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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비경에 앉아있다. 젊은 촌객은 삿갓을 들어보이고 그 사람이 카멜롯의 귀족이란 걸 알아차렸다.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노인은 슬쩍 고개를 돌리더니 무언가를 눈대중하는 듯 촌객의 면면을 훑었다.
"……먼 길을 걸어왔군 젊은이. 이윽고 이곳에 당도한 걸 보면 자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
노인은 미련 없이 지팡이를 들었다. 지팡이가 놓인 자리가 사라지자, 바위에 앉을 부분이 생겼다.
촌객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노인의 옆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사실 당신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어요."
"나 또한.. 내 생을 들어줄 자를 찾고 있었네. 어느 곳에도 유언장을 남길 일 없이 그저 니무에썅년이 날 감시할 뿐이었으니까. 내가 갇혀있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뭐 모드레드가 어쨌냐느니 말은 많았지만 그건 이제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난 피버 때 세상을 맛봤으니 만족하네."
"그렇군요.. 저도 당신의 힘을 많이 빌렸어요. 이곳에 온 건 사실 그대의 끝을 보고 싶어서인지도 모르죠.
촌객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피버가 3분 남았습니다, 영감님."
"그래.. 내가 니무에에게.. 아니 유저들에게 유폐될 날도 머지 않았군."
노인은 저무는 태양을 바라봤다. 일요는 물론이고 각요조차 없는 이 깨끗한 하늘이.. 오늘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많은 유저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었지만 그것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이 나그네도 그렇기 때문이다.
"자네의 이름을 알 것 같네."
나그네는 말없이 웃었다. 그도 노인과 같은 곳을 보며 덧없는 일몰을 보고 있었다. 너무나 빨리 떠올랐고.. 이젠 저무는 태양을 보며.
노인은 씁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이게 나그네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일 거라고. 이제 그는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노인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이 나그네도 떠나고 다른 후의 사람들만이 남아 겨우 이 땅을 지탱한다면, 그 카드 탑은 머지 않아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는 곧 카멜롯의 멸망을 감지했다. 아니.. 액토즈- 그 나약한 이름의 추락을 떠올렸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실키 켈피 때 사람들이 유입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땅의 컨텐츠를 깨닫고 과금을 했지. 블루캡 그루아가흐 시절에는 그런 이유로 소외된 무과금들이 득세했고.. 지금은... 그저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는...."
"거기까지 말하셔도 됩니다, 영감님."
"알겠네.. 모쪼록 고맙네. 짦은 시간동안 나를 써주어서. 난 자네가 왜 내게 온 줄 알아.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도 알고..."
"별말씀을요.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3성도 빛을 볼 때가 있다. 영감님은 결코 쓰레기가 아니다. 당신은.. 저희의 영웅이셨습니다."
노인은 눈을 크게 떴다. 나그네는 진심이었다.
노인은 부들부들 떨었다. 노인은 눈이 시큰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탄생하고 멸망하는 지금.. 캐릭터로서 생겨나고 삭제되는 지금까지... 자신이 쓸모 있는 날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껏 배신과 놀림, 조롱의 역사 속에서 살아왔다. 이제는 그저 스토리상의 약역으로 빠져 니무에의 감시를 받는 처지지만..
다시는 스토리상에 나오지 않는 운명이지만..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존재할 수 있었다.
노인은 자신에게 그 의미를 깨우쳐준 젊은이에게 고맙다고 하며, 가능하다면..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해달라고 했다.
나그네는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하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노인도 도왔다. 땅을 파면서 젊은이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또 남기실 말 없으십니까?"
"두 개의 악용예언이 있네."
"호오.. 그게 무엇인지요?"
"하나는 지금 말하겠지만 다른 하나는 조금 있다가 말하겠네."
