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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남편, 아빠 그리고 아크다르-23

ㄱㅁㅅs(14.52) 2014.09.01 00:12:45
조회 1005 추천 24 댓글 9

너무 양이 많아 개인통합링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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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벽에는 내가 아기였을 무렵, 엄마가 날 재우고 눕혀주시던 아기용 침대는 사라져 괘종시계만이 가운데를 차지했다. 정면의 벽은 세로로 길쭉한 창문이 세 개씩 있어 벽보다는 창문인 부분이 많아 유일하게 바깥에서 빛이 들어오는 부분이었다. 물론 지금은 해가 져 빛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왼쪽 벽은 정면의 벽과 맞닿아 있는 모서리에서 손 두 뼘 정도 떨어진 거리에 내가 방금 열고 들어온 문보다는 작은 거대한 옷장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왼쪽 벽 한가운데에는 2인용 침대가 있었다. 나와 가까운 침대의 왼쪽 부분은 비어있었고, 침대의 오른쪽 부분만이 지금 아렌델의 왕이 앉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뒤돌아 문을 조용하게 닫고 다시 뒤를 돌았다.

 

"앉아라" 아버지가 왼손으로 자신의 왼쪽을 가리키며 말하셨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 아버지의 발 옆을 지나고 침대의 모서리에서 방향을 틀었다. 아버지의 왼쪽에는 벽에 닿아 있는 원 모양의 탁상과 그 위에는 방 안을 어둡게 비추는 등불, 가지런히 쌓여진 수건들과 체스말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체스판, 와인을 담은 병과 반쯤 채워진 내 손만한 잔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보며 그보다 조금 앞에 있는 등받이 의자에 창문을 등지고 아버지의 왼쪽에 앉았다. 앉아서 보니, 내가 들어온 문이 있는 벽은 왼쪽에는 방금 들어온 문이, 오른쪽에는 내 옆에 있는 등불 말고도 방 안에서 빛을 내는 촛불이 켜진 초 4개가 나의 가슴 높이만한 선반 위에 있었다.

 

"이 방은 오랜만이지?" 아버지가 물으셨다.

 

"예..." 뛰어서 거칠었던 숨이 다 진정돼 평범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꽤 많은 것들이 생각나는구나..." 아버지가 처음으로 말끝을 흐리셨다.

 

나는 오른쪽 뒤에 옷장으로 통하는 문과 뒤에 창문을 등진 채 앉아 가만히 있었다.

 

"뭐 부터 말해야 할까..." 아버지가 처음으로 고심하는 말투를 보이셨다.

 

"지금부터 내가 말할 것들은 모두 사실이다. 너가 전혀 몰랐던."

 

도대체 얼마나 날 놀라게 할 수 있을까...

 

"너도 알다시피 너의 엄마 엘리샤는 아주 먼 서쪽 나라, 유스알민의 세력가의 딸이었다. 그녀는 왕이었던 나와 정략결혼을 맺었지."

 

방 안의 공기는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 그녀와 내가 낳은 아이는 너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단다."

 

?!?!

 

"너가 태어나기 2년 전에, 한 남자 아이가 태어났지. 그런데 그 아이는 나온지 일 년이 조금 안 되어서... ..."

 

"떠났군요"

 

아렌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남자가 말을 하다 망설이자 놀란 마음을 누르고 내가 말을 끝내주었다.

 

"... 그래.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나를 보면서 얘기하지 않고 정면을 보면서 얘기하던 아버지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셨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멍청했던 당시의 나는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몰랐어. 나는 그저 다시 아이를 가지면 되는 줄 알았지. 그렇게 해서 그녀가 피폐해진 상태에서 낳은 아이가 바로 너다."

 

목이 점점 뜨거워졌다.

 

"원래 그녀는 몸도 약하고 정신도 가녀린 여자였어. 고작 4살까지만 너의 엄마를 보았던 너는 너무 어려서 사람이 아픈지 안 아픈지 판가름할 수 없었겠지. 넌 그저 너에게 웃어주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괜찮은 줄 알았겠지."

 

사실이었다.

