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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105 "신년"

김유식 2010.08.13 10:06:42
조회 8825 추천 5 댓글 58


  2010년. 1월 1일. 금요일.


  간밤에 그랜드 청문회 때문에 늦게 자서 그랬는지 기상 노래를 들으면서 일어났다. 날씨도 꽤 춥다. 오늘은 설날이라 특식을 주나 했는데 나오긴 나왔다. 원래 떡국이 나오는 금요일 아침인데 평소와는 달리 밥은 주지 않았고 떡국만 나왔다. 다른 금요일의 떡국과 비교하면 소고기가 많이 들어 있고, 김 가루도 뿌려져 있으며, 국물도 간을 달리해서 제법 맛있다. 집에서 해먹는 맛이랄까?


  식사 후 머리를 감고, 점검을 마친 다음에 책을 읽으려고 누웠더니 창헌이가 어디서 자동차 잡지인 “모터 트렌드” 1월호를 가져다줬다. 그것을 두 시간 동안 꼼꼼히 읽고 났더니 귀염둥이 조카와 조모 사장의 편지가 도착하고 곧이어 후배가 넣어준 “월간조선”과 “신동아” 1월호가 왔다. 장오가 컵라면을 부숴 내 앞에 가져다 놓아서 한 두 조각 먹었는데 이번엔 맛동산을 꺼내어 내 앞에다 놓는다. 그 칼로리 높은 것을 열 조각이나 먹고 났더니 점심 배식이란다.


  돼지고기찌개에 연두부를 말아 먹고, 일기와 편지를 썼다. 오후에는 신문과 잡지를 읽다가 지인들에게 쭉 편지를 쓰고 장오가 만들어준 잡지로 만든 편지봉투에 넣었다. 과연 이것이 제대로 도착하려나 모르겠다. 신문을 읽으면서 콘푸라이트를 집어 먹었더니 입이 달다. 이러다가 도로 살찌겠다. 뒹굴뒹굴하다가 방을 쓸고, 오후 점검 후에 청국장찌개와 계란찜, 동그랑땡튀김, 겉절이를 먹었다. 12월까지는 금요일 저녁메뉴가 콩나물국이었는데 1월부터는 청국장찌개로 바뀌었다.


  이재헌 사장과 장오는 어제 6방에서 만들어준 잡탕김치찌개를 중탕으로 데워서 먹었지만 나는 맛동산과 콘푸라이트를 먹었기 때문에 꾹 참았다. 오늘은 ‘아이리스’를 해주는 날이다.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아이리스’를 보고 마지막 한 시간은 뭘 해주나 했더니 지루한 교양프로다. 창헌이가 TV와 안테나를 만지더니 SBS를 볼 수 있게 해줬다. 실시간으로 8시 뉴스를 보고 잡지를 보다가 잤다. 신입도 없어서 다섯 명만 있는데다가 창헌이가 나가 있으니 방이 넓어서 좋다.



  1월 2일. 토요일.


  홍합이 들어 있는 미역국 건더기를 왕창 먹었다. 토요일 아침 식단은 미역국, 어묵조림, 김장김치, 두유다. 씻고 나서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잠이 스르르 쏟아진다. 잠이 들기 바로 직전에 소리가 들려온다. “각방 운동!” 아흑! 원래 이번 주는 운동이 없는 토요일인데 앞뒤로 쉬는 날이 있으면 그냥 운동을 시켜준단다. 연휴가 끼어 있더라도 3일 연속으로 운동을 못하게 하는 경우는 없다고 들었다.


  눈이 내리는 운동장을 24바퀴 뛰었는데도 날씨가 추워서인지 숨이 가쁘지 않다.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요구르트 한 병 마시고 다시 책을 읽으려는데 보안과장 순시 중이라고 다시 옷을 입으란다. 보통 생활할 때는 파자마를 입고 지내는데 보안과장이나 구치소장이 돌 때는 관복이나 평상복을 다 입고 앉아서 대기해야 한다. 기껏 입었더니 보안과장은 우리 사동까지는 안 오고 그냥 갔단다. 다시 갈아입고 누워서 신문과 책을 읽고 있다가 점심 배식 준비를 하는데 접견이 왔다.


  아내와 어머니다. 접견을 마치고 돌아와서 남겨둔 수제비 국물과 떡갈비 1개로 점심을 때우고 ‘뮤직뱅크’를 보면서 일기, 편지를 썼다. 14통의 편지를 쓰고 났더니 편지 내용이 짧아도 손목이 매우 아프다. 저녁 시간이 되어 콩나물국에 무생채를 말아먹고 있는데 창헌이가 김치찌개를 가져다줬다. 평소보다 국물이 적고 김치, 떡갈비, 쏘세지 등의 건더기가 많이 들어 있었고 더 매웠다. 나중에 창헌이에게 들으니 “김치찜”이란다. 오늘의 토요 영화는 ‘해운대’였다. 다들 밖에서 봤다고 투덜거린다. 생방송(?)으로 다른 방송을 볼 수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프로가 없다. ‘해운대’를 보는 둥 마는 둥하면서 “신동아”를 읽었다. 오후 9시 되어서는 귤 하나 까먹고 쿨쿨~



  1월 3일. 일요일.


