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도 아버지가 사업하던거

도박사기단에 걸려들어서

돈 날리고 집날리고 회사날리고

직원들 돈못주고 야반도주하고 빚쟁이한테 쫓기고

엄마 유산받은 집도 팔고

다팔았는데도

아빠가 파산신청 안할거라고 해서 그거 몇십년동안 다 갚았는데

진짜

애들은 집이 가난해지니까 순간 철이 들더라고

내가 그 때 초1이었나 초2였는데

망하기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큰마트 가족끼리 가서

크게 장봐오고 유원지도 자주가고

나갈 때 마다 장난감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줬음

외식도 거의 맨날 나가고. 특히 우리엄마는 바닷가 보이는 레스토랑을 존나 좋아해서

툭하면 갔었다. 가서 맨날 스테이크 먹는데, 난 덕분에 꼬마애 주제에 나이프질 존나 잘했었음. ㅎㅎ

옷도 많이 사줬고

장난감은 한번 외출에 1개씩만 사준다고 말은 그렇게해도

떼쓰면 다 사줬음

근데 망하고나니까 큰마트도 안가고

엄마가 장보러간다길래 따라나갔는데

구멍가게 가는거야

그 때 1차쇼크

가게가 허름해서...

둘째론 장난감 코너를 찾아봤는데... 없어...

2차쇼크

마지막으로 구석에 츄파춥스통안에 인형옷 같은거 대충 담겨있길래

이거라도 사달라고 해야지하고 들고갔는데

엄마가 가격 물어보는거야 아줌마한테

5천원이래

와 싸다! 나 이거 사줘! 했는데

엄마가 안된대....

멘붕..

그 때 그 아줌마가 내가 와 싸다! 하는 순간에 놀라는 눈빛 잊을 수가 없다.

그러고 엄마는 황당한표정 다음에 엄청 슬픈 표정을 짓는거야

그래서 그 순간에 철이 들었음.

아 5천원도 이제 비싼 돈이구나 싶어서...

맞아. 그리고 예전엔 집에 회사직원들 놀러오면,

나 볼때마다 엄청 예뻐해주고 용돈도 주고...

뭐 거의 보는 사람마다

나한테 잘해주고 용돈도 막 주고 과자도 사주고 칭찬해주고 늘 그랬는데

이사갈 때 이삿짐 옮기는 아저씨들이 나한테 관심도 안가져주고

귀찮아하더라고

것도 쇼크였다 아직 기억나네

어쨌든 상황이 급변하면 애들은 순식간에 철이 들더라고

가만 생각해보면 내 동생도 새신발 갖고 싶다고 떼쓴적이 있긴 했다.

하, 동생들은 어찌 그리 철이없는지 ㅉ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감정이입 오지게 되서 옛날 생각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