 

"너를 낳고 그녀는 몸이 더욱 쇠약해졌어. 대신 무사한 너를 보며 그녀의 마음은 치유되었지. 한편 난 그저 또 아들을 낳았고 그 아이가 이번엔 무사하다는 것에만 좋아했지."

 

아버지가 거칠게 한숨을 한 번 들이내쉬셨다. 그런데 숨을 쉬다가 갑자기 멈춰 순간 놀라게 하셨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졌어. 너무 심해져서, 건강했던 그녀의 정신도 다시 약해져갔지." 아버지가 눈을 한 번 길게 감으셨다가 뜨셨다.

 

"난 일에만 몰두해 있어서, 몰랐어. 결국, 그녀가 죽기 몇 달전, 그녀가 한 번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

 

똑바로 들며 얘기하던 아버지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갔다. 이제 아버지는 자신의 발을 덮은 이불을 보며 이야기하고 계셨다.

 

"난 그녀의 건강을 회복시키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의사 말이 너무 늦었다더군... 니 엄마가 죽기 전에 나한테 한 말이 뭔지 아냐?... 너를 나보다 더 훌륭하게 키워달라고 했지."

 

처음으로 아버지가 왼쪽으로 고개를 틀어 나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갔어"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신 아버지는 과거를 회상하고 계신 것이 분명했다.

 

"그녀를 보내고, 장례식을 치룬 날 밤, 나는 무언가를 보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버지가 침을 한 번 깊게 삼키셨다.

 

"그 무언가는 바로 너였다. 4살이었던 너는, 너의 엄마를 너무 빼닮았었어. 소름 끼치도록.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옆에 있는 탁상 위에 있던 반쯤 있던 와인잔을 비우셨다. 말려야 했지만 난 말리지 않았다.

 

"나는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몸과 정신까지 가녀렸던 너의 엄마를 닮은 것이면 어떡하지? 엄마를 닮아 겉은 남자이지만 속은 여자라면? 엄마처럼 일찍 떠나면? 등등... 그래서 몇 년간의 고심 끝에, 널 강하게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널 고독 속에 가두었지."

 

내가 외롭게 큰 이유...

 

"한편, 너의 어머니는 자신이 소유하던 모든 것을 나에게 주었지. 그때, 물건 말고도 딱 한 명, 그녀의 개인 시종이 있었다. 그게 젤다다."

 

아버지는 잠시 내가 들어왔던 문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가리키셨다.

 

이제야 알았다. 어째서 그녀만이 이유 없이 친숙했는지. 아버지는 스르르 무너져 침대에 누우셨다.

 

"모르겠다... 내 마음을, 내 아내가 떠난 후, 젤다에게 나의 개인 비서를 맡게 했지. 성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지. 재혼하지는 않고, 여자에게 비서를 맡기다니. 그런데 사실, 난 젤다에게 비서 일을 제대로 맡겨본 적이 없다. 그녀는 성에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이었지. 이것은 내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 미련일까 아니면 속죄일까... 아직도 모르겠구나."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마침내 내가 말을 꺼냈다.

 

"아버지는 엄마를 잊지 않고, 다른 사람과 재혼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아버지가 엄마를 특별하게 여긴 것이지요."

 

막상 말하고 보니 아버지가 하셨던 말을 단어만 몇 개 바꾸고 순서를 바꿔 말한 거였는데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피식하며 웃으셨다.

 

"그러냐... 고맙다"

 

살면서 처음으로, 고맙다는 소리를 아버지에게 들었다. 기뻐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방 안은 너무나 우울했다.

 

"... 이번엔 질문을 하겠다." 누운 채 천장을 보며 아버지가 말하셨다.

 

"너... 사랑하는 여자가 있댔지?"

 

이미 정신은 멀쩡했지만, 더 멀쩡해졌다.

 

"예" 내가 나직하게 말했다.

 

"... 난 성과 병영에만 다니던 너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이 있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저도요"

 

"끌끌, 너를 다 안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사람 속 알기는 참 어렵구나." 아버지가 다시 침을 한 번 깊게 삼키셨다.

 

"정략결혼은 말이다..."

