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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102 "그랜드 청문회 II"

김유식 2010.08.08 23:04:21
조회 7771 추천 5 댓글 51


  “말해 봐라.”


  “뭘요?”


  “그동안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던 네 구라에 대해서 말이다. 다 털어놓고 이제는 바르게 살자.”


  “음.....”


  “하도 많아서 잘 모르겠지?”


  “음.....”


  “일단 학교부터 하자. 솔직히 징역 살면서 박사면 뭐하고, 초등 중퇴면 어떠냐? 다 죄짓고 징역사는 처지에 그냥 까자. 너 고등학교는 나왔냐?”


  “아니요.”


  “그럼 그렇지! 씨발놈! 무슨 예지 중, 고등학교야? 중학교는 나왔냐?”


  “다니긴 다녔어요.”


  “똑바로 말해라. 오늘은 진실로 다 털어놓는 자리다.”


  “네.”


  “졸업은 못 했고?”


  “네.”


  “자꾸 질문하게 하지 말고 네가 알아서 털어놓으면 안 되냐?”


  “네.”


  장오는 대답만 하고 뭉기적 거렸다. 창헌이가 대답을 재촉했다.


  “말 안 하냐?”


  “초등학교 졸업하구요.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1학년 1학기만 다녔어요.”


  “왜?”


  “여름방학 끝나고 갔는데요. 다니기가 싫더라구요. 그래서 개학하고 며칠 나갔다가 안 갔어요.”


  “근데 왜 대학 졸업에 중, 고등학교에 다 구라 깠어?”


  “그냥요.”


  “에이~ 씨발놈아.”


  창헌이는 가볍게 장오를 한 대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내가 말렸다. 오늘은 2009년 12월 31일이다. 다 털어놓고 가자고 모인 자리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창헌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 뭘 묻죠?”


  그 말이 나오자마자 이재헌 사장이 물었다.


  “장오야. 군대는 갔다 온 게 확실하나?”


  아항! 맞다. 요즘은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으면 군대도 가지 못한다. 이재헌 사장은 장오가 37사단 소총수 출신이었다고 했던 구라를 기억해낸 것이다. 장오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갔다 왔죠.”


  창헌이의 주먹이 장오의 이마까지 올라갔다.


  “이 씨발놈! 다 털어놓는 청문회에서 계속 구라 깔래? 엉? 진짜 네가 육군 나왔어? 엉? 소총수 맞아? 엉”


  장오도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 보다. 어차피 이 지경이 된 거 이래 뽀록나면 어떻고, 저래 뽀록나면 어떠랴? 이때의 장오의 마음은 ‘케세라세라’가 아니었을까?


  “전 공익 나왔어요.”


  “아오! 이 씨발놈 불과 며칠 전에는 땅개였다면서 또 구라였냐? 엉?”


  장오는 느릿느릿 일어나서 TV 밑의 선반에서 오징어 다리를 꺼냈다. 그 곳은 평소 이재헌 사장이 오징어 다리만 모아서 꼬불쳐 두는 장소였다. 방 사람들은 오징어 다리를 잘 먹지 않았는데 이재헌 사장과 장오만 남김없이 먹었다. 지금 창헌이가 한창 질문하는 타이밍에 오징어 다리를 꺼내러 가는 배짱도 두둑하거니와 그것을 소녀시대 리더처럼 태연하게 씹으면서 대답하는 것도 놀랍다.


  “오늘 청문회라면서요? 그동안의 구라 다 밝히라면서요?”


  장오의 배짱은 청문회 때문에 나왔나보다. 다 털고 가면 지난날의 각종 구라들을 눈감아 주기로 했던 일종의 “특약”이 있기에 저렇게 배짱이 남다른 거 같다. 이재헌 사장이 물었다.


  “그럼 장오 니 37사단인가 소총수 나온 거 아니제? 공익 근무 했었나?”


  “네.”


  “오데서 근무 했었노?”


  “공주 시청에서 했었어요.”


  듣자하니 어디서 구라의 냄새가 폴폴 풍긴다. 대전에서 주로 살았다는 장오가 왜 공주 시청일까? 공익을 나왔으면 당연히 기본군사훈련을 받았을 터. 내가 물었다.


  “장오야. 그러면 기본군사훈련은 받았겠네?”


  “네. 4주간 받았죠.”


  음. 4주간 받았다고 하는 걸 보니 약간의 신빙성은 있어 보인다. 창헌이는 그것마저도 믿지 않았다.


