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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핫산) 쓰레기사

엘케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4.08 23:27:18
조회 857 추천 11 댓글 8

 주의: 7~14장의 내용이 들어있으므로 늅늅이는 스포를 조심할 것.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남자는 왜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걸까. 머리가 아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애써 남자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했건만, 눈을 감아도 그의 표정이 읽히는 것 같았다. 필요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별 생각 없이 입에서 말이 툭 튀어나왔다.


 "멍청한 오라버님 같으니라고."

 "틀린말은 아니구나. 나는 멍청하다. 나도, 너도 말이다."

 "나는 다르오."

 "란신."


 남자가 옅게 웃었다. 그 웃음은 어떤 말보다도 내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역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더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검을 치켜올릴 때 까지도,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마라, 란신. 웨이 가문을 모욕하지 마라. 스스로를 모욕하지 마라. 다른 이들이 널 모욕한다면 그것은 씻을 수 있다. 그러나 너 스스로가 한 모욕은 씻을 수 없다. 란신.."


 그만. 남자가 내뱉는 말을 더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나는 기사다. 기사는 기꺼이 주군에게 충성해야 한다. 반역자 따위가 지껄이는 말을 들어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내가 그의 말을 성급히 끝냈다.


 "잘 가시오."


 그기사는 강해야 했다. 주군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적 앞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검에 뜨거운 피가 묻어도. 어쩌면 나와 같은 피가 얼굴에 튀어도. 편안하게 눈을 감은 머리가 바닥을 굴러 눈에 보이더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나는 검을 쥔 손을 꽉 쥐었다. 피가 날 때 까지 힘을 주어야 했다.











 배 위에서 술을 기울이고 있자니, 잔잔한 머리를 바닷바람이 지나갔다.


 내 오라버니, 한신을 죽였을 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 오라버니는 바보였다.


 반역자의 여동생을 사모해 불의를 눈감았다. 버젓이 살아있는 여왕님을 놔두고 마르쿠스의 밑에 들어갔던 쓰레기다. 내가 몇번이고 도움을 청했지만 기꺼이 움직이지 않았던 인간이다.


 만약 빅토리아가 죽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그 가증스러운 년을 쫓아다녔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 비록 가족일지라도, 반역자는 죽이는 것이 옳은 일 아니던가.


 술이 썼다.


 아마도 조만간이겠지. 레브는 어떻게든 나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쪽엔 인질이 있다. 활용 할 방법이 없을까. 주군을 지키는 것은 기사의 몫이다. 나는 할 일을 해야했다.


 "막을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아마 죽겠지.


 그러고보니 녀석이랑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몸에 알코올이 들어 찬 탓인지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부히 타 징수관을 따라 흑련단에 세금을 징수하러 갔을 때인가. 산적으로 위장한 어설픈 변장에, 들키고 싶어 환장한 것 같은 연기였지 아마. 나는 그 모습에 내심 강동했었다.


 그래서 똑같이 되도 않는 연기를 했다. 천식이었던가.


 뭐야, 그게. 멍청하잖아. 꼭 누구처럼, 멍청해.


 "고생했다."

 "너희들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거다."

 "너희들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여전히 마르쿠트의 휘하에 있었겠지."

 "너희들이 없었다면, 폐하는 여전히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 있었을 테고."

 "너희들이 없었다면, 환영도의 그랑슈츠 모조 리바이어선도 못 찾았을 테고."

 "너희들이 없었다면, 대관문의 시선이 쏠린 사이 본토에 기습을 맞았겠지."

 "너희들이 없었다면, 본토 기습과는 또 상관없이 대관문도 버티지 못했을 테고."

 "너희들이 없었다면, 그랑슈츠를 평정할 수도 없었을 테고."

 "너희들이 없었다면, 대관문을 습격한 베헤모스들도 막아내지 못했을 테고."

 "너희들이 없었다면, 국토로 들어온 인류공적 제 3수를 잡아내지도 못했겠지."

 "모두 다 너희들이 해낸 일들이다."


 "고맙다."


 쓸 데 없는 기억이 지나가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나는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했던 말은 진심이었다. 레브 일행을 배신하기 전이었지. 그래, 배신이었다. 부정 할 생각은 없다.


 어찌됐건 그땐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레브도 가감없이 내게 진심을 말했다.

 

 - 그러고도 기사냐.


 - 그러니까, 기사다.

 - 나는 웨이 란신! 폐하를 모시는 란티츠 최고의 기사다!

 - 그런 내가 기사냐고! 그러고도 기사냐고?

