가 간질간질 해져만 갔다.

승희가 지은의 어깨를 잡고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지은은 얼굴을 구기며 눈물을 흘린다.

"왜.. 왜 그래 서지은!"

"자기 너무 무서웠어.. 처음에 나 자기한테 혼나는 줄 알았잖아.. 잔뜩 겁먹었었는데.."

지은은 코를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았다.

"으이구, 이 눈물 많은 여자야.
미안해.. 자기 놀라게 해서 미안해.."

승희는 지은을 감싸 안고 토닥여 주었다.


"이씨.. 그러니까 왜 사람 들었다 놓았다 하고 그르냐!"

"서지은 자길 너무 사랑해서."

승희는 지은의 머리에 쪽- 하고 입을 맞춰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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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님은 왜 늦게 입덕하고 난리야..
여러분, 일어나세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