  “야. 장오~ 총검술 좀 해봐라.”


  “네?”


  “총검술 배웠을 거 아냐? 찌르고 돌리고 하는 거.”


  “배웠죠.”


  “그것 좀 해보라고!”


  장오는 오징어를 씹다가 이 사이에 낀 오징어 건더기를 뜯어내느라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에이~ 다 까먹었죠. 공익 나온 지가 언젠데요.”


  이재헌 사장은 제대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어도 약간 기억이 난다면서 찌르는 동작을 해댔다. 나도 사실 까먹기는 매한가지지만 대충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총검술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제식훈련이나 열병은 까먹을 리 없다. 내가 물어보니 하나도 모르겠단다. 배운 적이 없단다. 일부러 “좌로~ 봐!” 로 말하고는 모르느냐고 물었지만 처음 듣는다고 했다. 의심의 늪은 더욱 깊어졌다. 공익요원의 기본군사훈련 시에 화생방 교육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각개전투는 틀림없이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각개전투는 알겠지?”


  “알죠.”


  “각개전투 해 본 것 좀 말해봐라.”


  “뭔 개요? 그게 뭐예요?”


  “각개전투를 모르냐?”


  “전 그거 처음 듣는데요?”


  “안다면서?”


  “모르는데요?”


  창헌이는 감 잡았다. 장오는 또 구라를 까고 있는 중이다.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방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랜드 청문회에 임하겠다던 장오의 자세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지금은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뚱뚱 가물치가 질겅질겅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1:3으로 싸우고 있다. 창헌이가 장오의 몸 뒤로 돌아가서 장오의 목을 졸랐다. 오른손으로 장오의 목을 휘어 감고 왼손으로는 오른손 손목을 끌어당겼다. 리어 네이키드초크다. 앞서도 말했지만 창헌의 근육 발달 수준은 남들과 다르다. 오징어 다리를 씹고 있던 장오의 안색이 급히 붉게 변하며 입 안에 오징어 다리가 꽂혀 있는 채로 켁켁 거렸다. 몇 초가 더 지나자 오징어 다리가 장오의 입으로부터 가슴께로 떨어졌을 때 어디서 본 것은 있었는지 장오는 창헌의 팔뚝에 손을 대고 두 번 쳤다. 탭을 한 것이다. 창헌이가 손을 풀자 장오는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가슴에 붙어 있던 오징어 다리를 다시 집어서 입으로 넣었다. 그 오징어 다리에는 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저 실은 면제예요.”


  “왜?”


  “학력 때문에요.”


  “씨발놈.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할 것이지. 장오 너 한 번 더 구라 까면 암바 들어간다. 알았냐? 씨발놈아?”


  “네.”


  “네 팔 부러져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네가 부러트렸다고 하실 꺼다. 알겠냐? 씨발놈아!”


  “네.”


  학력과 병역 취조가 끝났다. 창헌이가 이건 꼭 확인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제 김천 소년교도소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자.”


  “네.”


  “너 소년교도소 간 적 없지?”


  “아니요. 있어요.”


  “이 씨발놈이!”


  창헌이가 이번에는 장오의 뒤로 돌아가지 않고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장오의 머리를 조르려 했다. 길로틴 초크였을까? 하지만 장오가 다급하게 외치는 바람에 그 기술은 들어가지 못했다.


  “김천이 아니구요! 천안이에요! 천안!”


  “천안? 천안 어디?”


  “천안에도 소년교도소 있잖아요.”


  “근데?”


  “거기서 한 달 정도 살았어요.”


  “언제 이야기야?”


  “20살인가? 그쯤이요.”


  “뭘로 갔는데 뭘로 나왔어?”


  “폭력으로 갔는데요. 검사가 기소유예인가 해줘서요.”


  이때 당시의 이야기는 사실 정확하게는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소년 범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거니와 소년교도소나 가정법원 소년부, 가위탁(假委託)이 어쩌구 하면서 창헌이가 너무 고품격의 용어들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장오는 김천 소년교도소에는 간 일이 없고 천안에서 약 한 달 정도 구속 생활을 했던 것으로 마무리됐다.


  
  - 계속 -

  세 줄 요약.

1. 장오는 중학 1학년 1학기만 다녔다.
2. 장오는 군 면제였다.
3. 장오는 김천 소년교도소에 간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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