 - 주군에게 충성한다! 명령에 목종한다!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온 몸으로! 정신을 바쳐! 그런 내가 어찌 훌륭한 기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레브는 말했었지. 쓰레기사. 그때 나는 화를 참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생각이 정리된다.


 간단한 일이었다. 레브는 그저 날 욕하고 싶었을 뿐이었던 거다. 그럴만도 했겠지.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사실 그 때의 교육도 폐하에게 무례했던 일이 좀 더 화났던 것이 아닐까. 나는 폐하의 충성스런 기사였다.


 그래, 나는 기사다.


 어쩐지 술이 땡겼다.









 "한신은 어떻게 됐어?"

 "네 식으로 말하자면, 가야 할 곳으로 갔다."











 레브를 막아섰다. 이곳이 내 사지인가. 나쁘지 않았다. 내 시체가 걸리적거릴 일도 없겠지. 바다에 버리면 그만일테니. 제법 무거운 갑옷이니 잘 가라앉을 터였다.


 진심인지 아닐지 모를 말을 지껄였다. 남매는 서로 죽이기 위해 짝지어진 운명이라는 둥, 같잖은 소리들 말이다. 그러다가 하얀 왕가슴에게 카운터를 얻어 맞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내가 기분나쁜 것은, 레브가 나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쓰레기를 보는 눈빛. 아니, 혐오가 아니라 동정인가. 그래, 레브는 날 동정하고 있었다. 감히. 반역자 주제,에 기사인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다니.


 결국 레브는 해선 안될 말을 했다.


 "단지 란신, 네가 가여워."

 "오라버니의 죽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애초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오히려 죽은 지금은 마침내 마음이 편해졌다고 해야겠지. 나는 그런 짐을 덜어주신 폐하께 지금까지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의 골치를 주군께 떠넘긴 것에 대해 다시 없을 송구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그걸 너는 느끼지 못하겠나?"


 쓸데 없이 말이 길어졌다.







 아, 역시 졌다.


 재현체들이 쏘아낸 화살이 몸에 박혔다. 갑옷이건 검이건 할 것 없이 금이 갔다. 몸은 점점 느려져갔고, 치열했던 싸움은 점점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정확히는 레브가 공격을 멈추었다. 그때 나는 이미 더 공격을 이어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레브가 갑자기 오랜만에 본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보니 저놈 앞에서 토혈한지 오래되긴 했다. 뭐 좋은 일이라고 많이 보여줄까.


 단지 그땐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러했다. 죽음 앞에서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을테니.


 "어렸을 때 부터…… 병약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근심을 샀다……."


 쓸데없는 말이 나온다. 정말이지, 나쁜 버릇이건만. 결국 고치지 못했나. 


 "그 사실이 분했다…… 보호받는다는 것이싫었다. 가엾게 여겨지는 것이……"

 "그런 것은 약자거 겪어야 할 일…… 강하고 고귀한 자가 겪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나는 웨이 가문의 여식…… 강하고 고귀한 이들의 피를…… 누군가를 보호하고 동정하는 것은…… 내가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나는……"

 "그래서 내가 지킬 이를 찾도록 하자. 나보다 약한 이를. 나보다 가여운 이를."


 지금 뭐라 말하는 것인가.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하는 꼴이 아닌가. 이건, 훌륭한 쓰레기였다. 쓰레기사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의 주군을. 그렇게 나는 은발의 공주와 만나게 되었던 거다."


 필요 없는 말들이 점점 길게 이어졌다. 레브의 눈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나를 동정했다. 어렸을 적, 기침을 쿨럭일 떄 마다 보았던 어른들처럼.


 그러나 기분나쁘진 않았다.


 동정받는 것은 싫었다. 차라리 누군가 나를 원망하는 것이 편하니까. 그런 점에서 그레이가 살아있을 적, 통신구로 보여준 시선은 견딜만 했다. 통신을 중개하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면 어딘가 아려오긴 했지만, 아프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 레브의 시선은 가슴을 아려오게 만들진 않았다. 싫지도 않았다. 그저 한없이 아팠을 뿐이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상냥한 녀석……."


 오라버니. 지금 가오. 그렇게 소리를 쳤건만, 오라버님보다 못난 죽음을 맞았소.










======


집가는 동안 노트북으로 끄적였던거 데스크탑으로 옮겨서 올림..


퇴고도 못하긴 했는데 .. 나중에 예전 에토맘 팬픽 한번 손봐서 올릴때 같이 수정해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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