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점 쇼핑 마치고 호기롭게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한달 동안 룸갤, 블로그 보며 얻은 얕은 지식으로 철물점 주인과 나름 전문용어를 써가며 대화하니 으쓱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빠루도 하나 들고 오니 고든이 된 듯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벽면에 붙어있는 유리칠판이 예전부터 거슬렸습니다. 다 떼버리고 페인트칠을 할 생각입니다.

칼로 실리콘을 제거하고 빠루로 살짝살짝 들어올렸습니다.

실리콘으로만 벽지에 붙어있는 거라 잘 떼지더군요.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는 듯 했습니다....

윗부분은 실리콘질이 많이 되어있는지 잘 안떼지더군요.

떼보려고 힘을 주는 순간! 유리가 깨졌습니다.

순식간에 유리가 떨어졌고 종아리에 살짝 부딪히는 느낌이 났습니다.

크게 아프지는 않았고 속으로 '와 뒤질 뻔했네' 했습니다.

다행히 바지나 옷도 찢어진 부분 없이 멀쩡했습니다. 

아래는 혐주의!!!

그런데 느낌이 쎄해서 바지를 걷어보니 종아리 쪽에 베인 상처가 났더라구요.

영화에서나 보던 상처가 내 다리에!!

미친놈이 그와중에 사진찍었네 하시겠지만 이모님이 간호사로 계셔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쭤보려고 찍은 사진입니다.

급하게 지혈하고. 

동네에 외과는 없어서 가까운 가정의학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오후6시가 지나 문이 닫혀있었고

약국에서 소독약과 밴드라도 사야겠다 하고 약국에 들어갔습니다.

약사에게 상처를 보여주니 

꿰매야 할 것 같다면서 인근 외과 병원들에 전화를 돌려서 닫지말고 기다려 줄 수 있는지 확인해주셨습니다. 

정말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두 군데는 이미 마감해서 받을 수 없다고 했고 

마지막으로 전화 건 병원에서 빨리 오라고 하더군요.

빠르게 버스타고 갔습니다.(꼭 급할 땐 택시가 없습니다) 

의사선생님도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의 소유자였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저에게

"마취약이 없는 데 마취 안하고 꼬매도 되겠나~?"

하시길래 그러기도 하는구나싶어

"어쩔 수 없지요" 

"그럼 쏘주 한 잔 하는게 났겠나~?"

"많이 아플까요?"

"ㅋㅋㅋㅋㅋ요즘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마취없이 수술을 하겠습니까~"

"아..."

진지하게 물어보시길래 낚였습니다.

바지는 안찢어지고 상처만 이렇게 났다니까 

직접 바지를 꼼꼼히 보시더니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가보라하셨습니다.

만화에서의 살을 베지 않고, 살 안을 베는 검술이 생각났습니다. 

인테리어 첫 날은 다리 꿰맨 걸로 끝이 났습니다. 시작이 좋네요.

안전이 최고입니다....

앞으로는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그냥 깨버리고 떼낼 생각인데 더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주세요..

내일은 우선 약국에 빵과 커피를 사서 감사인사를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