 

아버지가 왼손 검지를 허공에 대며 설명하는 말투로 말하기 시작하셨다.

 

"국가의 힘과, 당사자의 힘을 높이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너의 경우에는 이번 전쟁으로 아렌델은 몰라도 너의 힘은 아주 세졌구나. 솔직히, 너가 이 정도로 전쟁을 잘할 줄은 몰랐다."

 

"십 년이 넘도록 군사 관련 학문들을 배워왔으니까요."

 

"아니야, 물론 그것도 큰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 크누트 왕의 아들이라 그런거다."

 

웃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자랑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그만 조용하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오싹할 정도로 동공을 뺀 모든 몸은 굳고 동공만이 천장에서 나를 향해 움직였다.

 

"... 너가 크게 웃는 것을 보는 게 몇 년 만이로구나..."

 

폭소는 이미 멈추었지만, 이제는 목뿐만 아니라 코가 뜨거워지려 했다.

 

... ... 킁... ...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버지가 다시 천장을 보시며 왼손으로 왼쪽 구레나룻을 긁으시며 물으셨다.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거요."

 

이상했다. 목소리가 살짝 굵어지고 목이 울렁거렸다.

 

"그래, 너가 18살이 되어 너가 성 안에서 배울만한 건 다 배우고 난 뒤, 너가 성 밖으로 병영 말고 다른 곳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다. 경비병을 붙일까 했지만 그냥 말았지. 너나 나나, 감시는 질색이잖냐. 그런데 그것이 너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도 모르는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너와의 저녁에서, 한 번 던져본 질문으로 알게 되었지."

 

아버지는 헛기침을 한 번 크게 하셨다.

 

"참...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많구나. 너가 여자를 만나는 것도 몰랐고, 전쟁을 그렇게 잘할 지도 몰랐고, 전쟁에서 이기고도 그 여자 때문에 슬퍼할 줄도 몰랐다." 아버지가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기침을 하셨다.

 

"... 그 여자 이름이 뭐지?"

 

"'이둔 르 샤를로테'요"

 

"'르 샤를로테'라..." 아버지가 혀로 마른 입술을 적시고 침을 깊게 삼키셨다. 그러고는 씨익 웃으셨다.

 

"그 여자 정말 좋냐?"

 

"예"

 

"사랑해?"

 

"예"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예"

 

또 침묵이 이어졌다. 이번엔 꽤 길었다.

 

"... 이번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너와 나랑 같이 있었던 10명을 다 알 필요 없다고 한 것 기억나느냐?" 아버지가 주제를 바꾸셨다.

 

"예"

'그래서 이름도 제대로 안 외웠죠'

 

"그 10명 중 전쟁이 끝날 때에는 4명은 죽은 것도 알지?"

 

"예"

 

갑자기, 아버지가 거칠고 낮게 웃음을 터뜨리셨다. 나는 순간 아버지가 미치신 줄 알았다.

 

"사실 말이다, 이번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

 

뭐라고?!

 

"전쟁은 꼭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만은 아니야. 전쟁은 내부에서 마음에 안드는 놈들을 제거하기에 좋은 기회지."

 

설마...

 

"그래, 이번에 죽은 4명... 이름이... 그래, 리온, 니콜라이, 빈센트, 루핀 중 니콜라이와 빈센트는 내가 교묘하게 함정에 빠뜨려 죽게 했다."

 

소름이 내 온 몸을 타고 즐겼다.

 

이런... 뭐...

 

"전쟁은 내가 지휘하던 육지에서는 원하는 대로 되었지. 해군이 동쪽에서 계속 진다고 해도 사실 큰 걱정은 안 되었어. 어차피 길게 끌 전쟁도 아니었고, 없애고 싶은 놈들은 없앴으니까. 그런데..."

 

아버지가 웃으시다가 갑자기 멈추셨다.

 

"놈들이 아렌델을 직접 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때문에 나의 충신이고 아렌델 방위군을 지휘하던 루핀이 너와 나를 기다리며 필사적으로 버티다가 너와 나 둘 중 한 명도 못보고 희생되었지..."