어차피 다 들을 수 있단 말이다. 나그네는 그렇다면 지금 말할 예언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액토즈는 이제 회생하지 못할 게야. 사람이 없는 카멜롯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멸망할 걸세. 과거 노르웨이와 덴마크.. 바이킹의 침략을 받았던 브리튼처럼. 결국 왕실은 힘을 잃고 귀족들이 득세할 게야. 영국의 의원내각제는 그렇게 탄생하고, 아무도 왕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겠지. 그저 아서왕이라는 동화 속 젊은 영웅의 담화를 즐기고..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갈 거야. 그렇게.. 시간은 영웅을 희석시키고.. 이를 부활시킨 회사마저 집어삼키니 태양은 저물고 저 너른 노을은 결국 밤이 되어 사라질 뿐이야. 이 세상에 하나의 가치가 있다면.. 역시 아서왕처럼 기억되는 것. 하나의 노을이 어둠에게 집어삼켜져 결국 어두컴컴한 세상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내겐 너무나 가치 있는 일.
노인은 지금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나그네는 말없이 관을 들였다. 그는 노인의 뜻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 말도 없었다. 떠나는 자는 말없이.. 그저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진다. 미련이 남는다면 결국 라이퍼가 될 수 없다. 한 명의 나그네는.. 자신이 할 아니 자신이 해야할 일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삽을 들고 흙을 던지기 시작했다. 관 속에 흙이 쌓이며.. 노인의 다리를 묻었다. 노인은 관속에 편안히 누웠다. 그의 얼굴은 정말로 편안해보였다.
"노라이퍼.."
불현듯 노인의 말이 들렸다.
"예 어르신."
"니카멀.."
"...."
"자네가 떠나지 못하면.. 자넨 날 다시 보게 될 걸세."
노인은 웃었다. 힘겹게 웃었다. 이제 너무 지쳐서 웃을 힘도 없지만.. 그는 나그네를 위해서 안면근육을 억지로 움직였다.
"라이퍼가 되어.. 이곳에 다신 오지 말게. 자네의 삶을 찾아. 다시는 이런 덕겜 하지 말고..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난 이곳에 묻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자네는 나아갈 수 있어. 난 캐릭터일 뿐이고, 자넨 인간이니까. 자넨... 너무나 부러운 인간이니까."
뜨거운 눈물이 흙을 더럽힌다. 노인은 마치 말라붙은 토양에 겨우 흐르는 시냇물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마치 자신의 피를 쥐어짜듯.. 그는 이 삶에 너무나 지쳐있었다.
하지만 하나.. 단 하나를 말할 수 있다면 마지막은 악용예언이 아닌.. 진정한 조언과 덕담이 되어 나그네의 앞길을 밝히고 싶었다.
노인은 눈을 감았다. 진정으로 행복하고.. 또 고통스러워보이는 인과를 등에 짊어지고서.
나그네는 한참동안 그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흙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흙이 쌓이고.. 또 쌓여 무덤을 만들었다.
이제 이 추운 겨울에 피버는 없다. 나그네는 눈을 찡그렸다. 3분이 지났다. 10시.. 피버가 끝났다. 나그네는 노인의 숨이 끊겼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노인의 죽음을 잠시동안 애도하고, 그리고 그는 자리를 떴다.
이 이상 이에 얽메이면 떠날 수 없다는 걸 나그네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그네는 걸었다. 걸어서 비경을 떠났다. 노인의 예언을 실천하기 위해.. 그의 예언처럼 브리튼엔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또 떠나 남아있는 자만이 그 흔적을 찾을 것이다. 마치 아서왕의 전설을 즐겁게 보는 영국의 아이들처럼..
그것은 마치 동화처럼 남아 저 노을빛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게 결국 어둠 속에 집어삼켜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해도..
나그네는 걸어갔다. 이곳에서 벗어나야만 어둠에서 나갈 수 있다. 그는 어둠속에서 나갔다. 브리튼에서.. 아니 카멜롯에서... 확밀아에서 아니 액토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카드를 던져버렸다. 모든 카드가 허공에 비산하며..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손엔 이미 삶이 숨쉬고 있다는 걸. 그는 밝게 웃었다. 그것이.. 진정으로 노인의 바람에 부합하는 일이기에.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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