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글

지난번에 쓰다가 던진 브라다만테 글 다시 주워본다. 확챠 뜰 때까지 과금 따윈 안 해 시발....

참고로 로제로 같은 고유명사는 표기 방식이 여러 개(루지에로, 루제로, 로게로, 로저...)인데, 별 이유 없으면 그냥 Fate 나온대로 표기한다.

1. 브라다만테 남편이라는 로제로 뭐하는 놈?

원래 사라센... 이슬람교도 출신의 기사다. 정확히는 로제로 3세야.

브라다만테하고는 전쟁통에 만나서 반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인 척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새끼들 얼빠야. 아킬레우스 같은 애들이지.

아무튼 처녀 밝히는 유니콘 새끼들이 존나 저주하고 있을 텐데 공교롭게도 로제로 별명도 '유니콘의 기사'다.

내가 지어낸 게 아니라 진짜로 로제로 별명 중에 유니콘의 기사라는 게 있어.

그러니까 뿔 비비며 사이좋게 지내라.

출생을 따지자면 기독교인 왕족(헥토르 혈통)이랑 이슬람교인 왕족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조실부모하고 아프리카 마술사 아틀란트 슬하에서 자라지.

어릴 적에 헤어진 여동생도 있음.

나중에 개종하고 나면 샤를마뉴 12용사로 치고 그런다.

설정이 덕지덕지 붙은 거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 『광란의 오를란도』의 주인공임.

『광란의 오를란도』 마지막 장면은 브라다만테와 로제로 결혼식에 난입한 눈치 없는 놈이랑 로제로가 붙는 전투 씬이고.

이렇게 된 이유는 지난번에 밝혔듯이 브라다만테랑 로제로가 작가 루도비코 아리오스토의 스폰서인 에스테 가문의 선조님이라는 설정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작중 등장빈도가 높고 능력도 좋고 잘 생겼고 혈통도 쓸데없이 국제적인 거임.

2. 일본에서 피치 공주라고 하던데?

맞음. 이 새끼 슈퍼크라운 썼는지 프로 공주님 플레이 하고 앉았어.

브라다만테가 구해내면 어디 납치되고, 쫓아가면 어디 난파당하고, 쫓아가면 헛짓거리하다가 다쳐서 드러눕고 그래.

무력적으로는 분명히 수위권이라고 띄워주는데 로제로가 무력적으로 돋보일 때는 작품 후반부에 브라다만테랑 싸울 때 정도밖에 없어.

마누라랑 싸울 때나 여포라니 훌륭한 샤를마뉴 12용사다.

왜 이렇게 됐냐면 아프리카 흑형 마술사인 양아버지 아틀란트가 워낙 싸고 돌아서 그래.

- 로제로 감금 → 아빠가 개독교 며느리는 용납 못한다고 가둠

- 로제로 행방불명 → 며느리한테 쳐맞은 아빠가 몰래 히포크리프 조작해서 국외 도피시킴

- 로제로 니트질 → 아빠가 아는 마녀한테 부탁해서 나태슈트급의 환경을 조성함

로제로가 납치되고, 행방불명당하고, 니트질하고, 나중에 사실 어릴 적에 헤어졌던 여동생이랑 썸씽 생겨 같이 여행하다가 브라다만테한테 걸려서 개판 난 것도 전부 아빠가 한 짓이란 말이다.

아틀란트가 이렇게 브라다만테랑 로제로를 갈라두려는 건, 로제로가 기독교로 개종하면 개좆된다는 미래를 봤기 때문임.

같은 기독교인에게 뒤통수에게 맞고 죽는다는 미래지.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광란의 오를란도』 자체는 결혼식 훼방 놓는 놈팡이를 로제로가 마치 주인공처럼 쓰러뜨리는 걸로 끝나는 깔끔한 해피 엔딩이지만, 원래 샤를마뉴 12용사는 같은 편 배신 때문에 롱스보 전투에서 거의 다 죽어. 로제로의 죽음에 대한 예언은 『롤랑의 노래』에 나오는 마지막 전투를 암시하는 거지.

3. 로제로 여동생 있어?

있다. 브라다만테의 라이벌 역할을 하는 고릴라 같은 여자가.

브라다만테도 솔직히 하는 짓 보면 거의 고릴라지만.

이름은 마르피사.

어릴 적에 로제로와 헤어지고 노예로 팔린 기구한 운명의 소녀지만, 불굴의 의지로 기어 올라갔다.

- 성인이 되자 노예주인인 인도 왕이 수청 들라고 함

- 왕을 비롯해 그 나라 왕족과 중신을 하룻밤 사이에 다 쳐죽임

- 이제부터 내가 왕이라고 선언하고 나라 접수함

- 패왕의 삶을 천명하고 18세 때에 7개국을 정복한 대제국 페르시아의 제왕이 됨

- "나한텐 꿈이 있는데, 프랑크 왕(샤를마뉴)하고 비단국(중국) 왕하고 타타르족 왕을 산 채로 잡는 거다." ← 실제로 한 말

갑자기 킹덤이나 바키도 보는 기분이 들 만큼 캐릭터가 강렬한데 구라 안까고 진짜로 이래.

