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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123 "탄원서"

김유식 2010-09-07 14:47:25
조회 8189 추천 4 댓글 31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입니다.

  지금까지 구속 후 113일간의 “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제 출소날 당일하고 출소 이후의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만 사건  및 항소에 관련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오늘은 제가 재판부에 제출했던 [탄원서]를 게재할까 합니다. 사건 이야기를 전개하려니 사건이 워낙 복잡하고 어지러워서 되도록이면 배제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영구네집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구치소 이야기 외에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분이 계시므로 올려봅니다. [탄원서]는 모두 두 번 보냈고, 여기에 게재한 [탄원서]는 첫 번째 것입니다.


   [탄원서] 또한  “영구네집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한 변명을 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미 저에 대한 선고는 항소심에서 검찰이나 저나 모두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이 되었고 사회봉사명령도 마쳤습니다. [탄원서]에 등장하는 일부 이름은 가명으로 처리하였습니다.


                                                                                               탄 원 서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2009노2842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되어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김유식입니다. 나날이 쌀쌀해져 가는 날씨에 신종플루의 위험까지 있는 시기입니다만 재판장님께서는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제가 저지르고 가담한 범행에 대하여 깊은 반성과 함께 성실한 수형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제넘게 재판장님께 탄원문을 올리는 것은 송구스럽습니다만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다소 억울한 부분에 대하여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무지하여 저지른 죄이고, 죄에 대하여 변명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오니 모쪼록 넓으신 이해와 아량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어려서 언론사에서 근무하시다가 전산화의 큰 변혁을 겪게 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교적 일찍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고, 1990년부터 PC통신에 입문하여 여러 동호회 활동을 통해 커뮤니티 운영의 노하우를 익혔습니다. 이후 1999년 29세의 나이로 KT하이텔(현 파란)의 지원을 받아 인터넷 콘텐츠 제공 및 커뮤니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벤처 회사들과 같이 저도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무실에 야전 침대를 놓고 월급 70만원씩에 직원들을 채용하고 몇 달간 준비를 하여 1999년 10월에 인터넷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처음 채용했던 여직원은 지금 저의 아내가 되어있습니다.

 

  해를 넘겨 2000년부터 투자를 받게 되고 사업이 확대되면서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업규모에 비해 투자금이 적었고 방문자수는 급격히 늘어났으며, 사업초기부터 수익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에 필수적인 서버 등의 장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기에는 버거웠습니다. 하는 수 없이 동아닷컴이나 하나포스, 야후 등 타 인터넷 사업자의 서버를 빌려 쓰면서 회사의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2005년부터 2007년 3월까지는 야후의 서버를 임대하여 서비스를 하기로 하였으나 2006년 여름, 야후가 더 이상 서버사용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이에 저는 다른 사업 파트너를 찾던 중 이번 사건의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회사의 주식을 일부 매입해 준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은 서버를 직접 구매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그들과의 계약에 응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제가 운영하는 디시인사이드가 코스닥 상장사이며 건설회사인 IC코퍼레이션을 인수하는 것이었지만 저는 건설에 대해서는 시공과 시행의 차이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고 특히 상장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인수 딜을 꾸민 인수주체들도 IC코퍼레이션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말 것이며 디시인사이드에서 운영하는 디시인사이드만 열심히 하면 향후 디시인사이드와 IC코퍼레이션이 합병하도록 해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IC코퍼레이션 인수 직후부터 전략적인 투자를 했다던 투자사는 보유하고 있던 저희 회사주식을 모르는 곳으로 매각하였고 계획에도 없는 자금조달계획을 꾸민데다 인수주체들 내부적으로도 분쟁이 생겼습니다. 자칫하면 저는 투자금을 받기는커녕 회사마저 빼앗길 수밖에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이 당시 IC코퍼레이션의 고문이자 실질적인 경영권자인 박오헌 고문을 내쫓고 IC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한 김현진, 석상근의 작당에 호응하고 놀아난 점입니다. “돈이란 쓰고 갚지 못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해결하고 나면 문제없다”, “상장사의 회계 처리에 대해서 모르면 가만있어라”, “다 잘 될 거다. 걱정마라.” 등 해외로 도주한 김현진과 석상근이 저에게 수도 없이 했던 말입니다.

