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느분께서 이대영 역사책 표절 얘기를 꺼내셨는데, 여러 리플들을 보니 많은 햏자분들께서 한 가지 간과하고 계시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그 얘기를 하려 하오.

그 문제란 다름아닌, <역사는 팩트이기에 앞서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는 점이오. 이 명제가 잘 이해가 안 된다면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소.
 
귀햏들이 경찰이라고 칩시다. 두 대의 자동차가 교차로 상에서 충돌을 일으킨 사건을 조사하고 있소. 그런데 어이없게도 두 차의 운전자들은 서로 과실을 면해보려고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설명하고 있고, 담당경찰인 귀햏은 누구의 말이 옳은지 몰라 사고현장에 잇던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려 하지만 맙소사, 목격자들마저도 다들 말이 다 다른 게요. 생각해보시오. 이런 상황에서 사고 당시 경관이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고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골치아프겠는가 말이오. 소햏은 바로 이것이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고뇌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오.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역사는 시시한(?) 자동차 총돌 이야기도 아닌, 국가와 국가 간의 가장 거대하고 격렬한 체제경쟁인 \'전쟁\'의 역사요. 각국 권력자의 이득에 맞게, 국민정서에 맞게, 각국의 국가이익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일 따위는 비일비재할 수 있는 분야인게요. 비근한 예로 1967~1970년간 아랍-이스라엘 분쟁에서 이스라엘은 자국 공군기 피해가 단 39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소. 반면에 아랍측이 발표한 이스라엘 공군기 격추대수는 300대가 넘소.
 
이렇듯 서로 엇갈리고 일간성없는 주장과 진술들을 꿰어맞추고 버릴 건 버려서 진정한 역사를 펴내는 것이 진정한 사관의 몫이고, 그 결과물에 대해 박수를 칠 줄 알고 기꺼이 지갑을 열어 사주는 독자들이 있을 때, 이대영이나 심은식 등이 일으킨 어이없는 역사책 표절 비리는 종식되지 않을까 생각하오.  

*타임라이프 2차대전사가 2차대전 역사서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책도 1960년대에 나온 것이라 그 이후의 최신 연구 성과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소. 그걸 데드카피한 이대영 책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군가 말했듯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이고,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장래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최신 연구 성과로 버전업된 2차대전사 책을 누군가 다시 쓰는 것(아니, 그보다는 외국의 좋은 책을 잘 번역해 내놓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지도 모르지만)일 게요.