롤랑(오를란도)이랑 리날도가 붙어봤다가 진땀 흘릴 만큼 세기도 한데 마인드가 뭔가 또라이 같아.

한참 일기토로 싸우는 중에 아군이 도와주니까 왜 잘 싸우는데 끼어드냐고 아군부터 죽이려들더라. 베지터도 안 그런다.

나중에 브라다만테랑 시비 붙었을 때도 로제로가 말렸다고 "썅 왜 방해야?! 니네 둘 다 덤벼." 이 지랄함.

얘 혼자만 장르가 일본 배틀 만화임.

연애 같은 건 없다. 리날도랑 싸우다가 리날도의 마검 풀베르타에 자기 검 부러지니까 맨손으로 아구창 날린 여자다.....

4. 브라다만테 마테리얼에 나오는 반지 안젤리카 카타이는 뭐임?

아아, 그건 신비로운 동양의 공주 안젤리카가 가지고 있던 마법의 반지다.

모든 마법을 해제하는 능력이 있지.

안젤리카는 저 먼 카타이에서 남동생 아르갈리아와 함께 200일 동안 여행해서 프랑크 왕국까지 온 이국의 공주임.

『사랑하는 오를란도』, 『광란의 오를란도』의 발단이 되는 키 퍼슨이다.

여기서 카타이는 거란족을 뜻하는데 16세기 이탈리아 작가가 아시아 사정을 알면 얼마나 알겠냐? 그냥 대충 동방이란 의미로 쓴 거임.

구분이 필요하다면 시대적으로 볼 때 요나라라고 하자.

아무튼 그 요나라 공주인 안젤리카는 거란족 패션이 아니었는지 유럽 애들을 한방에 싹 홀려버림.

전형적인 팜 파탈이지.

실제로 요나라 왕이 애초에 프랑크 왕국 엿먹일 작정으로 보낸 거였어. 자중지란 일어나게.

안젤리카 때문에 가뜩이나 상태 구리던 12용사는 부엌쓰레기급이 되고, 롤랑놈은 실연의 아픔으로 전라까지 되지. 개판임.

참고로 브라다만테 오빠인 리날도도 안젤리카에 휘둘려서 존나 고생했다.

최종적으로 안젤리카는 기사고 왕이고 다 차버리고 이슬람 병사 A급의 비중인 메도로와 눈이 맞아서 결혼한다.

5. 뭐 이리 여자 비중이 높아?

브라다만테, 마르피사, 안젤리카 얘기를 하니 눈치 깠겠지만 『광란의 오를란도』는 여자들 비중이 매우 높다.

바지주인공 로제로의 실체는 피치 공주고, 피치 공주 구하러 가는 건 여기사 브라다만테다.

브라다만테의 숙적도 여기사 마르피사고, 12용사 다 뒤집어놓은 안젤리카는 참교육도 안 당하고 흐뭇한 결말을 맞이하지.

기타 나쁜 마녀 착한 마녀 같은 비교적 비중이 적은 조역과 악역까지 합치면 기라성 같은 남자 기사들이 오히려 퇴색되는 감이 있다.

왜 그럴까? 작가 루도비코 아리오스토(1474년-1533년)는 시대를 앞서간 정치적 올바름의 체현자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이사벨라 데스테(1474년-1539년)의 초상화]

모든 의문은 '스폰서'라는 마법의 단어가 풀어준다.

에스테 가문에서 가산 탕진해가며 예술가 지원해주던 게 안방마님 이사벨라 데스테거든.....

이 양반도 포로로 잡힌 남편 구해오느라, 남편 군대에서 빼주느라 개고생한 여걸이다.

솔직히 억측이지만 아리오스토는 이사벨라의 부부관계에서 브라다만테와 로제로에 대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참고로 위의 초상화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사벨라는 다 빈치쨩(1452년-1519년)도 후원했었어.

초상화 그려달랬더니 데생한 거나 툭 던져주고 입 씻었지만.

이사벨라가 편지로 초상화 또 그려달라고 몇 번씩 의뢰했는데 얘는 다 씹었더라.

여윽시 클라이언트를 강화퀘 없는 직감처럼 아는 걸로 유명한 다 빈치답다고 할 수 있다. 이 새낀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를거야.

니들이 자꾸 라노벨 같다니까 생각난 건데, 사실 당시 서사시 같은 거 역할이 라노벨에 가깝긴 함.

당시엔 한물 간 기사도문학이 이탈리아에서 모험 소설처럼 유행한 양태를 보면.....

여하튼 페그오에서는 아직 별 말 없는데, 브라다만테가 활약하는 『광란의 오를란도』는 다 빈치 생전에 출판된 작품이다.

솔직히 다 빈치 입장에서 보면 동시대 라노벨의 히로인이 현실로 튀어나온 느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소아온 아스나가 현실로 튀어나온 거라고.

제 자작 서번트 아스나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