  특히 코스닥 등록 업체의 부사장을 지냈던 김현진과 코스닥 등록업체를 여러 차례 인수해 보았다는 석상근의 말에 그만한 지식이 없는 저는 그들의 주장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IC코퍼레이션의 이사진도 김현진, 석상근이 장악하고 있는데다가 석상근은 디시인사이드의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저로서는 그들의 요구사항에 질질 끌려 다니며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원통합니다.

 

  지금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 석상근이 디시인사이드 주식을 매입하면서 그들도 충분히 자금을 더 끌어올 수도, 그리고 알고 지내는 법인들이 저보다 훨씬 많음에도 왜 굳이 저로 하여금 공소사실 1과 같이 10억원 빼내게 하고, 공소사실 2와 같이 자신들의 지인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면서 왜 저의 명의를 써서 20억원을 차용하게 했는지에 대한 일입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하게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회사의 경영권을 지키고 애초의 계약대로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들과 같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은 분명한 저의 잘못입니다.

 

  2007 년 상반기, 디시인사이드가 소유한 IC코퍼레이션의 주식을 일부 매각하고 세지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반기 결산이 적자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디시인사이드와 IC코퍼레이션간의 합병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저는 더더욱 그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석상근 자신이 디시인사이드의 최대주주이며 같은 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주주인 퓨리메드와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제가 운영하던 디시인사이드는 IC코퍼레이션에 대한 공사 미지급금 170억원과 대우증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억원 등 220억원의 빚만 떠안은 채 부도의 위기에 내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저에게 다른 상장사를 인수하여 부채를 해결해 주고, 원래 계약대로 투자를 이행하여 주겠다고 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소사실 3, 4와 같이 석상근의 디시인사이드 주식 매입 시에 차용한 사채의 이자 등 자금문제를 해결하여 주지 않으면 저희 디시인사이드 소유의 IC코퍼레이션 주식이 반대 매매되어 큰일이 난다고 하며 곧 해결해 줄 텐데 왜 돈을 주지 않느냐는 등 협박과 회유로 범행에 이르도록 하였습니다. 언제나 돈이 곧 생길 것처럼, 바로 갚아줄 것처럼 저한테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고급 술집에 놀러 다니며 큰 돈을 탕진하고 다닌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공소사실 5에 대해서도 염치불구하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2007년 11월. 인수주체들인 김현진, 석상근, 정o석, 이o준 등은 디시인사이드가 대우증권 앞으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서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3%의 BW 이율을 12%로 올리고 석 달간 상환을 유예하였습니다. 이후 BW는 정o석, 이o준 측에서 당시 코아정보시스템의 대표이사였던 한o식과 협의하여 디시인사이드에서 50억원의 새로운 BW를 발행하여 이를 대우증권에 상환하기로 하고 계약까지 마쳤습니다.

 

   그러나 막상 상환기일이 다가오자 정o석, 이o준 측이 50억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번복하였고 결국 50억원은 정o석, 이o준이 25억원을, 김현진, 석상근이 25억원을 가져와 BW를 인수하고 그 자금으로 대우증권 BW를 상환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상환당일, 정o석과 이o준은 25억원을 마련해 왔으나 자금걱정 전혀 할 필요가 없다던 김현진과 석상근은 선배인 문o식을 통하여 10억원만 가져왔다며 15.5억원을 IC코퍼레이션에서 디시인사이드로 보낼 터이니 그것을 빼 달라고 하였고 저나 디시인사이드의 임원들 모두 극렬히 반대하였습니다만 그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부도를 맞아야 한다며 압박했습니다. 부도를 맞더라도 그들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공소사실 6항은 IC코퍼레이션의 자금으로 디시인사이드 직원들의 급여를 준 것입니다. 1심에서 사실은 사실이니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변호사가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제가 무지해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지, 제가 의도한 바도, 원하던 바도 아니었습니다.