 

...루핀... 그는 나를 가르쳤던 3명 중 1명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 리온과 크녹스가 오지 않았다면 아렌델 성은 2백명도 안 되는 성 안의 인원으로 성을 막아야 할 뻔했다. 리온은 나의 충신은 아니었지만... 그의 살아남은 부하들 말을 들으니 적어도 아렌델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것은 확실한 인재였었다."

 

아버지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시며 와인잔을 옆에 있던 와인병으로 가득 채우시고 그것을 한 번에 비우셨다. 이 상황에서도 술이 가장 훌륭한 해결책이신가 보다.

 

"... 그리고 너가 사랑하는 여자의 혈육도 떠났고... 미안하다."

 

사과, 게다가 아버지가 처음으로 한 사과는 받아야 예의지만, 너무 놀라서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짜식, 놀라긴, 앞으로 너가 놀랄 일들은 얼마든지 더 있을거다. 왕이 되어 겪을 일부터 나중에 생길 너의 가족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괜히 겪기도 전에 겁먹게 하진 않으마."

 

아버지가 비웃으시고는 깔보는 말투로 말하셨다. 나는 입을 닫고 다시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그래, 나중에 우리가 아렌델로 돌아왔고, 놈들을 박살냈지... 원래대로라면 빈 자리의 후임을 임명해야 했지만... 어차피 곧 끝날 전쟁이고, 너가 많이 활약하기를 기대해서 후임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너가 육, 해군을 모두 지휘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넌 기대대로 잘 해내주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바빴구나...'

"그래서였..."

 

"꺼헉! 쿨럭! 끅! ... 턱! 억! 커허... 큭!"

 

아버지가 황급히 오른손으로 입을 막더니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소리로 기침하셨다. 기침하던 중 왼손으로 옆에 있던 수건 하나를 입에 대어 오른손과 입을 감쌌다. 수건의 색깔이 붉게 물들었다.

 

"... 여기 있어, 아무도 데려오지마."

 

황급히 일어나 아무나 데려오려 했는데, 아버지가 왼손을 수건으로부터 빼내 내 오른팔을 잡아 다시 앉히셨다.

 

"... 왜 숨기셨어요..." 내가 다시 앉으며 말했다. 목소리의 떨림은 이제 숨길 수 없었다.

 

"그 얘긴 가장 마지막에 할 거다. 어디까지 말했지? 아 그래!" 아버지가 황급히 말하시면서 왼손으로 쥐었던 수건을 탁상 위에 휙 올려놓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지. 그 다음에 너에게 맡긴 일은 피해를 복구하는 일이었지. 사실, 난 성에서 서류만 보던 너에게 실무 경험을 쌓으라는 뜻으로 너에게 그 일을 맡긴거였다. 그런데, 너는 그 뿐 아니라 사람들과도 친해졌더구나. 넌 정말 대단한 놈이야..."

 

"하하..." 내가 씁쓸하게 웃었다.

 

칭찬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있다니

 

"너는 역대 아렌델의 왕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얻으며 즉위할거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총사령관의 직책은 너가 맡고있지... 아직 정치에는 미숙하겠지만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 것으로 보아 그것도 안심이 된다... 정 안되면 군대로 윽박지르면 되겠지... 원하면 법도 너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거다... 물론 나를 포함해 아렌델의 왕 중 그 어느 누구도 그 정도로 강한 왕권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넌 할 수 있을 거다."

 

"예" 목소리가 이상해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쿨럭! 컥! .... ...."

 

젤다가 말하기를, 시간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시고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 ...턱

 

놀고 있던 왼손으로 입을 감싸고 있는 수건을 쥐고 있는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았다.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있었다.

 

"... 그리고..." 아버지가 오른손과 수건을 다시 치우시자 나도 다시 왼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 정도의 힘이면 정략 결혼은 필요 없을거다... 결혼 미리 축하한다."

 

...인정받았다

 

"신부 얼굴이라도 보고 떠나시죠."

 

"됐어... 어릴 때는 손자나 손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너가 이렇게 잘 큰 것을 봤으니 됐다... 내가 너한테 원하는 건 다른 거다."

 

"뭡니까?"