  간밤에는 내복을 꺼내 입고 잤더니 별로 추운지 모르겠다. 어제 파자마를 빨아서 하는 수없이 꺼내 입었다. 아침에는 아욱국에 연두부를 말아서 먹었다. 오늘 반찬은 김장김치와 김무침이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1월부터 공급되는 김장김치가 매우 맛있다. 시원하고 아삭하다.


  잠깐 누웠다가 씻으려고 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한 시간 정도 잤는지 “점검 준비!”하는 소리에 일어나서 점검 후에 씻었다. 장오는 창헌이가 빌려다준 “주작의 활”이라는 만화책을 보며 낄낄거린다. 분명히 저 뚱뚱 가물치는 여기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 맞다. 휴양지의 작은 펜션으로 여기고 있지 않을까? 재워주고, 먹여주고, 만화도 보고, 돈도 주니 말이다. 요즘 다시 살펴보니 정신 수준은 딱 12~13세 정도인데 거짓말을 할 때는 7~8세 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목포 김 회장이 남대문 시장에서 직업을 구해 주겠다고 해도 싫단다. 월 300만 원 벌이는 될 것이라는데도 싫단다. 저 뚱뚱 가물치는 아마 출소해도 곧 다시 들어올 것 같다.


  오전 11시까지 편지를 쓰고 사과 한 개와 콘푸라이트를 먹었는데 장오가 내 앞에서 라면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다. 우리 방에서는 컵라면에 물 부어서 제대로 먹는 게 없고 모두 날것으로 먹어댄다. 특히 장오는 일부러 내 앞에서 먹어대는 통에 참기가 고역이다.


  점심 전에 이재헌 사장과 장오가 훈제 닭을 먹겠다고 뜨거운 물에 닭다리 4개를 담가 놓았다가 점심배식 시간에 해체 작업을 했다. 그런데 마지막 봉지의 닭을 뜯을 때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이런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버리자고 말하자 이재헌 사장과 장오는 냄새가 나는 부분만 골라내고 먹으면 된다면서 잘도 먹어댄다. 6방에서는 창헌이 먹으라고 김치찌개를 만들어 줬는데 창헌이는 맛이 없다고 우리 방에 가져왔다. 나는 아무래도 닭이 찜찜해서 카레 안에 들은 양배추로 때웠다. 장오는 냄새나는 닭이 맛있는지 연신 씹다가도 뱉으면서 잘도 먹는다. 정말 희한한 별종이다.


  목포 김 회장은 박경헌과 비슷하게 위생 관념이 없다. 원래 배식은 국과 밥을 각각 한 사람씩 담당하는데 김 회장은 상처가 있는 발가락, 발톱을 쥐어뜯고 나서 그 손으로 씻지도 않고 배식을 하려고 한다. 몇 번 눈치를 주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이재헌 사장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신이 배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밥은 장오가, 국은 이재헌 사장이 퍼 주고, 수저 놓고 식기 정리는 목포 김 회장의 몫인데 꼭 손을 씻고 하라고 해도 그 쉬운 것을 못한다. 보다 못한 장오가 김 회장에게 한마디 했다. 장오에게 훈계를 들어야 했던 김 회장의 서글픈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장오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닌지라 반박도 못하고 한숨만 내 쉰다. 그리고 또 애꿎게도 아내와 자식들 흉을 본다. 우리 방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재헌 사장은 “누워서 침 뱉기” 한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뜨거운 식수를 받아서 머리를 감고, TV “천하무적 이평강”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편지도 쓰고 책도 읽다가 깜빡 또 잠이 들기도 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이재헌 사장은 우리 방에 닭이 많이 남는다면서 네 봉지를 또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장오를 시켜 뜯게 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 김장김치, 단무지무침과 감자조림이다. 7방에서 소지들에게 김치찌개를 두 그릇 만들어 줬는데 소지들은 마가린이 들어 있는 찌개는 먹기 싫다고 우리 방으로 보내줬다. 미역국 건더기와 김치찌개 안에 들은 떡갈비 1개를 먹고 귤도 하나 먹었다. 식사 후에는 편지 쓴 것들을 정리하고 “건양밀”을 한 잔 마신 후에 도킨스의 책을 읽었다. 다음 주에는 출정이 있다. 덜덜덜~


  - 계속
-

  세 줄 요약.

1. 새해가 됐다.
2. 눈이 많이 내렸다.
3. 다음 주에는 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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