 

  박오헌과 김현진은 IC코퍼레이션 인수 초기에 모회사인 디시인사이드로 바로 지원금을 보낼 수는 없다며, 인터넷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그쪽으로 직원을 채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명목상의 대표이사였지, IC코퍼레이션에서 직원 채용이나 급여지급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나 위치에 있지 못했고,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도 반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인수주체들은 어차피 합병할 회사이니 문제없고 향후 합병을 하더라도 모회사인 디시인사이드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IC코퍼레이션에서 발생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하였습니다. 이후에 결손발생으로 합병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도 김현진과 석상근은 관계사이므로 걱정 말고 직원을 더 채용해도 된다고 해서 저는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저의 무지로 인해 벌어진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제가 의도하지도, 처리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그동안 김현진은 미안하다며 자금문제 및 회계처리를 마쳐주겠다고 수 십 차례 약속을 해왔으나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고 2008년 9월에는 사과의 의미로 다시 상장사에 합병할 수 있게 해준다며 친구를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이때도 김현진과 친구의 말에 속아 제가 갖고 있던 디시인사이드 주식과 빚을 내어 추가로 매입한 주식을 고제라는 상장사에 넘기고 그 대신 1년간 보호예수 걸린 주식을 받았습니다.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해당 주식은 20:1의 감자를 거쳐 1/4의 가치로 떨어졌고 그나마도 IC코퍼레이션과의 합의금과 채무변제용으로 모두 소진 하였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20억원에 가까운 채무와 13억원 정도의 체납세금이 남아있습니다.

 

  10년간 회사를 운영하고 좌충우돌했습니다만 저는 집 한 채 사본 적도 없고 사치한 번 부려본 적 없으며 지금도 영등포 문래동의 오피스텔에서 전세를 얻어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IC코퍼레이션 대표이사였던 때도 김현진, 석상근처럼 법인카드도 한번 허투루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기는 합니다만 10년간 눈물과 땀으로 저의 30대를 보내온 회사를 남에게 빼앗기고 지금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채무와 세금만이 남아있는 상태라 제가 과연 무엇 때문에 살아왔고 앞으로 과연 재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늘을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자 저의 아내는 저더러 사람을 너무 못보고 아무나 잘 믿어서 걱정이라며 앞으로는 자신이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10여 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저한테 큰 거짓말을 하거나 악의적인 목적으로 대했던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장사는 달랐습니다. 저도 무지했지만 제가 겪은 상장사는 거짓과 술수, 음모와 배신, 그리고 협박이 난무하는 곳이었습니다. M&A도 모르고 코스닥도 모르는 저에게 접근한 그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저를 대했고, 그들 중 일부는 해외로 부동산을 매입한 뒤 도피하였으며 남아있는 사람들도 아무런 책임감도, 죄책감도 없이 이번 사건에서 빠지게 된 것을 자신들의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1999년 가을, 후배에게 빌린 돈 천만 원을 들고 청운의 꿈을 품고 인터넷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던 한 청년은 십 년이 지난 현재 빚과 세금만을 남기고 횡령범이 되어 구치소에 있습니다. 회사를 키워보려던 수많은 노력들과 흘렸던 땀들은 저의 무지와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결코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제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저지른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회사와 많은 주주들께는 심심한 사과와 함께 꼭 이 빚을 갚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제가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정황을 참작하여 주시고 선처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올립니다.

 

 서울구치소 12중 5. 3683번 김유식 배상.


  세 줄 요약.

1. 잘못했습니다.
2. 좀 억울합니다.
3. 선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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