 

"내가 죽으면... 젤다를 풀어줘라... 내 아내를 따라 어릴 때부터 고향을 떠나 머나먼 곳까지 온 사람이다... 고향이 그리울 것 아니냐... 돈 두둑히 챙겨줘서 내보내라."

 

"만약 그녀가 거절하면요?"

 

"... 적어도 성에서는 내보내. 성 안보다는 성 밖이 더 자유로울거다. 정말로 정 원하면... 그냥 냅두고... 그리고 그녀의 빈 자리를 채울 놈이 있는데... 카이라는 녀석이다. 능력은 몰라도, 너의 개가 되기에는 충분한 남자다. 비서로 잘 부려먹어라... 그리고... 왜 지금까지 아픈 것을 숨겼냐고? 아까 말했다."

 

언제? 어떻게?

 

"너의 어머니가 나에게 한 부탁... 나보다 더 훌륭하게 키워주세요...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전쟁터에서 지휘하는 장군과, 폐허에서 일하는 실무관에게 내 병은 걸림돌일 뿐이야... 우냐? 다 큰 남자가 질질 짜긴"

 

"............................................................................................"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눈에 모든 힘을 주었는데...'

 

 

굵은 눈물 한 방울이 양쪽 눈에서 양쪽 무릎을 쥐어짜고 있는 양쪽 손등 위에 떨어졌다. 곧이어 여러 방울이 그 뒤를 따랐다.

 

"... 그래도 나를 위해 울어주니 기분은 좋군." 아버지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느긋하게 말하셨다.

 

나나 아버지나 잠시 그대로 굳었다.

 

"너에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와 명령 하나를 하려 한다."

 

"말씀하세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눈물로 젖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너에게 체스를 하자고 부탁한다."

 

이 상황에서?

 

"너와 체스를 둔 기억이 잘 안 난다. 너가 어렸을 때는 내가 여왕 없이 했었는데... 부탁을 들어주겠니?"

 

"예"

 

말을 끝냄과 동시에 오른쪽에 있던 원 모양 탁상 위에 있는 체스판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옆으로 누우신 아버지와 작은 전쟁을 벌였다. 아버지는 한 판이 끝나셔도 계속하자고 하셨고,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너가 서류를 보겠다고 한 이유를 안다." 세 판째의 중반쯤으로 접어들 때,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권력이겠지..."

 

"예"

 

"권력, 좋지. 재밌기도 하고,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단다."

 

"잘 다루어야 한다고요?" 내가 짐작했다.

 

"...아니, 그건 대가가 아니라 주의사항이고... 대가는 그것이 아니다... 권력의 대가는... 고독이다."

 

아버지가 체스에서 위험에 처한 왕을 움직이시면서 말씀하셨다.

 

"... 아무도 너와 친해질 수 없고, 아무도 너가 한 일을 알아주지 않을거다... 나중에 너가 죽고 나서야 소위 역사가란 사람들만이 관심을 가지겠지... 그런 고독에 대해 세계의 각 왕들은 자신만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어떤 것들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어떤 것들은 돈을 물쓰듯 하는 것이었지... 너도 너만의 해결책을 가져라."

 

"아버지는 뭘로 고독을 푸셨는데요?"

 

"난... 호두와 와인"

 

"소박하시군요"

 

"그렇지도 않아, 내가 마신 와인의 양이면 아렌델 성을 다 채우고도 남을 걸?"

 

두 남자가 같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너도 술 좋아하는 것은 나와 같은 모양이니... 너무 많이 마시진 마라."

 

"예"

 

그리고 조금 더 체스를 하다가, 아버지가 움직이실 차례에도 움직이지 않으셨다.

 

"아버지?"

 

내가 각오하고 아버지의 목에 손을 댔다. 미약하게 심장이 뛰고 계셨다. 그냥 중간에 주무신 것이다.

 나는 안도하며, 체스판을 침대에서 치우고 등불과 촛불을 껐다. 촛불을 끄고, 소리 없이 방을 나서 내 방으로 걸어갔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들을 잊기 전에 기록해 두자

 

적당한 종이에 깃펜으로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들을 모두 적었다. 그리고, 다시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 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등불을 다시 켜보고, 정말 오랜만에, 아버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이에 비해 너무 늙으셨다.

 

나랑 같은 귤색이 섞인 노랑색이던 머리카락은 생기를 잃어가는 흰색이 다 되어갔고, 입술은 보랏빛을 띄웠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던 눈은 닫혀있었고, 높은 콧날은 아주 조용히 숨소리를 냈다. 이마에는 네 개의 주름살이 있었으며, 목은 목젖이 아주 많이 튀어나오셨다. 수염은 인중부터 턱까지 덥수룩하게 나셨으며 머리카락처럼 거의 흰색을 띄셨다.

 아버지의 곁을 의자에 앉아 지키며 생각에 잠기다가, 나도 잠에 들었다.

 

잠을 깨운 건 시간이 아니라 아버지셨다.

 

"이제 너에게 명령 하나를 하려 한다." 아버지가 여전히 쉰 목소리로 결연하게 말씀하셨다.

 

"...예" 졸린 것을 참고 대답했다.

 

"나와 같이 말을 타자. 지금 당장."

 

지금 당장?

 

괘종시계를 보았다. 이제 막 아침이 될 시각이었다. 비록 눈은 별로 오지 않는 아렌델이지만, 바깥은 늙은 왕의 심장을 멈추기에는 충분히 추운 겨울의 아침 공기를 풍기고 있었다.

 

"지금 겨울이신 거 아시죠?" 내가 어이없는 마음을 숨기고 공손하게 물었다.

 

"어"

 

"그러..."

 

"그래서 부탁이 아니라 명령 한 거다."

 

잠시, 나와 아버지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아니, 잠시가 아니라 오랫동안, 그러다가 난 고개를 무겁게 흔들며 아버지의 마지막 명령을 받들었다.

 

"... 먼저 나가서 말을 준비하고 있어라."

 

아버지가 힘겹게 일어나 옷장으로 통하는 문을 향해 걸으시면서 말하셨다. 난 아버지가 내가 안 보는 사이 떠나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그대로 따랐다. 시종에게 나와 아버지의 말을 데려오라고 시켰다. 바깥은 바람도 눈도 없었지만 매우 추웠다.

 

잠시 후, 아버지가 위풍당당하게 총사령관이 입는 검은 제복을 입고 밖의 추위와 싸우러 나오셨다. 내가 입고 있는 제복과 같은 제복이었다. 한 명의 현 총사령관과 한 명의 전 총사령관은 각자 자신의 백마와 흑마 위에 올라타고 두 분수를 지났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내가 묻자 내 입에서 입김이 하늘로 피워올랐다.

 

"안 가... 그저 광장이나 빙빙 돌자.."

 

따지고 싶지 않은 나는 그 말도 받들었다. 아버지가 안쪽으로, 내가 바깥쪽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 가만히 성 안에 박혀 있으면... ... 며칠 더 살 수 있겠지..."

 

반의 반 바퀴쯤 돌자, 아버지가 말을 꺼내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내가 어떻게 죽을지에 더 관심이 갔단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죽음은... 군인의 상징인 말 위에서... 사랑하는 가족 옆에서 죽는... 것... 그것을... 이룰 수 있어서... 정말... 좋구나..."

 

이제 아버지는 몇 단어를 말하시고 숨을 가쁘게 내쉬어야 하는 지경까지 오셨다.

 

"... 아 그리고..." 한 바퀴를 다 돌고, 아버지가 다시 무겁게 말을 하셨다. 지금 아버지의 모든 행동이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난 가만히 있었다.

 

"... 너의... 말타기를 가르치던 선생들을 쫓아낸 것... 지금 생각해보니 참 쓸데없는 행동이었다... 왕실의 명예는 핑계였고... 널 보호한다는 취지였는데... 정말... 쿨럭!"

 

앞만 보다가 왼쪽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기침만 하시고 무언가 내뱉으시지는 않으셨다. 다만, 고개는 땅을 보며 꺾였고, 등도 구부정하게 꺾으신게 전쟁에서 참패한 장군 같으셨다. 물론 나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진 적이 없었지만.

 

"...너에게 말타기를... 가르친 사람이 누구냐?" 아버지가 땅을 보시며 물으셨다.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요."

 

"하! 하다하다 여자에게 말타기를 배우는 신세가 되었구쿨럭!"

 

이제 난 기침에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느새 두 바퀴도 다 돌고 세 바퀴에 접어들었다.

 

"... 아버지..."

'이제 내가 말할 차례야...'

 

"... 아버지가 절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신 것 압니다... 감사...해요."

 

어느새 목이 메어왔다. 목을 진정시키려고 반 바퀴를 돌 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나 목은 진정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것들,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지보다 훌륭한 국왕이 될테니... 지켜봐주세요."

'목이... 너무 메어와...'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도... 너를... 하라... 하다."

 

침묵이 있고, 네 바퀴 반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엘... ㄹ... ㅅ...ㅑ... ... ..."

 

"아버지?"

 

풀썩

 

아버지가 평형을 잃고 오른쪽으로 넘어지시다가 나의 왼쪽 어깨를 스치셨다. 재빨리 고삐를 놓고 두 손으로 남자의 몸을 받고 두 말을 정지시켰다. 아버지의 목에 손을 대보았다.

 

목은 고요했다

 

그리고 그때,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엄마가 있던 시절... 내가 아버지를 권력자 말고 다른 단어로 인식하던 시절...

.

.

.

아주 어렸을 적, 나는 혼자 장난감 나무칼을 가지고 대연회장에서 막 뛰놀고 있었다. 그 때, 대연회장 문에서 나를 부르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쪽을 향해 돌아보니...

 

"아크다르!" 엄마와 아빠가 문에 있었다.

 

"너 또 대연회장에서 노니?" 아빠가 근엄하게 말했다.

 

이크, 혼내시려나?

 

"너와 칼싸움을 하기 위해 아빠가 너와 같은 나무칼을 가져왔다!"

 

"와아아아아아!"

 

챙! 빡! 빡! 빡!

 

"으윽! 거인이 꼬맹이에게 져 무릎을 꿇습니다! 꼬맹이가 봐주지 않고 거인을 베는군요!"

 

"와아! 이겼다!"

 

"안 죽었다!" 죽은 척 하던 아빠가 날 놀래켰다.

 

"어이구, 어이구, 재밌게 논다." 문에 기대서 보던 엄마가 우리 둘을 향해 말했다.

 

"아크다르, 엄마가 호두 까줄게. 저녁이나 먹자."

 

"와아아아아아!"

 

우리 가족은 식탁에서 셋이서 맛있게 호두를 먹었다. 엄마는 호두가 아니라 초콜릿이었지만.

 

"아빠"

 

"응?"

 

"근데 아빠처럼 죽은 척 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얘 세 살 맞아? 왜 이렇게 말을 잘해?" 아빠가 딴소리를 했다.

 

"그야 당신 아들이니까" 엄마가 초콜릿을 먹다가 말했다.

 

"응? 아빠아~"

 

"그건 말이다. 아크다르, 여기 목을 만지면 돼."

 

"여기요?"

 

"아니 거기 말고... 여기... 턱 밑에... 봐, 움직이지?"

 

"와! 신기하다!"

 

"그곳이 움직이면 죽은 척 하는 거고, 안 움직이면 정말 죽은 거란다."

 

"아~"

 

"애한테 뭐하러 그런 걸 가르쳐요?"

 

"뭐 어때? 어차피 알게 될텐데. 그나저나 당신, 초콜릿 말고 호두를 좋아하는 게 어때?"

 

"굳이 대답하기 싫어요"

 

"엄마! 아빠! 나는 커서 호두로 된 성을 만들 거에요!"

 

"푸하하하하하! 그거 볼만하겠구나!"... ... ...

.

.

.

 

안녕 아빠... 나의 거인...

 

타고난 전쟁꾼, 아렌델이 무역국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발판을 마련한 왕, 크누트 데 아렌은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온 아렌델이 애도 기간을 가졌고, 애도 기간이 끝날 즈음, 16년 만에, 아버지는 본인이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하시던 아내의 곁에 묻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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